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직 인수위가 고심 끝에 내정한 초대 국무총리 후보는 한승수 유엔기후특사였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한 특사를 국무총리로 지명, ‘이명박 정부’의 첫 발을 뗐다.
연륜 넘치는 외교 적격자
한승수 국무총리 지명자를 평하는 말 중 가장 앞서 있는 것은 ‘연륜이 넘친다’는 것이다. 한 지명자는 1936년생 강원도 춘천 태생으로 춘천고와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나왔다. 그는 요오크대와 캠브릿지대를 비롯해 서울대에서 경제학과 교수로 18년간 재직하며 학계에서의 경력을 쌓았다.
한 지명자와 ‘관운’이 본격적으로 펼쳐지기 시작한 것은 1987년 전두환 정부에서 상공부 무역위원회 초대위원장을 맡으면서 부터다. 그는 이어 노태우 정부에서 상공부 장관과 우루과이라운드(UR) 특별위원장을 역임했고, 김영삼 정부 때는 주미 한국대사와 대통령 비서실장,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 장관을 지냈다.
그는 김대중 정부에서도 국제의회연맹(IPU) 한국이사회 의장과 외교통상부 장관, 유엔총회 의장 등을 지내며 국제무대에서 이름을 알리는 계기를 마련했다. 참여정부에서는 이러한 국제경험을 십분 활용해 2014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원회 위원장을 맡기도 했으며 지난해 5월부터 유엔 기후변화특사로 활동하고 있다.
정치권과의 인연도 각별하다. 한 지명자는 관계에 몸담은 이듬해 자신의 고향인 춘천에서 민정당 지역구 의원에 당선, 13대 국회의원으로 정계에 들어섰다. 이후 15, 16대 국회의원을 역임하며 3선 의원으로 폭넓은 인맥을 구축했다.
그는 자기관리가 뛰어난 인물로 알려져 있다. 평소에는 온화한 성격이나 업무에는 치밀한 외유내강형 인물이라는 것이 주변의 평이다. 김영삼 정부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을 맡았던 그는 원만한 성격과 일처리로 상도동 가신보다 더 신임받는 ‘도승지’로 통했으며 1990년 상공부 장관을 마치면서 2년3개월간 장관경험을 후임에게 비망록으로 남기는 등 그만의 ‘꼼꼼함’을 보였다.
운·때·시 3박자 맞았다
한승수 유엔기후특사가 국무총리 지명자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이러한 관록과 시기적 요소, 정치적 상황의 결합이라고 볼 수 있다.
그는 이 당선인과 개인적인 인연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당선인이 찾던 총리상에는 가장 근접해있다. 이 당선인은 총리후보군 물색 과정에서 정치적 인사의 영입이 힘들어지자 ‘일하는 총리’로 눈을 돌렸다. 새 총리감에 대해 ‘자원외교’ 등을 들어 전 세계를 누비게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던 것.
이 당선인은 총리 인선 기준과 관련해 측근들에게 “국제 감각을 갖춘 사람이면 좋겠다”고 말했고 기자회견에서도 “자원외교를 할 사람”이라고 자신이 생각하는 총리감을 설명했다.
한 지명자는 이미 30대 후반부터 베네수엘라와 요르단의 재정자문관, 세계은행 재정자문관 등을 지내며 국제경험을 쌓아온 터라 이 당선인이 원하는 글로벌 총리에 적합했다는 게 정치권 일반의 시각이다.
이 당선인도 한 지명자에 대해 “국제적 경험과 국제적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우리가 지향하는 경제를 살리고, 통상과 자원외교를 할 수 있는 적격자로 생각했다”며 이러한 점을 부각시켰다.
경제학과 교수로 학계 인연 ‘탄탄’, 5개 정부서 관직운
춘천서 국회의원으로 당선 3선 의원으로 정치력 다져
이 당선인은 “과거 정부에서 일하는 동안 매우 화합적으로 일해 새 정권이 지향하는 국민화합 차원에서도 매우 적합한 인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이중적 의미를 지닌다. 실제 정권의 변화에도 흔들림 없는 모습을 보여 온 한 지명자를 지칭하는 것이자 그가 가진 화합적 요소에 주목했다는 것.
