
총선에서 주목받는 지역구는 막상막하의 인물들이 격한 승부를 펼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이다. 또한 현 지역구 의원이 “센 사람과 붙어보고 싶다”며 호기를 드러내 주목받는 곳도 있다. 서울 서대문을 지역구가 그렇다.
자신만만 정두언 “한 판 붙자”
서울 서대문을은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의 지역구다. 정 의원은 초선의원이지만 대선 승리의 주역이자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활동하고 있어 중진 의원 못지않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정 의원은 총선에 대해 정동영·이회창 전 대선후보의 이름을 거론하며 “우리 지역구(서울 서대문을)에 센 사람이 나왔으면 좋겠다. 적어도 그 정도는 돼야지 이번에도 선거를 싱겁게 치르고 싶지는 않다”고 넘치는 자신감을 피력했다.
정 의원의 지역구에 박영선 국회의원(대통합민주신당 이하 ‘신’), 박상철 전 경기대 교수(신), 이상훈 서울시당 부위원장(민노당 이하 ‘노’), 김옥원 전 지역위원장(민주당 이하 ‘민’) 등도 도전장을 낼 것으로 보인다.
이 중 비례대표로 여의도에 들어선 신당 박영선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의 BBK 연루 의혹을 집중 제기, ‘MB 저격수’로 활약했다. 박 의원은 현재 서대문구에 거주, 정 의원과의 혈전이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다. 정 의원과 박 의원의 빅매치가 이뤄질 경우 이 당선인의 가신과 저격수의 2차전이 펼쳐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 ‘실세’ 정두언 의원 ‘서대문을’ “센 사람 나와라”
대선 당시 ‘BBK’ 이명박 저격수 박영선 신당 의원과 혈전?
그러나 현재 서대문을을 건 일전을 앞둔 후보들 중 가장 유리한 고지에 있는 이가 정 의원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는 게 정치권 일반의 분석이다.
리얼미터의 총선 가상 여론조사 결과에서 정 의원은 61.2%의 지지율을 차지, 박 의원의 지지율인 19.8%를 3배 이상 앞섰다. 그 뒤를 이상훈(6.7%), 김옥원(1.2%)이 이었다. 인지도에서도 정 의원은 89.4%를 차지, 박 의원(59.2%)을 앞질렀으며 지역구 활동에 대해서도 유권자의 61.2%가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당선 가능성에서는 정 의원이 77.6%, 박 의원이 10.3%, 이상훈 후보가 1.3%, 김옥원 후보가 0.5%로 후보간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합당 파워 ‘호남 색’ 부를까
지역구민들의 긍정적 평가와 한나라당의 대선승리, 이 당선인의 ‘복심’이라는 메리트를 안고 있는 정 의원이지만 총선 변수는 그리 녹록치 않다.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의 합당 소식이 큰 부담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서대문을은 2002년 총선 전까지는 호남 계파가 독식했던 곳이다. 역대 다섯 번의 총선 중 13·14대 총선에서는 임춘원 의원이 민주당·평민당 소속으로 지역구 의원을 지냈고, 15·16대에는 장재식 의원이 민주당, 국민회의 소속으로 지역구에서 활동했던 것.
따라서 신당과 민주당의 합당 시 호남에 근거한 당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며 이러한 ‘합당 파워’가 지역구의 색깔을 되돌릴 수도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정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3만9천7백34표를 얻어 3만7천9백75표를 얻은 열린우리당 박상철 후보를 1천7백59표 차로 어렵게 이긴 바 있다. 민주당 안완길 후보는 4천9백4표를 얻었었다. 신당과 민주당의 합당 시 이러한 표가 ‘+’만 될 수 있더라도 지역구를 흔들만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충청민심’ 공주·연기서
‘충남 정치 1번지’로 충청 민심을 확인할 수 있는 충남 공주·연기 지역구에는 수많은 인재들이 몰리고 있다
최근 국민중심당을 탈당, 한나라당에 입당한 정진석 의원과 박상일 당협위원장(한), 박희부 전 국회의원(한), 오병주 변호사(한), 윤재기 변호사(한), 최준호 자민련 당대표 특보(한), 박수현 전 당협위원장(신), 장홍순 전 민주당 지역위원장(신), 이성구 홍익대 교수(신), 전홍기 대영학원 원장(신), 백석현 지역위원장(민), 이규진 전 당 대변인(국민중심당 이하 ‘국’), 류근복 전 공주시민사회단체협의회 대표(노), 전홍기 통합과 창조포럼정무위원장(무)이 발 빠르게 지역구를 둘러보고 있다.
