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여당의 공천은 더욱 공정하고 엄격해 합니다.
명절 잘 쇠셨는지요. 복 많이 받으시길 기원합니다. 한 번도 뵌 적이 없으면서 불쑥 공개서한을 드립니다. 무례를 용서하시고 정치를 걱정하는 소시민의 충정이라 이해하십시오.
정치판의 관심은 온통 정당의 공천으로 몰려 있습니다. 특히 한나라당의 공천은 바로 당선이라는 신앙에 가까운 믿음 때문인지 한나라당은 문전성시를 이루고 신청자들은 합격을 기다리는 입시생처럼 입술이 타고 있습니다.
예비 야당인 대통합민주신당의 모습이 한심하고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가 압도적 표차로 당선이 되었기에 한나라당의 값은 더욱 치솟았고 위상도 엄청 달라졌습니다.
당연히 당원들의 목에는 힘이 들어가고 당의 요직이나 이른바 실세라고 하는 분들의 언행에도 진중함이 사라진 경우가 많습니다.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이해합니다만 고쳐야 하겠지요.
안강민 위원장님.
위원장님은 집권당의 공천심사위원장이란 중책을 맡으셨습니다. 지난 17대 총선에서도 공천심사를 하셨기에 공천심사에 관한 한 검증이 되신 분이고 국민들도 신뢰를 보내고 있으리라 믿습니다.
더구나 지난해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국민검증위원장을 맡으셨으니 당의 신뢰는 절대적이라고 하겠지요.
안 위원장님은 전두환·노태우 전직 대통령의 비자금 사건을 지휘하셨습니다. 16대·17대 총선에선 공천을 한나라당으로부터 제의 받았으나 거절했다고 들었습니다. 참으로 보기가 좋습니다.
국민들은 위원장님의 공천심사 결과에 대해 당의 어느 누구도 감히 이의나 불복을 하지 못하리라고 믿으며 안 변호사님을 공천심사위원장으로 결정한 것은 평소 한나라당에 비판적이던 저도 참 잘 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안강민 위원장님.
정당의 공천은 국회의원이 되려는 사람들에게는 죽고 사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더구나 한나라당 공천이 바로 당선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수단과 방법을 가릴 여지가 없습니다. 이미 체면같은 것은 팽개쳐 버린지 오래 되겠지요.
이런 연줄 저런 인연을 통해 위원장님께 얼마나 많은 이른바 로비라는 게 몰려오겠습니까.
실세를 팔고 학연과 지연 혈연 등 동원할 수 있는 자원은 모두 총동원 할 것입니다. 때로는 정말 물리치기 힘든 인사를 통해서 목을 매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직접 보지 않아도 눈에 선한 것은 제가 나이를 좀 먹은 덕으로 이 나라의 추악한 정치행태를 제법 많이 보아 왔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지금은 참 많이 좋아진 정치 환경이고 깨끗해진 정치판입니다. 예전에 민주당의 어느 공천신청자가 심사위원 집을 찾아와 마루바닥에 식칼을 꽂았다는 것이나 죽을 줄 알라는 예비경고로 촛불을 들고 갔다는 사건은 잊어버리고 싶은 전설입니다.
이제 그런 치졸한 행패는 없습니다. 대신 다른 것들이 있죠. 예를 들자면 국민들 다수가 ‘그럼 그렇지’ 하고 비웃은 바로 김무성 의원의 공천관련 사건입니다.
한나라당 당규 3조2항이 어떤 것임은 법률가이신 위원장님이 잘 아시리가 믿습니다. 박근혜 전 대표계파에서 강하게 반발하고 탈당과 분당 설까지 나오고 강재섭 당 대표의 당무거부라는 비상사태가 발생하자 한나라당 최고위원회는 어물쩍 봉합을 했습니다.
제가 법은 잘 모릅니다만 한 가지 아는 것은 만들어진 법은 지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필요에 따라 이렇게도 저렇게 해석이 되고 수시로 바뀐다면 이걸 어떻게 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까. 3조2항이란 당규는 안 지켜도 되는 것인지요.
“당을 나가라.” “간신이다” “당규를 지킨 게 죄냐” 등 등 입에 담기조차 거북한 험한 말들이 난무한 이른바 김무성 사건은 찻잔 속에 태풍인가요.
한나라당의 인명진 당 윤리위원장께서 분명하게 말했더군요.
“남의 손에 피 묻혀 징계하게 만들어놓고, 뒤로는 부패와 거래하려는 당의 의도를 용납할 수 없다”
“내가 망나니냐? 국민들 앞에서 여태까지 쇼를 한 거냐?”
“사람 우습게 만드는 거다. 현 당헌당규는 이상적으로 잘 만들어졌다”
“순진한 사람 데려다 칼 춤추게 하고 그동안 이용한 건가?”
