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선수 10명 중 1~2명 꼴로 성폭력 피해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관광부는 지난해 여성선수의 성폭력 피해 방지대책을 마련하기 위하여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프로스포츠팀과 직장운동부의 여성선수 권익실태조사’를 의뢰한 조사 결과를 18일 공개했다.
농구, 배구 등 프로스포츠팀과 직장운동부 16개 종목 여성선수 1253명 및 여성지도자 12명을 대상으로 2007년 11월 3일부터 12월 27일까지 실시된 이번 연구에서 여성 운동선수 가운데 16%가 성폭력을 경험한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신체에 대한 평가, 성적 농담 등 직접적 신체접촉이 없는 언어적·시각적 성희롱이 60.4%, 신체 일부를 만지거나 더듬는 행위, 형법상 강제추행에 해당하는 행위 등 신체적 접촉이 있는 성희롱의 비율도 39.6%로 나타났다.
직접적인 성관계 등의 피해는 한 건도 나타나지 않았는데 문화부는 “이것이 응답자의 피해경험이 없어서인지 아니면 스스로 밝히기 꺼려하고 솔직한 응답을 이끌어내기 어려운 성폭력 설문조사가 가지는 한계에 의한 것인지에 관해서는 추가조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학력과 연령이 낮을수록 성폭력 피해경험율이 높은 것으로 조사되어 여성선수 내에서도 상대적으로 열악한 지위를 점하고 있는 집단의 경우 성폭력 피해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그리고 지도자에 대한 신뢰감이 높을수록 성폭력 피해에 대한 인지도가 낮았으며, 잦은 합숙훈련, 지도자와 선수간 권력관계 등 특수한 환경 하에서 성폭력에 대한 민감도가 낮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조사 대상 선수들이 학교운동부 시절에 성폭력을 경험한 비율은 37.5%로 직장운동부에서의 피해 경험빈도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해 9월 주종미 이화여대 박사가 서울 시내 고교 여자선수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결과 34.4%보다 다소 높은 수치로 성인이 되기 전 학생 신분의 선수들이 보다 심각한 성폭력 피해 상황에 노출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성폭력 피해에 대한 대처(복수응답 허용)는 ‘웃거나 농담으로 받아들였다’(61.5%), ‘불쾌하지만 참고 모른 척’(50.0%)하는 등 소극적인 대처방식이 많은 반면 ‘지도자와의 껄끄러운 관계’(62.5%), ‘선수생활에 불이익이 염려’(29.2%), ‘적절한 대응방식을 모른다’(27.1%) 등의 이유로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어 성폭력 관련 교육 및 체육계 성폭력 문제를 상담할 수 있는 기구 및 제도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선수 성폭력 해결을 위한 방안은 ‘가해자에 대한 징계기준 마련 및 엄격한 집행’이 57.0%로 가장 많았으며, 운동부 내 성폭력 문제에 대한 법적 조치 마련(33.4%), 성폭력 예방교육(26.3%), 여성지도자 할당제(25.7%) 순으로 의견이 제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