공주·연기 지역은 전통적으로 보수성향이 강하며 심대평 국민중심당 대표가 영향력이 미치는 곳이다. 심 대표는 공주출신으로 3선 충남도지사를 역임한 바 있다. 지난 대선에서도 심 대표가 이회창 전 총재와 함께 추진하고 있는 자유신당(가칭)이 상대적으로 우위를 점했었다.
하지만 대선에서 승리한 한나라당과 세종시 건설을 이끌어낸 신당도 쉽사리 물러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공주·연기를 지역구로 하는 정진석 의원을 품고 있으며 신당도 쟁쟁한 후보군이 마련된 것으로 평하고 있다.
다만 한나라당이나 신당 모두 넘쳐나는 인재들로 공천 전쟁부터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나라당의 경우 현 지역구 의원인 정 의원 외에도 대선서 이명박 대선후보를 적극 지원했던 박상일 당협위원장 등이 공천 전쟁에 뛰어들어 혼전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신당의 박수현 전 열린우리당 당협운영위원장은 공직선거법위반 등의 혐의로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어서 선고 이후 거취를 표명한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으며 장홍순 전 민주당 지역위원장과 이성구 홍익대 교수 등은 얼굴 알리기에 들어갔다.
각 당의 치열한 공천 다툼과 총선 전쟁이 펼쳐질 것으로 보이는 공주·연기 지역은 마지막 순간까지 어느 당의 깃발이 세워질지 모른다는 점에서 촉각을 곤두세우게 하고 있다.
무주공산 새 주인 찾기
고양 덕양갑은 대통합민주신당을 탈당, 무소속으로 활동하고 있는 유시민 의원의 지역구로 유 의원이 대구로 지역구를 옮기면서 ‘무주공산’이 됐다.
이곳에 새로운 깃발을 꽂으려는 이는 심상정 비상대책위원장(노)을 비롯해 김유임 전 시의원(신), 권오갑 한양대 교수(한), 손범규 변호사(한), 이명우 전 이명박 후보 상근특보(한), 안형호 지역위원장(민), 정경화 고양시위원회 부위원장(노), 이태규 이명박 캠프 전략기획팀장(무) 등이다.
‘충남 오랜 정치 1번지’ 공주·연기 지역 심대평 정치적 텃밭
유시민 의원 지역구 고양 덕양갑, ‘무주공산’ 누가 차지하나
유 의원의 보좌관 출신으로 대선후보 경선캠프 종합상황실장을 지낸 김태경씨는 예비후보 등록을 마치고 유 의원의 지역구를 잇겠다는 의지를 내비쳤으며 ‘노의 남자’로 알려진 이치범 전 환경부장관도 출마를 거론중이다.
‘무주공산’의 새 주인은 심상정 위원장과 이치범 전 장관, 이명우 전 특보의 접전으로 정해질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리얼미터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들 중 이명우 전 특보가 44.9%로 강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전 특보의 뒤를 이어 이치범 전 장관이 19.8%, 심상정 위원장이 17.7%의 지지율을 보였다.
인지도에서는 심상정 위원장이 63.8%로 가장 앞서고 있다. 하지만 덕양갑은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51.9%, 정동영 24.6%, 이회창 12.3%의 득표율을 보인 바 있어 한나라당 후보에 유리하게 작용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치범 전 장관의 경우 참여정부에서 장관을 했다는 이력이 부정적 시각을 낳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선가능성에서는 이명우 후보가 53.5%, 심상정 의원이 14.1%, 이치범 후보가 10.7%를 기록, 지지율에서 3위였던 심상정 의원이 당선가능성에서 2위로 순위가 올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