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수만 맛 지킴이 ‘새조개’ 드시러 오세요
천수만 맛 지킴이 ‘새조개’ 드시러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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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 지어 날아오르는 철새들의 장관도 함께 볼 수 있어

새조개는 속살에 붙어 있는 발이 새부리를 닮았다 해서 새조개(鳥蛤)로 불리운다. 1월에서 3월 사이에 잡히는 것이 가장 맛이 좋으며, 샤브샤브로 살짝 익혀서 먹으면 조갯살의 부드러운 맛과 감칠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특히 충청남도 홍성군 남당항에서 잡히는 천수만 새조개는 조개 중에 ‘명품’이라 칭한다.

새조개는 맛과 향은 물론 필수 아미노산과 철분 등 영양가가 풍부해‘하늘이 내린 선물’로 불릴 정도로 고영양 해물로 명품 조개인 새조개는 산란기 이후 12월에서 3월까지의 겨울철이 가장 맛있다.

이때야말로 굵으면서도 육질이 최고로 부드러운 새조개를 맛볼 수 있는 시기. 새조개는 양식이 불가능 하고 다른 조개들이 바닷물이 빠져 갯벌이 들어 났을 때 캐는 것과는 다르게 잡는 방법 또한 특이하다. 배를 타고 나가 형망(끌방)으로 바닥을 긁어서 잡아야만 만질 수 있다고 한다.

샤브샤브, 초밥, 죽…요리 방법도 가지가지

새조개 요리를 살펴보면 새조개는 날 것으로 초장에 찍어 먹거나 은박지를 깔고 구워먹으면 담백하고 쫄깃한 맛이 일품이다. 냄비에 파, 마늘, 버섯, 무우 등 양념을 넣어 끓는 육수에 살짝(4~5초) 데쳐 초장에 찍어 먹는 샤브샤브. 단 너무 오래 익히면 질겨져서 맛이 반감된다. 새조개를 건져 먹은 후 국수사리나 라면만 넣어 끓여 먹으면 구수하고 담백한 국물 맛이 일품이다. 초밥 재료로 새조개를 활용하면 으뜸이다. 일본에서는 새조개 초밥을 최고로 꼽고 있다.

새조개살을 끓은 물에 살짝 데친 후 꺼내서 마늘, 양파, 풋고추, 고춧가루, 고추장, 참기름 등과 갖은 양념과 무쳐서 먹으면 그 맛은 둘이 먹다가 하나가 집에 가도 모른다.

매년 천수만의 1월은 새조개 축제로 한창이었다. 그러나 2008년 천수만의 겨울은 조용하기만 하다. 그 이유는 서해안 기름유출사고라는 복병을 만났기 때문이다. 항포구에 위치한 50여개의 가게 앞에서 손님을 찾아보기가 힘들어 졌다.

오염사고가 발생하자 주민들은 천수만으로 연결되는 해상에 2중 3중으로 오일펜스를 설치하여 천수만으로 유입되는 기름유막을 사전에 차단하여 예전 그대로의 천수만을 유지하고 있으나 대다수의 국민들이 천수만에서 나는 새조개 먹기를 꺼려하고 있다.

한창 호황을 누려야 할 때에 손을 놓고 있는 상가주인들의 마음은 어떨까?

황봉순할머니는 오늘도 아침부터 나와 손님에게 내어갈 새조개를 준비하고 있다. 수년 동안 새조개 장사를 해왔다는 황봉순(71세)할머니는 요즘 “기름유출사고가 있은 후부터 만원어치도 못 팔고 들어가는 날이 허다하다”며 “평소의 절반도 오지 않지만 그나마 이따금씩 찾아오는 단골손님들이 있어 다행일 뿐 이다”고 말했다.

황 할머니는 이어 “새조개가 기름에 노출됐다면 바로 죽었을 것이다”며 “손님들이 문 앞에서 새조개에서 기름냄새가 나지 않느냐고 묻고 갈 때가 가장 속상하다"고 덧붙였다.

살을 파고드는 추운 바닷바람과 함께 찬물에 손을 넣어가며 일하는 황 할머니는 “붐비는 손님들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던 때가 그립다”며 손님들이 붐비지 않는 축제의 현장을 안타까워했다.

해양오염방제 자원봉사활동도 중요하지만, 서해안 하면 전체가 타르찌꺼기나 유류유출 피해에 대한 선입견을 버리고 피해가 전혀 없는 천수만 새조개를 애용하는 것 또한 서해안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주민들에 대한 커다란 자원 봉사가 아닐까?

날아오르는 철새떼 장관도 보고

천수만 입구에 들어서면 낯선 이의 등장으로 날아오르는 수천마리의 쇠기러기 떼를 볼 수 있다. 논을 박차고 날아오르는 모습이 그야 말로 장관이다. 서산 태안환경운동연합에서 운영하고 있는 ‘천수만 겨울 철새학교’에 참여하면 탐조투어버스를 타고 천수만 주변을 돌며 철새의 움직임을 직접 관찰할 수 있다. 버스 소리에 놀라 후두둑 날아올라가는 쇠기러기떼 모습이 장관을 이룬다.

갈대나 수풀로 가리워져 있어 작은 구멍을 통해 고개 숙여 철새들을 살펴보도록 탐조대가 마련되어 있으며 망원경을 통해서 보면 깨알 같이 조그맣게 보이던 철새들이 바로 눈앞에서 부리로 물을 헤집으며 먹이를 찾는 모습은 단연 아이들에게는 인기 순위 1위다.

천수만은 1984년에 간척사업으로 형성된 지역으로 방조제 공사로 생긴 담수호로 인해 주변에 대단위 농경지가 형성되어 겨울을 나고자 우리나라를 찾은 철새들에게 좋은 서식지가 되고 있으며 총 265종, 천연기념물 28종, 멸종위기종 10종, 환경부지정 보호종 32종의 철새와 텃새가 서식하고 있는데 가이드의 설명이 없다면 구분하기 어려운 백로, 왜가리, 큰고니, 청둥오리, 원앙, 쇠기러기 등이 천수만을 뒤덮고 있다.

고고한 듯 고개를 들고 우아하게 걸어가는 백로 옆을 청둥오리 쌍쌍이 정겹게 지나가니 멋진 그림 한 폭을 보는 듯하다.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가창오리는 떼를 지어 다니는데 한 무리가 날아오를 때마다 하늘과 호수가 온통 까맣게 되어 장관이 펼쳐진다. 운이 좋다면 멸종위기종인 노랑부리저어새도 볼 수 있다.

새들은 매우 민감한 감각 기관을 가지고 있어 오염된 장소에는 절대로 나타나지 않는다. 금년 천수만에는 예년보다 많은 겨울 철새가 찾아들었다. 그만큼 청정지역이라는 뜻이 아닐까?

2008년 겨울 천수만을 찾으면 제철만난 새조개를 통한 미각의 즐거움과 떼 지어 날아오르는 철새들을 장관을 이루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올 겨울은 천수만을 한 번 찾아봄이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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