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親李vs親朴계는 한나라당 최대 지지기반인 이른 바 ‘영남대전’을 앞두고 치밀한 물밑 계산에 들어갔다. 특히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긴 세월 동안 ‘맹주’임을 자처하는 영남권 지역에는 벌써부터 親李계가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며 피바람을 예고하고 있다.
親李·親朴 ‘영남대전(大戰)’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때 이명박 당선인의 저격수를 자임했던 유승민(대구 동구을) 의원에게 박창달 전 의원이 도전장을 냈다. 박 전 의원은 경선 초반부터 이 당선인 캠프에서 유세총괄부단장으로 활동했다. 유 의원은 박 전 의원이 지난 2005년 선거법 위반으로 당선이 무효처리 된 까닭에 보궐선거에 나가 ‘금뺏지’를 움켜쥐게 됐다. 특히 이 지역에는 이 당선인의 6·3동지회 출신인 서훈 전 의원도 출마의 뜻을 밝히고 있다.
부산 사하갑에는 박 전 대표 측근 엄호성 의원에게 언론인 출신 김해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 기획조정분과 전문위원과 이 당선인을 도왔던 문정수 전 부산시장이 출사표를 던졌다. 경북 고령·성주·칠곡에는 이 당선인 최측근인 박영준 당선인비서실 총괄팀장이 이인기 의원에게 도전장을 던졌다. 여기에 이 당선인을 도왔던 주진우 전 의원도 이미 출사표를 던져놓은 상태다.
경북 군위·의성·청송에는 인수위 대변인실 자문위원인 김좌열 전 경북일보 편집국장이 박 전 대표의 대변인을 맡았던 김재원 의원에게 도전장을 던질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 거창·함양·산청(이강두 의원 지역구)에는 김창호 중앙선대위 방송특보가 도전장을 낼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 대변인 출신으로 부산 지역 조직을 관리하며 이 당선인을 도왔던 조양환 부산시의회 부의장도 박 전 대표를 도왔던 유기준 의원에게 도전장을 내던졌다.
대선 때 이회창 전 총재를 맹비난하며 이 당선인 지원사격에 나섰던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인 김현철씨는 박 전 대표 진영의 김기춘(3선) 의원의 지역구인 경남 거제 출마를 선언했다. 정계은퇴를 선언한 김용갑(3선·경남 밀양) 의원의 빈자리는 이 당선인을 서울시장 시절부터 보좌해온 조해진 당선인 부대변인과 김용갑 의원의 보좌관 출신인 김형진씨가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4·9 총선 ‘공천함수’
한나라당이 내홍에 휩싸였다. 이른 바 공천 물갈이 폭에 따른 친박계의 집단반발 때문이다. 안강민 공천심사위원장은 “과반 의석을 차지할 공천을 하겠다. 계파 안배는 없다”는 말로 친박계의 발목을 잡았다.
하지만 당내 상황은 다르다. 당 안팎에서는 벌써부터 “OOO 의원 XXX 계파 핵심이어서 못 건드린다”, “△△△ 의원은 재공천을 약속받았다”는 등의 ‘공천괴담’이 떠돌고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당선인과 박근혜 전 대표가 회동을 마친 뒤 친박계 의원들 일부는 “우리 쪽 40명 중 30명은 재공천을 받게 될 것”이라는 속셈을 했다. ‘친이’ 의원은 이에 대해 “친박 의원들을 차별한다는 소리가 듣기 싫어 공천을 준다면 친이 의원들에게도 모두 공천을 줘야 한다. 역차별을 한다면 우리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나라당 지도부의 고민이 여기에 있다. 당 지지율이 50% 안팎의 고공행진을 하고 있긴 하지만 “당이 살기 위해 개혁 공천을 해야 한다”는 논리가 친박계에게 ‘씨알’이 먹히지 않기 때문이다.
親李·親朴 제2차 ‘공천전쟁’, 영남권 親李 “새 술은 새 부대 담아라”
“XXX 계파 핵심이어서 절대 못 건드린다”, △△△ 의원 재공천 약속
한나라당은 ‘차떼기 파문’으로 당 존립마저 위험했던 지난 2004년 총선 때에는 현역의원 36.4%를 물갈이했다.
따라서 한나라당 경선 당시 이 당선인 경선 공동선대위원장을 지낸 김덕룡 의원과 박근혜 총괄본부장이었던 김무성 의원은 좌불안석이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당 지지율도 높은데 ‘칼로 무 베듯’ 양 캠프의 핵심들을 자를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도 많다.
지도부가 이런 상황을 헤쳐 나가려면 공천 개혁을 주장하는 소장파 의원들의 결집된 목소리가 필요하다. 하지만 한나라당 내 소장파 모임들은 모두 경선 과정에서 줄을 서는 바람에 사실상 해체된 상태다.
