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의 기업에 대한 호감도가 지난해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하락한 것으로 조사돼 개선조짐을 보이던 반기업 정서가 다시 악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대한상공회의소와 현대경제연구원이 전국의 20세 이상 성인 2,035명을 대상으로 '2007년 하반기 기업호감도'를 조사한 결과 기업호감지수(CFI, Corporate Favorite Index)가 100점 만점에 46.6점으로 집계돼 평균점인 50점을 밑돈 것으로 조사됐다.
2003년말 첫 조사에서 38.2점을 기록한 기업호감지수는 이후 44.4점(04.12월), 48.5점(05.11월)으로 높아진 뒤 2006년 하반기에는 처음으로 50점을 넘었으나 2007년 상반기에 48.1점으로 낮아진 뒤 이번 조사에서 46.6점으로 재차 하락하는 양상을 보였다.
기업호감지수는 기업에 대해 호의적으로 느끼는 정도를 지수화한 것으로 ▷국제경쟁력 ▷생산성 ▷국가경제 기여도 ▷사회공헌 ▷윤리경영 등 5대 요소와 전반적 호감도를 합산하여 산정한다. 지수가 100점에 가까울수록 호감도는 높아지며 반대로 0점에 가까울수록 낮아진다.
기업호감지수를 5대 구성요소별로 살펴보면 '국제경쟁력'(66.6점)과 '생산성 향상'(58.5점)은 평균 점수를 웃돈 반면 '국가경제 기여'(46.0점), '사회공헌 활동'(35.3점)과 '윤리경영'(17.6점)은 평균을 밑돌았다.
이처럼 기업호감도가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더 낮아진 것은 5대 요소중 국가경제기여 지수(51.6점→46.0점)와 사회공헌 지수(37.4점→35.3점)가 비교적 큰 폭으로 하락한 데다 최근의 일부기업 관련 사태도 윤리경영 지수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가경제기여 지수의 하락은 고유가와 원자재값 상승, 환율불안 등 기업경영 여건이 악화되고 있는데 대한 국민들의 염려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되며, 사회공헌 지수가 하락한 것은 국내기업들이 최근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추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평가가 여전히 인색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편 기업에 호감이 가는 이유로는 '국가경제에 기여한 점'이라는 응답이 46.4%로 가장 높았으며 ▷일자리 제공(25.1%) ▷국위 선양(17.6%) 등의 순으로 응답했다. 반대로 호감이 가지 않는 이유로는 ▷분식회계 등 비윤리경영(37.3%) ▷경영권 세습 등 족벌 경영(20.9%) ▷근로자 희생 강요(13.7%) 등을 주된 요인으로 들었다.
기업활동의 우선순위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이윤 창출'이라는 응답이 58.3%로 조사됐으며, '부의 사회 환원'이라는 의견도 41.7%에 달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국민의 요구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자에 대한 인식도 여전히 부정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부자들이 부정적인 방법으로 富를 축적했을 것'이라는 의견이 68.3%로 전반기(67.3%) 보다 더 악화됐으며, '정당한 방법으로 노력해서 富를 축적했을 것'이라는 응답은 31.7%에 그쳤다.
富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역할에 대한 평가와 향후 기대감은 매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 경제가 이만큼 성장하게 된 데에는 기업의 역할이 매우 컸다'는 의견에 대해 국민의 88.4%가 공감하였으며, '우리 경제가 발전하기 위해서 가장 많이 의지하고 기대해야 하는 주체는 기업이다'는 물음에 대해서도 79.3%가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같은 결과로 볼 때 우리 국민들은 반기업 정서와 기업기대 정서 등 상반되는 정서를 동시에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이 기업에 요구하는 첫번째 과제는 '고용 창출'(60.7%)로 조사돼 최근의 취업난 해소를 위해 기업에 거는 기대가 큰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밖에 '경영 투명성 제고'(20.4%), '사회공헌 활동'(9.7%), '정경유착 단절'(8.8%)의 순으로 조사됐다.
정부가 기업환경 개선을 위해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는 '노사 안정'이 30.3%로 가장 많이 꼽혔으며 '규제완화'(24.5%), '기술개발지원'(22.0%), '정경유착근절'(11.8%), '금융세제 지원'(10.8%)의 순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