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남 "뒷짐지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지난 8월 의장직 사퇴 이후 정치 활동을 자제해온 열린우리당 신기남 전 의장이 계파간 경쟁 자제와 개혁역량 결집을 강하게 촉구하고 나서 본격적으로 제 목소리 내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열린우리당 신기남 전 의장은 개혁 지지부진, 당 계파 분열 등에 대한 정치적 견해를 밝혔다. 부친의 친일경력 은폐 의혹으로 의장직에서 사퇴한 후 2개월여만이다. 내년 3월 전당대회 출마설이 거론되는 상황과 맞물려 그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신기남 전 의장은 30일 국민대 정치대학원 초청 강연에서 "최근 우리당 내부가 각종 계파로 분열돼 개혁이 부진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며 "천정배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개혁역량을 결집해 표결처리를 해서라도 올해 안에 반드시 각종 개혁입법을 완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신 전 의장은 당내 의원들을 그룹별로 접촉하거나 사회 원로들을 두루 만나 '중단없는 개혁추진론'의 당위성을 역설하고 협력을 당부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전당대회를 앞두고 부친의 친일행적 논란으로 사실상 불명예 퇴진한 신 전 의장이 '선명 개혁론'으로 명예회복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신 의원이 지난 8월 선친의 일제헌병 복무 문제와 관련해 당 의장직에서 중도 하차한 이후 정국 현안에 관해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발언 배경에 대해 신 의원은 미리 배포한 강연문을 통해 "최근 민생개혁입법과 관련해 혼란스런 상황을 뒷짐지고 지켜볼 수만 없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당내에서는 신 의원이 내년 3월 전당대회 지도부 경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정치적 행보를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는 앞서 지난 10월초 여의도에 개인사무실을 열고 개인홈페이지를 새롭게 단장하는 한편 대학 때부터 착용해온 안경을 벗기 위해 라식수술을 한 뒤 남미와 러시아, 중국을 연쇄 방문하는 등 외교활동에 주력해왔다.
신 의원의 한 측근은 "지금 전대에 나갈 가능성은 반반"이라며 "신 의원은 출마 여부를 언급한 적은 없지만 가족 등 주위에서는 `나가야 한다'는 의견이 좀 더 많은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나 `천,신,정'으로 통하는 당권파 내부에서는 신 의원의 출마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져 내부 조율 결과가 주목된다.
당권파의 한 핵심 인사는 "내년 전대에 후보를 내지 않는 것으로 `천,신,정' 3자간에 합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지만, 신 의원측은 "꼭 그렇지는 않다"고 부인했다.
신 전의장은 특히 "개혁역량의 결집을 통해 천정배 대표를 도와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천 대표는 개혁의 단심을 가지고 사심없이 국가를 위해 일할 사람이다. 천 대표가 이번 정기국회를 통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당내 개혁역량을 모아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계파분열에 대한 언론보도가 과장된 점이 있지만, 우리가 이러자고 창당한 것이 아니며, 조금이라도 그런 면이 있다면 백번이고 반성해야 한다"면서 "개인 중심, 계파 중심 사고를 가지고 정치하는 분들이 있다면 생각을 고쳐먹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신 전의장은 "열린우리당은 모든 구성원이 다양한 출신분포에 구애됨이 없이 하나로 굳게 단결하는 깊고 넓은 용광로가 되어야 한다"면서 " 명실상부한 개혁의 견인차 역할을 완수 할 수 있도록 하는 길에 저도 한알의 밀알이 되겠다"고 말했다.
이같은 관측에 대해 신 전의장의 한 측근은 "너무 앞서나간 해석이다. 신 전의장은 요즘 "국보법을 포함한 연내 개혁입법 완수가 우선이다. 전당대회 얘기는 내년 1월은 돼서야 하자는 말을 주변에 하고 다닌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선 '명예회복' 차원에서 그의 출마설에 무게를 싣고 있고, 최근 홈페이지 개편을 통해 대중적 친근감을 강화하고 나선 대목도 예사롭지 않게 보고 있다.
다만 당권파로 분류되는 한 의원측은 "개인적으로 관심은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우리 내부의 '교통정리'가 신 전의장의 출마 여부를 결정지을 관건이겠지만, 현재로선 이쪽에서도 그의 출마에 호의적이지 않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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