“공천심사는 친이, 친박 시각을 기준으로 하면 안 된다”
“윤리위원장 직분은 당헌당규 수호하는 것이다. 그게 위협받는데 내가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는가. 당헌당규 잘 지키게 하는 게 바로 윤리위원장 역할이다”
“강재섭 대표도 여태까지 ‘부패와의 단절’이니 ‘클린’이니 하더니 이제 와서 얼굴 바꾸면 국민들 신뢰 얻을 수 있을 것 같으냐”
“공심위는 더 엄격하게 당헌당규 적용한 심사해야 맞다. 새사람이 들어와 정치판이 거듭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진, 중진하는데 무조건 특별대우 받는 게 중진이냐, 국민에게 더 큰 신뢰 받는 게 중진의 덕목이다”
안 위원장님.
저는 인명진 윤리위원장의 말이 옳다고 믿는 사람입니다만 안 위원장님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당의 중진의원이라면 당규와 상관없이 공천을 해 줘야 되는 것인지요. 이른바 중진이라고 하는 인사 중에는 국민들 눈에 저 사람은 이제 제발 정치를 그만 해야 된다고 평가되는 사람이 있습니다.
누구냐고 지적하라면 못할 것도 없지만 안 위원장님도 이미 알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그런 사람이 중진이란 이름값으로 공천을 받고 상종가인 한나라당의 인기에 편승해 당선이 된다 한들 국민의 눈에 비친 한나라당의 모습은 어떻게 될까요.
그런 의미에서 중진이든 실세이든 친 이든 친 박이든 결격사유가 있다면 당연히 공천에서 배제되어야 하며 설사 당규의 해석이 달라졌다 하더라도 당의 신뢰를 떨어트린 이번 사건의 당사자와 책임자 역시 책임을 반드시 물어 국민으로부터 믿음을 회복해야 할 것입니다.
안강민 위원장님.
지금 국민들 사이에서는 한나라당이 오만해 졌다는 말이 제법 있습니다. 솔직히 한나라당의 이명박 당선자가 얻은 득표는 차점자와 많은 차이가 있지만 따져보면 전체 유권자의 30% 수준입니다. 열 명중 3명만이 지지했다는 것인가요.
나머지 70%가 등을 돌리면 정치가 어렵습니다. 억지를 부리면 독재가 되고 국민의 저항을 받습니다.
지리멸렬 기진맥진 탈진한 예비 야당을 보고 자신 만만 할 수도 있지만 국민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 오만임을 알아야 합니다.
한나라당이 잘 해서 지지를 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죠. 한나라당의 승리는 경제를 살리겠다고 약속한 이명박 당선자와 국민간의 계약이 체결된 것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계약은 이행되지 않으면 국민들은 마음속으로 파기합니다. 국민은 지지를 철회하고 대통령은 임기동안 많이 힘들어 집니다. 현재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들도 생기고 있습니다.
인수위에 몸담은 부동산 전문가가 거액을 받고 부동산 투자상담을 했다가 쫓겨났습니다.
신용불량자 사면과 유류세 인하, 이동통신료 요금 문제 같은 서민경제에 확실하고 직접적인 효과를 미칠 수 있는 공약들이 뼈만 남았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실망합니다.
이명박 당선자의 최대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한반도 대운하’만 하더라도 국민의 절반 이상이 반대인데도 요지부동으로 느껴집니다.
이렇게 되면 공약이행을 기대하던 지지자들이 서서히 불안해 지기 시작합니다. 영어몰입교육 문제는 계층 간의 민감한 부분을 너무나 쉽게 건드렸습니다. 서민층과 중산층 일각에서 반발이 일어날 것은 당연합니다. 이런 점을 잊은 것은 아닌지요.
친한나라당이든 반한나라당이든 모든 국민은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설사 정치적 성향은 달라도 이 나라가 잘 되어야 한다는 소망에는 다를 바가 없습니다.
한나라당의 집권을 반대했더라도 이제는 좋은 정당으로서 바뀌어 이 나라를 위해 좋은 정책을 펴 주기를 바랍니다. 따라서 국회에서 활동할 한나라당의 의원들은 훌륭한 인물이 공천되어야 합니다.
한나라당의 공천은 더 할 나위 없이 중요하며 안 위원장님이 심사위원장이라는데 안도하는 국민들이 많고 그들 역시 이 나라를 사랑하는 국민들입니다.
대통합민주신당이 별 볼 일 없는 정당이니 한나라당 이름만 달고 나가면 무조건 당선이라는 오만한 생각을 하는 심사위원이 있다면 쫓아내십시오.
안 위원장님의 공천심사 기준에 ‘사’는 없고 ‘공’만 있었다는 사실이 이 나라 정치사에 기록되기를 바랍니다.
격무 잘 이겨내시고 건강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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