여기에 ‘0순위 예비군’들이 이 당선인을 도왔던 원외 인사라는 점도 ‘걸림돌’이다. 친박계 한 의원은 “참신한 인물을 등용시키자는 데는 동감하지만 이 당선인 측 사람들을 등원시키기 위한 물갈이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나라당의 공천 함수. 과연 이 당선인과 한나라당 지도부는 이 함수를 어떻게 풀어나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핵’은 ‘부패사건 전력자’
본격적인 공천작업에 들어간 한나라당호가 ‘암초’에 부딪쳤다. 이른 바 부정비리 연루자를 공천에서 배제하도록 한 당규 때문이다.
당규를 그대로 적용할 경우 박근혜 전 대표 좌장인 김무성 의원도 포함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박 전 대표 측은 이에 대해 “공천심사에 들어가자마자 공심위가 아닌 당 일각에서 특정인의 공천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의도적인 일”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인명진 윤리위원장이 “당헌·당규에 따라 사법처리를 받은 사람은 공천에 배제해야 한다”는 발언이나 안상수 원내대표가 “국민의 요구와 시대정신을 담기 위해서는 깨끗한 인물을 공천해야 한다. 당규에 규정된 대로 부정·부패사건으로 처벌받은 전력자는 절대 선택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해 7월 개정된 한나라당의 공직후보자 추천 관련 당규는 부정부패 또는 비리전력을 가진 사람은 공천을 받을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에는 시효에 대한 규정이 없어 수십 년 전의 비위사실도 공천 부적격 사유가 될 수 있다.
이처럼 모호한 규정을 적용하면 공천을 받지 못하게 되는 현역의원들이 상당수에 이른다. 남경필 의원은 2000년 허위학력 기재로 인한 선거법 위반 혐의로 벌금 70만원을 선고받았고, 홍준표 의원도 지난 15대 총선 때 선거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3선의 김무성(부산 남을) 최고의원은 12년 전인 1996년 수뢰사건으로 벌금형을 받은데 이어 2000년에는 민주당 후보에게 돈을 건넨 혐의로 벌금형을 받았다. 하지만 이들은 그 다음 총선에서 당선돼 이미 유권자의 심판을 받은 상태다.
‘핵’ 부패사건 전력자 “김 의원 집중 공격은 박 전 대표 측 봉쇄작업
親朴계 의원 35명 공심위와 전면혈투, “김무성 의원과 한 배 타겠다”
이와 함께 의원직 상실에 해당하는 형(선거법상 벌금 100만원 이상, 형사사선은 금고형 이상)을 선고받지 않은 의원 20여 명도 공천이 배제될 수 있다.
따라서 박 전 대표 측의 반발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박 전 대표 측 한 인사는 “공심위 출범 후 김무성 의원에 대한 표적공세가 시작된 것”이라며 “이미 지역 유권자의 심판을 받아 의원직에 당선된 김 의원을 집중 공격하는 것은 박 전 대표 측에 대한 의도적인 봉쇄작업에 다름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김 의원도 “김대중 정부 때 야당 탄압을 당하면서 생긴 일인데 이를 옹호해줘야 할 당 내부에서 이런 공격을 받는 것은 억울하다”며 강력한 불만을 드러냈다.
"김무성과 한 배 타겠다“
한나라당 친박계 의원 35명이 뇌물수수 및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확정 판결을 받은 인사들의 공천 신청을 배제하겠다는 공천심사위 발표에 따라 공천배제 대상이 된 김무성 최고위원과 정치적 운명을 같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친박계 이혜훈 의원은 1월30일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늘 국회 본회의가 끝난 후 친박계 의원들이 모여 김무성 최고위원과 정치적 정치적 운명을 같이하기로 뜻을 모았다. 27명이 회의에 참여했고, 모임을 가졌다는 연락을 받고 8명이 전화로 이름을 넣어달라고 해 도합 35명이 됐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또 “(현재 당헌당규는) 4·25 재보선이 끝나고 당의 중지를 모아 개정된 것이 아니라 경선이 끝난 지난해 9월 경황 없는 와중에 개정됐고, 대부분의 의원들이 당헌 당규 개정 사실조차 잘 몰랐다. 또 초안에는 사면복권 단서조항이 있었는데 순식간에 빠져버렸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당헌당규와 관련 “어떤 의도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급작스럽게 중지를 모으지 않은 상태에서 개정됐고, 부적절한 당헌당규이니 손질해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다”며 “공천 일정이 바쁘니 개정을 미루고 신축적으로 적용하자는 말이 있어 여기까지 온 것인데 이 마당까지 왔으니 확실하게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고 지적했다.
한편, 김 최고위원과 정치적 운명을 같이하겠다고 밝힌 35명 의원 명단은 다음과 같다. 김기춘 김무성 김성조 김영선 김용갑 김태환 김학송 김학원 문희 서병수 송영선 심재엽 안명옥 안홍준 엄호성 유기준 유승민 유정복 이계진 이인기 이혜훈 정갑윤 주성영 최경환 한선교 허태열 황진하 김재원 박세환 서상기 이경재 이규택 이진구 이해봉 정희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