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도 키우고 사발도 굽고 그러지요
나무도 키우고 사발도 굽고 그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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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발 장인 모(某)씨

"요새 농장에 가서 뭐하십니까?"
"나무도 키우고 사발도 굽고 그러지요."
"사발요?"
"네, 우리 나라 전통 사발을 굽지요."
"사발도 도자기의 일종 아닌가요?"
"사발도 도자기는 도자기지요. 하지만 저는 도자기 중에서도 사발만 굽거든요."

내가 그분을 만난 것은 제법 오래 되었다. 처음 나는 그분이 무엇을 하는 분인지 잘 몰랐다. 그저 매주 월요일 아침이면 늘 나와 같은 시외버스, 그러니까 양산, 언양, 경주를 경유해서 포항으로 가는 그 버스를 같이 타는 조금 낯익은 승객의 한사람에 불과했다.

그분은 월요일이면 늘 내가 시외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그 장소에 나와 나처럼 담배를 한대 피우며 우두커니 서 있다가 그 버스가 오면 나와 같이 줄을 서서 버스에 올랐다. 하지만 나는 한번도 그분과 말을 붙혀보지 않았다. 그저 스쳐 지나가는 그런 인연이겠거니 하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분은 늘 한복을 입고 다녔다. 요즈음은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점퍼와 청바지 차림으로 다니지만 지난 11월까지만 하더라도 그분은 늘 헐렁한 개량한복 차림이었다. 그리고 그분은 늘 양산을 지나 웅상읍 근처의 고속도로에서 내렸다. 그곳은 원래 차가 서지 않는 곳이었지만 운전기사들은 그분을 늘 그자리에 내려주었다.

차를 타고 오는 동안 그분은 운전기사와 여러 가지 농담을 종종 주고 받는 것으로 보아 운전기사들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듯했다. 그분이 내리는 곳은 다랑이밭이 겹겹이 쌓여있는 한적한 시골마을이었다. 그분은 고속도로에서 내려 그 다랑이밭으로 산토끼처럼 훌쩍 뛰어내려 밭둑을 타고 그 마을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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