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현역의원 총선괴담에 “배 또 갈아타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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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합민주신당 ‘호남 물갈이’ 파장 일파만파

대통합민주신당에 ‘호남 물갈이’론이 뜨겁게 부상하고 있다. 민주당 박상천 대표가 신당과의 통합을 제의하며 시작된 호남 공천 관련 논의는 당 쇄신과 겹쳐 ‘물갈이 쓰나미’로 신당을 덮쳤다. 신당 손학규 대표는 “호남에서 당의 변화를 일굴 분들이 나와야 한다는 요구가 있다”며 “호남에서 제대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 (호남이) 언제든지 우리에 대한 지지를 철회할 수 있다”고 쇄신을 강조했다. 당 일각에서는 몇 %의 교체가 있을 것이라는 말부터 ‘호남 살생부’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설까지 각종 총선 괴담들이 떠돌고 있다. 민주당과 정면 충돌해야하는 정동영계는 당에 잔류할 것인지 탈당할 것인지를 고심하는 등 호남 공천을 둘러싼 파열음은 당의 내홍까지 불러오고 있는 형국이다.

▲ 4·9 총선 공천 ‘호남 물갈이’를 두고 대통합민주신당 내 당 지도부와 정동영계가 충돌하고 있다.


대통합민주신당이 호남을 두고 들끓고 있다. 민주당과의 합당과 당 쇄신 노력 등 각종 사안으로 호남 의원들의 물갈이가 예고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호남 공천부터 바꿔라”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에게 호남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민주당에게 호남은 정치적 텃밭이며 신당은 지난 대선 호남에서 80% 이상의 지지를 받아 지역적 기반을 마련했다. 이러한 호남의 중요성은 뜨거운 공천 열기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번 총선 공천은 어느 때보다 힘들 것이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일관된 답변이다.

16대 총선에서 호남 공천은 당시 민주당 총재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전두지휘했다. 김 전 대통령이 호남에 미치는 영향력은 막강했고 공천 불만은 자연스레 가라앉을 수밖에 없었다. 17대 총선에서는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이 호남을 두고 경쟁을 벌였다. 양 당의 물러설 수 없는 한판승이 펼쳐졌던 만큼 당내 공천 경쟁이 심하게 불거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18대 총선은 다르다. 김 전 대통령처럼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가 없으며 수많은 계파간 암투가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민주당과 신당의 합당이 이뤄질 경우 민주당계 인사와 신당 내 정동영계가 호남을 둔 정면 승부를 벌여야 하는 상황이 온다.

게다가 손 대표는 “대선에서 호남이 80% 이상의 지지를 보여줬지만 나중에 마지못해 지지해 준 측면이 있다. 호남에선 누가 공천되더라도 당선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인적 쇄신을 강조, 호남 공천 난항을 예고했다.

당 내 일부 인사들도 “호남 공천 역시 새로운 한국정치의 미래를 위해 ‘많이 고민한 흔적을 보였구나’ 하는 결과를 내야지 그렇지 않으면 실패한다”며 ‘호남 물갈이’에 찬성표를 던지고 있다.


대통합민주신당·민주당 합당 논의…호남지역 총선 물갈이 예고
박상천 “객관적인 기준에 의한 공천원칙 세울 것 제안” 속내는?

정치권 한 관계자는 “신당의 낮은 지지율로는 수도권에서 어떤 변화를 이루기 힘들 것”이라며 “그나마 대선에서 많은 표를 얻은 호남이 쇄신의 흔적을 가장 잘 드러내 줄 수 있는 곳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계파간 갈등과 당 지도부의 쇄신 의지까지 더해지며 호남 공천은 한 치 앞을 바라볼 수 없는 혼전양상으로 펼쳐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총선 괴담 신당 강타

민주당 박상천 대표가 신당과의 합당을 제의하며 “통합된 정당이 내부쇄신을 통해 국민이 바라는 인물들이 총선에 공천될 수 있도록 객관적인 기준에 의한 공천원칙을 세울 것을 제안한다. 통합이 최고의 쇄신이고 국민들께 감동을 줄 수 있는 쇄신은 통합의 계기에 이루어 질 수 있다”고 말한 것도 ‘호남 물갈이’를 겨냥한 것이다.

정치권은 박 대표의 발언에 대해 민주당과 신당이 합당을 이룰 시 민주당에서 신당으로 당적을 옮긴 호남 출신 인사 등의 교체가 있어야 하지 않느냐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러한 해석은 ‘호남 살생부’ 설로 이어져 호남 인사들의 목을 죄고 있다.

정균관 최고위원의 “총선 때마다 20∼30% 교체는 있어 왔는데, 그 이상 교체돼야 국민에게 쇄신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라는 주장도 인적 쇄신론에 불을 당겼다.

