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아식, 끝까지 말꼬리 잡고 흔드냐?
짜아식, 끝까지 말꼬리 잡고 흔드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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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추억 속의 그 ‘공장일기’

“야! 빨랑빨랑 제품 넘기지 않고 뭘해?”
“아... 알겠심니더”
“오늘따라 제품 만지는 손동작이 영 시원찮은 것 보니 어제 술 많이 마셨나 보지?”

“술은 머슨 술예. 드리클린 냄새에 취해서 그렇다 아입니꺼.”
“핑계 없는 무덤이 없다더니, 꼭 너를 두고 하는 말인 것 같구나.”
“직접 이 작업을 한번 해 보실랍니꺼? 제 말이 ‘핑계 없는 무덤’인가, 참말인가...”

“짜아식 그거! 오늘따라 대게 말도 많구먼. 선배가 생각해서 말해주면 고맙다 여겨야지. 끝까지 말꼬리 잡고 흔드냐?”
“죄... 죄송합니더.”

그런 어느날이었다. 그날은 이상하게 아침부터 온몸이 나른하고 아팠다. 그러나 내게 주어진 일들을 소화해내지 않으면 안 되었다.

왜냐하면 모든 작업은 단계적인 공정으로 이어져 있었기 때문에, 만약 내가 작업을 하지 않게 되면 다음 공정을 맡은 노동자가 쉬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때 문득 '드리클린'이 떠올랐다. 나는 비교적 깨끗한 천 조각에 맑은 '드리클린'을 묻혀 작업 도중 간간히 그 냄새를 조금씩 맡으며 일했다. 그러자 피로는 곧 사라졌고 기분까지 좋아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한번은 그 냄새를 아주 세게 들이마셔 보았다. 그런데 그때 머리 양 끝에서 '윙' 하는 소리와 함께 허연 뭉개구름 같은 것들이 내 눈 앞에 가물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만이었다.

내가 일어났을 때 나는 작업장 한구석에 쓰레기통처럼 방치되어 있었다. 동료들은 내가 일을 하다가 갑자기 뒤로 '쿵' 하고 넘어졌다고 했다.

뒤로 넘어졌기에 천만다행이었지 만약 앞으로 넘어졌으면 큰 일 날 뻔했다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내 앞에는 빠우기가 세차게 돌아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사건(?)으로 나는 연마실로 옮긴지 불과 8개월 남짓만에 또 한번의 부서이동을 당하게 되었다.

그것도 연마실 공정을 모두 익히고, 부서장의 도움이 없이도 얼마든지 연마기 조작까지 할 수 있었던 그런 때였다. 그리고 그때가 하필이면 10·26사건이 마악 터진 그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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