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의도가 4월 총선을 앞두고 뜨거워지고 있다. 벌써부터 총선의 주요 요지들과 이에 도전하는 이들의 면면이 부각되고 있다. <시사신문>은 4월 총선을 향해 전력투구하는 요충지와 이곳이 부각되는 이유를 알아본다. 또한 도전자들의 면면도 구체적으로 들춰보고자 한다. 그 다섯 번째 순서로 서울 영등포갑과 충남 홍성·예산, 경기 부천 원미을을 찾았다. 서울 영등포갑은 현역 국회의원 4명이 출사표를 던지며 일약 정치권 안팎의 시선이 쏠린 곳이다. 한나라당 고진화 의원의 지역구지만 오랜 기간 지역에 공을 들인 도전자들이 고 의원을 바짝 뒤쫓고 있다. 충남 홍성·예산은 한나라당 홍문표 의원의 지역구로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의 선영이 있는 곳이다. 이 총재가 지역구 출마 가능성을 시사하자 출마 1순위 지역구로 거론되고 있다. 홍 의원과 이 총재가 맞붙을 경우 정치 사제간 일전이라는 점에서 시선을 모으고 있다. 경기 부천 원미을에서는 통합민주당 배기선 의원이 이사철 전 의원과의 4번째 격돌을 앞두고 있다.
4·19 총선을 앞두고 각 당, 각 지역구에서는 벌써부터 ‘금뺏지’를 둔 물러설 수 없는 대결이 펼쳐지고 있다.
‘금뺏지’ 각축장, 영등포갑
현역 국회의원 4명이 도전장을 내 들썩이는 지역구가 있다. 서울 영등포갑이다. 이곳에는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 의원이 각각 2명씩 나란히 공천을 냈다. 한나라당에는 지역구 터주대감 고진화 의원의 수성에 비례대표 전여옥 의원이 도전장을 던졌다. 통합민주당에서는 비례대표인 김영주·김영대 의원이 예비 후보로 등록하고 공천 경쟁 중이다.
고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김명섭 후보를 1.6% 차로 아슬아슬하게 제치고 영등포갑에 둥지를 틀었다. 그러나 지난 4년간 국가보안법과 사립학교법 개폐, 이라크 파병, 과거사 진상규명 등에서 한나라당과 충돌하며 당 내 ‘이단아’로 미운털이 박혔다. 또한 당 대선 경선에서 이명박·박근혜 후보를 동시에 겨냥, 양측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그는 이번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해 영등포의 발전을 이어간다는 각오다. 지난 4년 동안 영등포 중공업 지역을 중소벤처빌딩 지역으로 리모델링하고 영등포 지하상가 확장공사를 이뤄내는 등 지역 개혁에 이바지했으며 재선을 통해 영등포의 개혁에 탄력을 주겠다는 것이다.
서울 영등포갑 한나라당 고진화·전여옥, 민주당 김영주·김영대 도전장
한 지역구에 현역의원 4명 ‘바글바글’…‘당보다는 인물’ 옥석 고른다
당 대변인과 최고위원을 거치며 ‘여전사’의 이미지를 굳힌 전여옥 의원은 일찌감치 선거사무소를 열고 지역주민과의 접촉을 늘리고 있다. 그는 “정권교체를 이룬 만큼 여의도의 전사에서 영등포의 생활 정치인으로 변신하겠다”며 지역민들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전 의원은 박근혜 전 대표를 도와 노무현 정부를 겨냥했으며 대선에서는 이명박 후보를 도와 보수세력 결집을 주도했다.
전 의원은 “당내 이단아로 찍힌 고 의원을 겨냥해 영등포갑에 출마했다”며 고 의원을 정조준했다. 이에 대해 고 의원은 “배신, 철새, 계파 중심의 여의도 정치를 타파해야 한다”고 반격, 대선 중 ‘친박’에서 ‘친이’로 돌아선 전 의원에게 압박을 가했다.
이밖에 한나라당 내에서는 한경남 나라전략연구소 이사장이 3배수로 압축된 당 공천 명단에 포함돼 고진화, 전여옥 의원과 공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매서운 지역구 ‘인물 잣대’
통합민주당 비례대표인 김영주·김영대 의원은 영등포갑 본선에 앞서 치열한 공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두 의원은 노동계 출신 비례대표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김영주 의원은 한국노총 산하 금융노련 부위원장 출신이며 김영대 의원은 피복노조 위원장, 민주노총 부위원장, 민주노총 사무총장을 역임했다.
김영주 의원은 “4년 전부터 영등포 골목을 누벼 나를 지역구 의원으로 아는 주민들도 많다”고 자신하며 주변 경계에 나섰다. 그는 2005년 5월 이 지역에 사무소를 내고 활동해 왔으며 의정활동도 지역과 연결된 정책·입법 활동이 주를 이루는 등 오랜 공을 들여왔다. 또한 지역 주민들의 요청에 따라 소음방지법, 악취방지법 등 법안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김영주 의원의 경쟁상대로 떠오른 김영대 의원은 이 지역에서 개혁당 지구당 위원장과 열린우리당 당협 운영위원장을 지낸 바 있다. 그는 “영등포는 서울 속의 상징으로 지역의 비전을 제시하는 사람을 주민들이 뽑을 것”이라며 열악한 주거환경 및 교통문제를 해결하는 데 역점을 두고 지역 속으로 파고들고 있다.