호남 의원들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호남 현역 의원인 장영달 의원은 물갈이론을 펴는 이들을 향해 “고향에 관심도 없던 사람들이 물갈이니 뭐니, 현역 의원 모함이나 해서는 도민의 지지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장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152명 가운데 무려 108명이 초선이었다. 4년전 열린우리당 대폭 물갈이가 결국 열린우리당 멸망을 가져왔다”며 “이랬기 때문에, 결국 열린우리당이 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매번 선거 때마다 보이지 않는 손이 국회의원들을 공천 교체하는데, 이것이야말로 후진 정치다. 특정 계보나 세력이 자기 사람을 심기 위해 고의적으로 나를 제거하겠다고 나오면, 거센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호남 의원들도 “대선 때 그 악조건 속에서도 80% 지지가 나오도록 뭉치게 만들었는데 호남 정치인이 죄인이냐”며 “물갈이는 새 물을 담겠다는 것인데 호남이 흙탕물이냐. 신당이 호남을 호주머니 속에 넣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라고 일갈했다.

정동영계 신당창당설 ‘솔솔’

신당 내 공천 갈등 중 특히 정동영계의 반발이 두드러진다. 공천 물갈이 쓰나미가 가장 크게 덮칠 것이 손 대표 체제의 ‘계륵’으로 평 받는 정동영계이기 때문이다.

손 대표는 공천에 대해 ‘무난한 공천은 무난한 죽음을 가져올 것’이라는 말을 강조하며 “신당의 정치적 생명과 미래가 달려있고 우리 모두 어떤 기득권도 버리겠다는 절체절명의 각오로 공천에 임할 것”이라는 강경한 의지를 밝혔다.

정치권은 손 대표가 말한 기득권 포기는 그 자신뿐 아니라 당내 최대 계파를 이루고 있는 정동영계를 지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동영계는 열린우리당 출신으로 참여정부에서 각종 요직을 맡았던 이들이 포진하고 있다. 이해찬 전 총리와 유시민 의원 등 친노파의 탈당으로 참여정부와 거리를 벌리고 있는 신당으로서는 이들의 희생을 통해 새롭게 태어나는 것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있을 수 있다는 것.


총선 호남 물갈이…배 갈아탄 호남의원 좌불안석
암암리에 물갈이 명단 ‘호남 살생부’ 설 떠돌아


박재승 공천심사위원장도 “계파나 지역 혹은 현역 여부에 가산점을 준다든지 안배를 한다든지 하는 일은 전혀 없을 것”이라고 못 박고 “지금 상황이 계파를 따지고 할 만큼 한가하지 않다. 민주주의의 견제와 균형을 복원시키는 차원에서 현역 의원도 나보다 더 훌륭한 사람이 있다면 이번에는 안 나간다고 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공천심사기준으로 여론, 당헌당규, 쇄신안을 들었다. 쇄신안은 △참여정부 당·정·청에서 큰 권한을 행사했던 인사들 중 책임이 무거운 인사 배제 △당 정체성을 무시하고 정책적 혼선을 부추긴 인사 △오만과 독선을 보인 인사 △비리와 부정에 연루됐던 인사 등을 인적 쇄신 대상으로 꼽고 있어 정동영계에는 아프게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정동영계는 이에 대해 “대선 참패로 당이 1부리그에서 2부리그로 강등됐는데, 구단주부터 모든 걸 다 바꾸는 게 아니라 마치 전반전 끝내고 후반전 맞는 것처럼 선수 몇 명 교체하고 가려고 한다”면서 “이대로는 미래가 없다”고 강력 반발했다.

이들은 “당에 남아 노선투쟁을 벌일 것인가, 아니면 밖에 나가 ‘새로운 길’을 모색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며 신당창당론을 제기하는 한편 “손 대표 세력과 운동권 386 세력, 2002년 후보단일화협의회에 참여했던 구(舊)민주계 세력 등 3자가 자신들의 이해관계로 맞물려 있는 체제”라며 “쇄신의 대상이 돼야 할 사람들이 쇄신을 주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여론조사? 경선? 전략공천?

‘호남 물갈이’가 이뤄질 공천 방법에 대한 견해에서도 당 내 의견이 첨예한 대립을 이루고 있다. 당내 일각에서는 “함량미달인 의원이나 당의 판단으로 봐서 정체성 등에 문제가 있는 사람은 당연히 걸러내야 한다”며 “영호남은 유권자의 선택권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만큼 당에서 옥석을 가려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이를 통해 현역 의원이 유리한 경선보다는 중앙당이 특정 인사를 내려 보내는 전략공천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

반면 정동영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은 “손 대표 등 지도부가 정략적 차원에서 호남 공천을 하면 좌시하지 않겠다”고 날을 세우고 있다.

당 지도부는 공천에 대해 경선의 입장을 밝혔지만 호남 현역의원 중 일부는 “공천에 지역구 주민들의 여론조사가 반영되야 한다. 본인의 결단과 주민의 여론에 의해 진퇴가 결정되도록 하는 것이 정치인에 대한 최소한의 인권 보호”라고 강변하고 있다. 이들은 “경선은 폐단이 많기 때문에 반대한다”는 뜻을 강조, 당 지도부와의 마찰을 예고했다.

공천 문제와 관련 당내 갈등이 위험수준에 이르자 손 대표는 “(물갈이 폭을) 30%다, 40%다 하는 식으로 얘기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선거라는 현실을 외면해선 안 된다. 적절히 조화해야 한다”고 조심스러워했다.

통합과 공천 모두에 속도를 내고 있는 신당, 정치권은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신당의 호남 공천에 시선을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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