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개봉영화 '클린'
장만옥은 이제 중화권을 넘어 세계적인 배우로 탄탄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1980년대 성룡 영화에 출연하던 깜찍하고 귀여운 모습을 거쳐, 1990년대에는 주로 왕가위의 영화들을 통해 우아하고 성숙한 매력으로 팬들의 눈을 사로잡고 있다.
장만옥의 고혹적인 이미지가 정점에 오른 영화로 아무래도 왕가위 감독의 2000년 작 '화양연화'를 꼽을 수 있는데, 그런 이유로 많은 팬들은 이 영화의 속편 격인 '2046'을 오매불망 기다리기도 했다. 하지만 '2046'에서의 장만옥은 거의 엑스트라에 가까운 모습이라 적잖은 아쉬움을 안겨줬다.
그러나 서운함은 아직 이르다. 장만옥이 올해 칸느영화제 여우주연상을 타게 한 영화 '클린'이 개봉하기 때문. 영화평론가 출신 프랑스 감독이자 장만옥의 전 남편이기도 한 올리비에 아사야스가 만든 '클린'에서, 장만옥은 우리의 선입견을 한참 뛰어넘는 파격적인 변신을 한다.
'클린'에서 장만옥은 유명 록 싱어의 아내이자 마약중독자로 나온다. 그녀가 우연히 건네준 마약으로 남편이 사망하자 온갖 비난을 뒤집어 쓴 장만옥은 감옥에서 나온 후 처절한 갱생의 길을 걷는다는 내용. 브라이언 이노의 몽환적인 모던 록 사운드가 충만한 가운데, 장만옥은 오노 요코와 커트니 러브를 합친 듯한 격정적인 반항녀의 면모를 특유의 기품 있는 분위기를 통해 성공적으로 표현해 낸다. 사려 깊은 시아버지로 나오는 닉 놀테의 중후한 연기도 일품. 11월 26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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