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리클린'에 취해서 쓰러진 적 한두 번 아니다
드리클린'에 취해서 쓰러진 적 한두 번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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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추억 속의 그 ‘공장일기’

그렇게 나는 빠우쟁이 근무에도 어느 정도 숙달이 되어가고 있었다. 빠우쟁이? 그래. 그 당시 공장사람들은 연마실에 근무하는 우리를 보고 빠우쟁이 또는 광빠우, 라고 불렀다.

그렇게 연마실에서의 봄과 여름이 지나가고 어느덧 가을로 접어들게 되었다. 그때쯤 나는 연마실의 여러 가지 공정들도 스스로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실력이 되었다.

그래. 사람은 환경의 동물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나는 연마실에서도 정말로 잘 적응해나가고 있었다. 당시 내가 시커먼 먼지구덩이 속에서도 꿋꿋하게 버텨낼 수 있었던 것은 어찌 보면 내 곁에 늘 문학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문학이란 자양분은 내게 끝없는 용기를 주었다.

그해 가을로 접어들면서 이상한 버릇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당시 연마실에서는 한 공정이 끝나면 반드시 '드리클린'이란 세척제로 제품을 씻었다.

'드리클린'은 휘발성이 매우 강한데다 알코올 비슷한 독특한 냄새가 났다. 그래서 현장 노동자들이 제품을 세척하다가 '드리클린'에 취해서 쓰러진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게다가 금방 부은 맑은 '드리클린'은 조금만 맡으면 정신이 몽롱해지면서, 마치 술에 취한 것처럼 기분이 좋아지기도 했다. 그러니까 금속 제품을 세척하는 그 '드리클린'에는 일종의 마약 성분 같은 것이 들어 있었는지도 잘 모르겠다.

하여튼 연마실에서의 나는 늘 취해 있었다. 그 취함은 마치 어제 마구 마신 술이 아침이 되어도 덜 깬, 그런 상태와 비슷했다.

어쩌면 나는 그 취한 기분 때문에 먼지 속에서도 끝없이 반복되는 광빠우 작업의 짜증을 소화해낼 수 있었는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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