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그룹(이하 금호아시아나)의 괴력(?)이 재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지난 2006년 대우건설 인수합병(M&A)에 이어 이번엔 한국 1위 물류기업인 대한통운 인수전에서도 승전보를 울렸기 때문이다. <시사신문>이 금호아시아나의 거침없는 질주를 따라가 봤다.
올해 인수합병 최대어 대한통운 인수로 기업 가치 급상승
가족간 분란 막기 위해 합의경영 원칙에 형제경영 대물림

자산규모 1조5천억 원인 대한통운 인수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금호호(號) 선장인 박삼구 회장이 내세운 ?글로벌 물류 강자? 목표에 한 발짝 다가서게 된 까닭이다. 경쟁기업인 한진그룹의 추격에 사실상 쐐기를 박은 셈이기도 하다. 재계 순위 11위(공기업 및 민영화된 공기업 제외)에 불과하던 금호아시아나가 2006년 자산 6조원대의 대우건설 인수에 성공해 재계 7위로 껑충 뛰어오른 뒤 이번 대한통운 인수로 넘볼 수 없는 부동의 7위를 굳히게 된 것이다.
법원이 인수제안서를 평가한 뒤 내놓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유도 금호아시아나의 이미지 제고엔 큰 도움이 됐다. 법원은 인수 후 경영능력과 사업계획 물류증대 등 합병효과가 가장 클 것으로 내다봤고, 특히 종업원의 고용안정 등에 가장 큰 점수를 준 것으로 알려졌다. 한마디로 대한통운이 금호아시아나로 넘어가면 가장 큰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는 얘기다.
형제경영은 금호의 힘!
금호아시아나의 이번 대한통운 인수는 지난 2006년 대우건설 인수합병을 통해 재계 7위로 껑충 뛰어오른 금호아시아나의 더 큰 도약으로의 발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공격경영’을 내세운 박 회장은 “강한 그룹, 500년 영속기반 구축을 비전으로 삼아 과감한 M&A전략을 펼치겠다”고 밝힌바 있다.
대우건설 인수 당시 일부에서는 금호아시아나가 무모하게 몸집 불리기에 나선다는 비난을 내비치기도 했다. 특히 자산 12조원이던 금호아시아나가 자산 6조원에 달하는 대우건설을 인수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상황이 아니었다. 당시 두산, 한화, 프라임, 유진 등 경쟁 상대들도 만만찮아 난항을 거듭했는데 결국 금호아시아나는 대우건설 인수합병을 성공시켰다.
이렇듯 금호아시아나가 잇따라 기업 인수합병을 통해 그룹성장에 성공을 거두는 이면에는 ‘형제경영’이란 금호아시아나 특유의 경영스타일이 바탕에 깔려있다. 대다수 그룹들이 장자승계를 원칙으로 형제간에 지분다툼이 심심찮게 벌어지는 것과 달리 금호아시아나는 가족간 분란을 막기 위해 남자들에게만 상속한다는 ‘합의경영’ 원칙 하에 창업 2세 가구별로 똑같은 지분을 확보, 경영권을 공유하는 ‘형제경영’ 대물림을 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의 형제경영을 보자면, 1984년 6월 타계한 박인천 창업회장의 뒤를 이어 2대 회장에 그룹 부회장이었던 장남인 박성용 금호실업 사장이 취임했다. 아시아나항공을 출범시키며 금호아시아나를 국제적 기업으로 일궈냈다는 평가를 받은 박성용 회장은 65세가 되던 그룹 창립 50주년(96년)에 바로 아래 동생인 박정구 회장에게 스스로 회장직을 물려주었다. 자신의 아들이 아닌 형제에게 경영권을 승계해 준 것이다.

철저한 동등지분 원칙으로 창업 2세 형제들이 그룹 지분을 똑같이 나눠 가지며 형제경영을 이어온 금호아시아나는 3세도 이 같은 전통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금호아시아나 2세들은 공교롭게도 각각 1명씩의 아들을 두고 있다. 고 박성용 명예회장은 아들 재영씨, 고 박정구 명예회장 아들 철완씨, 박삼구 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아들 세창 씨, 박찬구 화학부문 회장 아들 준경 씨 등이다.
지난해 4월 박삼구 회장의 조카인 재영 씨가 자신이 보유한 금호석유화학 주식을 처분하면서 ‘형제경영’의 황금분할이 깨지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지만 재계에서 보기 드문 ‘형제경영’의 전통은 여전히 금호아시아나의 바탕이 되어 기업성장을 일구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금호아시아나는 '기업을 통한 국가공헌 및 사회기여'라는 경영철학을 내걸고 폭넓은 사회공헌활동도 펼치고 있다. 지탄받지 않는 경영, 협력사 상생 경영, 장애인 등 소외계층 돕기, 헌혈 운동, 문화예술 지원, 아름다운 노사문화, 환경 안전경영 등 7가지 실천과제를 통한 사회 공헌으로 기업의 좋은 이미지를 심어가고 있다.
박삼구 회장의 고민은?
한편 승승장구하고 있는 박삼구 회장에게도 고민은 있다. 금호타이어가 아직까지 항공기용 타이어를 생산하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금호타이어를 2015년까지 세계 5위 회사로 도약시키겠다는 비전을 그룹 안팎에 공표한 박 회장으로서는 당연히 뒷맛이 개운할 리 없는 대목이다. 아시아나항공은 현재 미쉐린, 브릿지스톤 등 타이어 전량을 수입제품에 의존하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지난 1961년 타이어 첫 생산, 1975년 군용항공기 타이어 개발 완료, 1992년 민항기용 타이어 국내 최초 개발 등 타이어 업계의 수성에서 기염을 토했지만 아직까지 민항기용 타이어의 상품화는 이루지 못하고 있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현재 항공기 타이어는 보잉 737-400 타이어를 개발 완료해 건교부 산하 항공안전본부의 KTSO 승인을 획득한 상태"라며 "미연방항공청의 승인과 보잉사의 승인이 나오면 곧 민항기 장착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