이 당선인과 한나라당이 ‘화합’을 펼쳐야 할 시기라는 점도 한 지명자에게는 유리하게 작용했다. 한 지명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처조카 사위로 박근혜 전 대표에게는 이종사촌형부다. 이는 힘을 잃은 ‘박근혜 총리’ 카드 대신 한 지명자를 통해 당 내 박 전 대표를 배려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또한 강원도 출신이라는 점은 총선에서의 지역적 배려로 해석이 가능하다.
한 지명자는 오랜 공직생활을 통해 부동산·병역·납세 등에서 충분한 검증을 거쳐 국회 인사청문회 통과가 수월할 것이라는 것도 ‘한승수 총리’ 카드를 매력적으로 보이게 했다. 하루빨리 ‘이명박 정부’가 안정을 찾아야 할 시기에 인사청문회가 발목을 잡아 새로운 인물을 물색하는 불상사가 있어서는 곤란하기 때문이다.
철학·소신 어디갔니?

그러나 이러한 우려에 대해 한 지명자의 측근들은 “모르는 소리”라고 일축한다. 한 지명자는 어린 시절부터 다져온 체력에 등산 등을 통해 자기관리에 힘써왔다는 것.
한 지명자는 특히 등산을 좋아해 경제부총리 시절 말레이시아의 최고층 빌딩을 35분 만에 오른 일이나 서울대 교수시절 학교 뒤 관악산을 매일 오르고, 상공부장관 시절에는 새벽 5시에 서울대에 차를 두고 관악산을 넘어 과천 정부청사로 출근하기도 했다.
‘일하는 총리’, 박근혜 전 대표 인척, 강원도 출신 ‘덕’
정권 바뀔 때마다 입장 달리해 소신과 철학 도마 위
그는 “어린 시절부터 많이 걷고 뛰고 한 것이 나이가 들어 건강을 유지하는 가장 좋은 자산이 됐지 않나 생각한다”며 “지금도 많이 걷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문제는 그의 철학에 관한 부분이다. 이는 한 지명자가 3선 국회의원으로 경력을 쌓는 동안 보인 ‘당 바꾸기’에 관한 것이기도 하다. 그는 제13대 총선에서 민정당 후보로 국회에 입성했으며 15대 국회의원으로 재선에 성공했다. 그러나 2000년 16대 총선에서는 한나라당의 공천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자 민국당으로 자리를 옮겨 출마, 당선됐다.
대통합민주신당 우상호 대변인은 “한 지명자는 여러 정권을 넘나든 과거형 인물”이라며 “이 당선인이 국민적 기대와 달리 과거형 인물을 첫번째 총리로 내세운 점에서 실망스럽다”고 지적했다.
김대중 정부에서 외교통상부 장관을 역임했을 때는 햇볕정책 전도사를 자임했지만 2002년 대선 직전 무소속에서 한나라당으로 복당하며 “대북 정책은 통일부 소관이고 대외 정책은 외교부 소관”이라고 말을 바꾼 것도 지적되고 있다.
이러한 점은 그가 자신의 원칙과 소신을 지키지 못하는 인물이라는 지적을 받게 하고 있다. 자신의 소신과는 달리 양지가 있으면 고개를 돌리는 ‘해바라기’같은 면모를 보였다는 것이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1980년대 헌정질서 파괴의 대명사격인 신군부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에 참여했다는 어두운 이력도 눈에 띤다.
또한 그는 1997년 한보 사태와 부실대출 책임을 지고 경제부총리를 물러나며 ‘IMF 사태’의 장본인 중 하나라는 비판을 받았다. 2004년 SK와 경영권 분쟁을 벌인 소버린자산운용의 사외외사로 추천된 점이나 론스타의 법률자문을 맡고 있는 김&장의 고문을 맡은 인사청문회에서 뜨거운 쟁점거리로 떠오를 전망이다.
한승수는 누구?
출생: 1936년 12월 28일
출생지: 강원도 춘천
학력: 춘천고, 연세대 정외과
이력:
1970~1971 베네수엘라정부초청 재정자문관
1971~1985 UNESCAP 경제자문
1987.06~1988.05 상공부 무역위원회 초대 위원장
1988~1992 제13대 국회의원
1988.12~1990.03 제34대 상공부 장관
1996~2000 제15대 국회의원
2001~2002 제30대 외교통상부 장관
2001.09~2002.09 제56차 유엔총회 의장
2002~2004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위원
2000~2004 제16대 국회의원
2002~ 춘천문화진흥재단 이사장
2002~ 옹기장학회 이사장
2005~ 2014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원회 위원장
2007.05~ 유엔 기후변화협약 특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