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가루 집안의 낭만 섞인 판타지
콩가루 집안의 낭만 섞인 판타지
  • 오공훈
  • 승인 2004.11.22 16: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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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개봉영화 '귀여워'
어머니는 제각각이지만 그런 건 애시당초 관심 없는 삼형제가 있다. 장남은 여자를 너무 모르는 순진한 퀵서비스맨 963(김석훈). 하지만 오토바이를 타고 달릴 때 '후까시' 하나는 완전히 제임스 딘이다. 둘째 개코(선우)는 발랑 까져서 애비를 우습게 여기지만, 그래도 제일 효자다. 셋째 뭐시기(정재영)는 늦게 가족을 찾은 죄로 그만 막내가 되어버린 건달. 아버지 장수로(장선우)는 과거 박수무당 시절, 찾아온 중년여인네들에게 씨를 나눠주어 이름을 날렸다. 이렇게 화목하게(?) 살던 네 부자에게 순이(예지원)라는 여인이 나타나는데... '귀여워'는 세 명의 배다른 아들을 둔 아버지와 그 아들이 주워온 여자 순이를 둘러싸고 벌이는 요절복통 코미디 영화. '나쁜 영화'에서 조감독으로 활동했던 김수현 감독의 첫 데뷔작이다.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으로 흥행적·비평적 재난을 맞이한 후 두문불출하던 장선우 감독이 놀랍게도 배우로 변신, 사이비 박수무당 아버지로 등장한다. 그리고 김석훈, 선우, 정재영이 각각 퀵서비스맨·견인 운전기사·조폭건달 아들로 나온다. 예측불허의 순진함과 요염함을 풍기는 순이는 예지원이 열연한다. '귀여워'는 쉽게 잊기 힘든 독특한 매력으로 넘치는 영화다. 전개 상 다소 매끄럽지 못한 부분도 있으나, 황학동 철거촌을 배경으로 '콩가루 집안'이 벌이는 한바탕 소동극은 유머러스하면서도 환상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귀여워'는 제작부터 개봉까지 많은 우여곡절을 겪은 영화. 이 영화에 담긴 비주류적인 정서는 대중들의 일반적인 취향과 차이가 있을 듯 싶다. 하지만 그 독특한 개성과 창의력으로 인해 한국영화의 지평을 넓히는 긍정적인 작품으로 자리매김 될 만 하다. 11월 26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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