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 바꿔 부르기라는 놀이가 있다. 가사를 바꾼 노래를 몇 개 알고 있지만 윤리에 걸릴까 공개는 못한다.
그 대신 걸리지 않을 정도의 개사를 한번 해 보자. 너무나 유명한 ‘산토끼’란 동요의 개사다.
산토끼 토끼야 어디로 가느냐.
깡충깡충 뛰면서 어디로 가느냐.
산고개 고개를 나 혼자 넘어가
토실토실 밤송이 주워서 올테야.
이 예쁜 동요를 이렇게 바꾸어 봤다.
철새야. 정치철새야 어디를 가느냐.
여기저기 기웃기웃 어디를 가느냐.
이 정당 저 정당 눈굴리며 찾다가
금배지만 달고서 신나게 올테야.
억지스럽지만 이해해 주시기 바란다. 정치철새들의 피해를 생각하면 개사 내용이 좀 부실하다 해도 이해할 줄 믿는다.
어제 오늘 일어난 일도 아니고 우리나라의 경우 정치철새란 그리 낯설지도 않고 마치 계절 따라 찾아오는 진짜 철새 정도로 여기는 국민들도 많다.
그러나 이 정치철새는 엄청나게 부도덕할 뿐만이 아니라 우리의 정치 수준을 야만으로 끌어내리는 퇴행적 역할을 한다고 믿는 국민들 역시 많다고 믿는다.
정치철새라고 불리는 정치판의 야바위꾼들은 철학도 신념도 소신도 애국심도 심지어 인간의 본능이기도 한 수치심도 없는 무골충이다.
그들의 머릿속을 꽉 채우고 있는 것은 오직 하나, 정치적 욕망을 충족시키는 당선뿐이다.
아프리카의 맹수들이 오직 배를 채우기 위해 무슨 짓이든 저지르듯 권력을 쥘 수 있는 배지만 달 수 있다면 독사한테 혓바닥이라도 내밀 것이다.
늘 얘기하지만 국회란 무소불위의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악법도 만든다. 사사오입 개헌을 통과시켜 이승만의 영구집권을 획책했다. 박정희 독재도 유신헌법을 만들어 평생집권의 야망을 채우려다 실패했다. 법을 만든다는 것은 이렇게 무서운 것이다.
법을 만드는 국회는 정신이 제대로 박힌 사람들이 앉아 있어야 한다. 쥐나 개나 표 좀 얻었다고 버티고 앉아서 큰 소리나 친다면 국회 꼴을 말이 아니고 나라꼴도 보나 마나다.
건강한 씨앗이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좋은 열매를 맺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훌륭한 국회의원들이 좋은 법을 만들고 그 법을 지키며 국민들은 행복하게 살 수 있다.
그렇다면 배지만 달 수 있다면 무슨 짓이든 사양하지 않는 사람들이 국회에 와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뻔하다.
국회의 임기가 끝날 때 까지 온 갓 범죄행위의 연루되어 의원직을 박탈당하고 쇠고랑을 차는 의원이 얼마나 많은가.
자신들이 뽑은 국민의 대표라는 국회의원이 죄를 짓고 교도소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며 국민들의 가슴은 얼마나 우울하고 참담한가. 아니 얼마나 한심할까. 직접 뽑은 지역구 주민들은 얼마나 창피할까.
그런 정치인이 거의 정치철새다. 그렇다면 국민들의 지탄을 받으면서도 정치철새들이 사라지지 않고 때만 되면 왜 다시 나타나 날라 다니는 것일까.
우선은 정치지도자들의 잘못된 행태 때문이다. 이른바 정치지도자라는 사람들도 일찍이 정치철새였다. 3당 합당을 해서 민정당의 품으로 기어 들어간 김영삼도 김종필도 왕 정치철새다.
그런 사람들이 대통령이 됐고 총리가 됐으니 정치철새가 아니라 그 보다 더한 짓인들 못할 것이 어디 있는가.
뿐만 아니라 당 만들고 깨고를 밥 먹듯 하는 정치선배란 사람들의 작태가 딱 정치철새들이 따라 배우기 좋게 되어 있다. 얼마나 좋은 변명거린가. 선배들 따라 배웠다고 말이다.
거기다가 정치철새라 하더라도 국민들이 어느 놈은 별 놈이냐 그 놈이 그 놈인데 하며 표를 찍어 줘 국회로 보내주니 이들이 기고만장 도무지 국민을 무서워할 줄 모르는 것이다.
결국 책임은 모두가 져야 하는데 국민이 책임을 면할 수 있는 방법은 제대로 깨닫는 것이다. 표 가진 국민이 작심을 하면 못할 것이 없다.
정치철새는 죽어도 안 돼! 하면서 표 안 주면 낙동강 오리 알이다. 평생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날라 다니다가 처량한 일생을 마친다.
지금이 공천의 계절이다. 장관을 하던 인물이나 국회의원을 하던 인간이나 국영기업체의 장을 지낸 자들이 공천신청서 보따리를 들고 이 당 저 당 문을 두드린다.
공천심사장 대기실에서 입술이 바짝 마른 체 면접 보는 입시생처럼 기다리고 있는 정치철새들을 보면서 저들의 모습을 처자식이 보면 심정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한다.
세상이 두 쪽이 나도 우리 정치는 깨끗해 져야 한다. 계보와 계파나 챙기고 지역연고나 들먹이는 인간들이 사라져야 한다.
이제 정권이 바뀌고 이명박 정권이 시작된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된다고 하지 않던가. 정치철새가 새 술인가.
한번 생각해 보자. 국민의 정부에서 국회의원을 하고 참여정부에서 장관을 하고 국회고위직에 있던 사람이 어떻게 한나라당 공천을 신청한단 말인가. 최소한의 양심이다.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비서관을 지내고 정부산하 청장을 한 인간이 어떻게 한나라당 공천을 신청하는가. 얼굴 가죽이 얼마나 두꺼운가.
일일이 셀 수 없는 정치철새들이 많지만 아무리 많더라도 반드시 걸러내야 한다. 그게 제대로 하는 공천심사다.
한나라당의 인기가 좋다니까 쥐나 개나 모두 모여든다. 수많은 곤쟁이라 별로 쓸 모도 없다.
전직 기자라는 인간들은 또 얼마나 덤벼드는가. 마치 오뉴월 쓰레기통에 쉬파리 끓듯 한다. 기자시절에 당당하고 폼 잡던 자존심은 어디다 팔아먹었는지 초라하기 짝이 없다. 출마의 변이라고 늘어놓는 걸 들어보면 진실이라고는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저들의 대부분도 청치철새가 되리라는 생각을 하니 그 힘든 언론고시 합격해 사회정의를 실현하겠다던 기개는 어디다 팔아먹었는지 측은한 생각이 든다.
적어도 기자의 양심이 있다면 정치를 한다해도 1년 정도 떠나 있다가 하면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얼마나 떳떳한가.
한나라당이나 통합민주당이나 지금 공천심사가 한창이다. 정치철새들도 침이 마르고 입이 바짝바짝 탈 것이다.
양당의 공천심사 위원장들은 이미 한 약속이 있다. 공정무사하게 심사를 하고 자격미달인 사람은 가차없이 정리하겠다고 했다.
당연한 말이다. 지금 심사위원장들은 이 나라 정치를 위해서 어느 누구도 하지 못한 일을 할 수 있는 하늘이 준 기회를 맞고 있다.
만약에 그들이 정치철새들을 구제해 이 나라의 의정단상을 더럽힌다면 역사의 죄인이 된다.
우리의 정치사전에서 정치철새란 말이 사라지기를 진심으로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