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박사 학위 논문 연구실적 인정 부교수에서 정교수로 승진 재임용
해당 교수 대다수 훈계조치…학교 이미지 실추에 학생들만 불안감 ‘확산’
인천 시립 전문대 교수들의 학력위조 사건이 갈수록 태산이다.
당초 학력위조로 불거진 사건이 점점 학교 측과 인천시 측의 책임 공방으로 과열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가짜 학위 또는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한 것으로 드러난 9명의 해당 교수들은 모두 이 학교의 정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러나 학교 측과 인천시 측은 이들에 대한 징계 처분은 커녕 서로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따라서 시민단체와 지역사회의 반발도 만만치 않은 상황.
‘평화와참여로가는 인천연대’(이하 연대) 측은 이에 대해 “시립 대학인 만큼 학교와 시 측의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한데도 불구, 책임 떠넘기기식의 인천시나 징계위조차 구성하지 않는 학교 측의 안일한 대응은 말이 안 된다”고 비난했다.
이어 “즉각 해당 교수들에 대한 교사자격을 박탈해야 옳을 것”이라고 촉구했다.
교수진들의 학력위조가 무더기로 적발된 인천전문대를 지난 2월12일 찾아가 봤다. 해당 부서 관계자는 이번 인천시의 감사결과에 따라 해당 교직원에게 징계위 출석을 요구하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나 정작 학력위조 건에 대해서는 처분을 미루고 있는 듯 보였다.
인천전문대 교무과 한 관계자는 “이번 인천시의 감사에서 지적을 받은 해당 교수들의 임용당시엔 박사학위가 있어야 한다는 조항은 없었을 것”이라면서 “그렇기 때문에 학력위조라고 볼 수는 없다”고 해명했다.
‘솜방망이 징계 처분이라는 비난이 쇄도하고 있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아직은 징계위에 회부되지 않았고 자세한 사항은 교무처에서 시달하는 대로 처리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징계위는 아직 구성되지 않은 상태. 이 관계자는 이에 대해 “그것까진 모르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한 학과에서만 무더기로…
이번에 적발된 9명의 인천전문대 교수들의 대다수는 한 학과에 편중돼 있어 충격을 더해주고 있다. 교수 A씨 등 2명은 지난 1997년 카자흐스탄 국립과학원에서 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며 대학 인사기록카드에 등재했지만 당시 해당 기관은 존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1994~1999년 필리핀 4개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딴 교수 7명도 출입국 기록과 대학 수강기록, 논문 승인 종합시험일이 서로 일치하지 않는 등 학위 취득과정을 제대로 밟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필리핀 모 대학에서 교육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B씨의 경우 학위 과정 9학기 동안 본인의 대학 수강기록과 출입국 기록이 겹치는 일수가 83일에 불과하고, 논문 승인 종합시험이 있었던 달에 출국한 사실이 없는데도 박사 학위를 딴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들 교수 가운데 2명이 박사 학위 논문을 연구실적으로 해 부교수에서 65세 정년이 보장되는 정교수로 승진 재임용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시는 이들 교수 9명을 모두 중징계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공무원 징계 시효(최장 3년)가 지나 훈계 처분하는데 그쳤고, 카자흐스탄에서 가짜 박사학위를 취득한 2명은 대학 인사기록카드에서 학위 내용을 삭제토록 지시했다. 이들의 교직원 직위는 해제되지 않았다.
교수임용방식 문제의혹 확산
그러자 시민단체와 지역사회에서 반발하고 나섰다. 연대의 한 관계자는 “공문서 위조 등의 관련법으론 사법처리가 어렵다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들이 교사인 만큼 도의적인 책임이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전문직업인 양성을 목적’으로 시 예산을 들여 운영되는 학교에서 치명적인 도덕적 결함을 지닌 교수들이 학생들을 가르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면서 해당 ‘양심불량’ 교수들이 자진 퇴진 할 것을 촉구했다.
또 “본인들이야 비난을 견뎌내면서 교직을 유지한다 하더라도 그들에게 교육 받는 학생들은 도대체 무엇이냐”면서 “교육을 받는 학생들은 말 할 것도 없거니와 수많은 학교 동문들에게도 이미지에 치명타를 준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학교의 학생들도 반발하긴 마찬가지. 도서관에서 만난 한 학생은 이에 대해 “학교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다는 것 자체가 충격”이라면서 “특히 한 학과에서 그렇게 많은 교수들이 적발됐다는데 ‘교수 임용 방식에 문제가 있지 않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은 실추된 학교 이미지로 인해 취업에 영향을 받지 않을까 우려를 표시했다. 이 학생은 “졸업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 이런 일이 터지니 앞으로 취업에 불이익을 당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인천전문대의 경우 박사 학위가 없어도 전임강사 이상 교원으로 임용될 수 있지만 4년제 대학으로의 전환설 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면서 “재임용에 불안감을 느낀 일부 교수들이 가짜 학위를 사거나 비정상적인 방법을 동원해 학위를 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인터뷰]장금석 평화와참여로가는 인천연대 사무처장
해당 교수들 ‘로비설’ 의혹 제기
장금석 사무처장에 따르면, 인천전문대의 이번 학력위조 사건은 ‘신정아 학력위조’건과 관련, 전국 대학의 임직원들의 학력을 자체 검증하는 과정에서 불거져 나왔다. 당초 인천전문대 내부 감사에선 학력위조가 드러나지 않았으나 인천시가 감사에 나서자 해당 교수들이 무더기로 적발된 것.
장 사무처장은 “9명의 해당 교수들은 전부 정교수로 이들은 만 65세까지 정년이 보장되는 상태”라면서 “이번 일이 무마될 경우, 신분상으론 재임용에서 탈락시킬 방법이 전혀 없는 상황” 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천시가 공개한 감사자료에 의하면 ‘학교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시켰다’는 표현이 나온다”면서 “인천전문대의 교원관리 규정의 징계관련 조항에 보면, 학교의 명예를 실추 시켰을 경우엔 징계대상으로 명시돼 있다”고 덧붙였다.
장 사무처장은 또 “그렇다면 징계위에 회부하는 방법밖엔 없는데 시에선 학교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고 학교에선 학내징계조항을 활용하지 않고 ‘쉬쉬’하고 있다”면서 “인천시 예산이 1년에 100억원이나 투입되고 있는데도 단순히 학교 내부 문제로만 몰아가는 것도 문제가 있지 않느냐”고 압박했다.
그는 또 “더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다”고 덧붙였다. 즉 교수들이 자신의 교직을 유지하기 위해 학교와 인천시 측에 로비를 할 수도 있다는 것. 이에 대해 장 사무처장은 “학교 측이 시간을 끌면 끌수록 해당 교수들은 빠져나갈 구멍이 많아질 것”이라면서 “자신의 직위를 유지하기 위해 로비를 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재 관련법규만으로는 이들을 제재할 방법이 없어 보인다”는 전문가의 전언이다. 해당 교수들을 제재할 수 있는 법적 조항은 ‘지방공무원법’. 이 법에 의하면 인신구속형 이상의 형을 받지 않은 공무원에 대해선 파면이나 해임조치를 할 수 없게 돼 있다.
장 사무처장은 이와 관련, “공문서 위조나 공무원법으로 이들을 해임할 수 없다하더라도 이는 학교의 명예를 치명적으로 실추시키고 학생들을 우롱하는 행위로 간주되기 때문에 반드시 이들의 교직을 박탈해야 마땅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