또한 당 게시판에 ‘손학규 대표가 지역을 방문해 김영주 의원만 띄워주는 등 편파적’이라는 비판의 글을 올려 당 내 김영주·김영대 두 사람의 신경전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민주당 내에는 김영주·김영대 의원 외에도 민주당 공천을 신청했던 김주철 전 서울시의원과 이화용 당 환경산업육성특별위원회위원장이 공천 경쟁에 뛰어들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또한 자유선진당 이종빈 전 이회창후보 전국청년단장과 평화통일가정당 김문식 당 중앙위원도 영등포갑에 출사표를 던졌다.
영등포갑에 이처럼 쟁쟁한 실력자들이 몰려든 이유는 이곳이 당보다는 인물을 선택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2004년 총선 당시 탄핵 열풍 속에서도 영등포갑 주민들은 한나라당 후보를 선택하기도 했다.
정치권은 “영등포갑에서는 당보다는 인물이 총선에서 당선자를 결정하는 ‘총선 잣대’가 될 것”이라며 “표심을 잡기 위한 후보들의 노력이 치열하게 펼쳐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회창 ‘충청바람’ 일으키나

충남 예산·홍성은 한나라당 홍문표 의원의 지역구다. 홍 의원은 2002년 대선 당시 이 전 총재의 측근으로 활약했으며 이 기세로 17대 총선에서 탄핵풍을 이겨내고 충청권 유일의 한나라당 당선자가 됐다.
그러나 홍 의원은 지난해 이 전 총재의 대선출마에도 불구, 당을 지켜 항간에 떠돌던 ‘탈당설’을 일축했다. 그는 최근 한나라당 공천에서 홍성·예산에 ‘나홀로 공천’해 본선 진출에 못을 박았다.
충남 홍성·예산, 이회창 총재 출마설로 ‘들썩’…선진당 바람몰이 하나?
경기 부천 원미을 ‘숙명의 라이벌’ 배기선·이사철 전 의원 4번째 맞대결
이 총재는 “지역구든 전국구든 선진당의 총선 승리에 가장 좋은 방법에 의한 선택을 할 것이다. 개인의 이익이 아니라 당의 이익과 미래를 위해 모든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며 출마지를 명확히 하고 있지 않지만 홍 의원과 일전을 벌일 경우 정치적 사제의 격돌이라는 점에서 흥미로운 승부를 벌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 총재는 지난 대선 충남지역에서 이명박 당선인(34.3%)에 불과 1.1%포인트 뒤지는 33.2%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충청 득표력을 과시, ‘충청 돌풍’의 가능성을 보였다. 특히 예산·홍성은 이 총재 선영이 있는 곳으로 이 총재는 지난 대선 예산군에서 66.4%의 지지를, 홍성군에서는 45.6%의 지지를 얻은 바 있다.
자유선진당은 이 총재의 지역구 출마에 무게를 두고 총선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역에 대해서는 예산·홍성에 출마하고 전국 지원유세로 당을 격려하는 방안과 당세가 약한 충북 청주에 전략 공천해 ‘충청 돌풍’을 가속화하는 방안 등 다양한 길이 모색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예산·홍성에는 이 외에도 통합민주당 고광성 정당인, 임종린 남북체육교류협회회장, 이치범 전 환경부장관이 예산·홍성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또한 자유선진당 신대철 (주)윈윈 마케팅 대표이사와 신동찬 한국정책포럼 이사, 조부영 전 국회의원, 이선우 전 이회창 총재 경제특보 한병수 전 농협충남지역본부장 등이 예비후보자 명부에 이름을 올렸으며 평화통일가정당 이윤석 정당인과 무소속 민석근 리앙 회장, 유병학 시사평론가, 오장섭 전 국회의원, 이찬세 전 한나라당 대표정무특보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4번째 숙명의 대결
이번 총선에서는 ‘외나무 다리’에 선 인사들이 많다. 그중 시선을 끄는 곳이 있다. ‘숙명의 라이벌’이라 불리는 통합민주당 배기선 의원과 한나라당 이사철 전 의원이 4번째 맞대결을 펼치는 경기 부천 원미을이다.
배기선 의원과 이사철 전 의원의 승부는 1996년 15대 총선에서 이 지역구가 생긴 이래 계속돼 왔다. 15대 총선에선 이 전 의원이 1승을 거뒀으며 16·17대 총선에선 배 의원이 연승을 거뒀다.
이사철 전 의원은 경기 부천 원미을에 한나라당 단수 공천을 확정짓고 승부를 준비하고 있다. 배 의원도 당내 ‘대선 책임론’에 대해 지역구 승리를 통해 당에 일조하겠다며 예비후보 등록을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이 의원과 배 의원의 결전은 배 의원의 뇌물 수수 사건 재판이 변수가 돼 어려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배 의원은 지난 2005년 3월 뇌물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데 그 결과에 따라 승부가 무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들의 대결에 민주노동당 비례대표인 최순영 의원이 가세하면서 경쟁구도는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다.
이 밖에도 김건진씨와 홍준식 당 지역위원장이 통합민주당 공천을 신청할 것으로 보이며 평화통일가정당 유정하 정당인이 예비후보로 등록, 총선을 준비중이다.
<4·9 총선 출마자 명단>
대통합민주민당·민주당은 통합민주당(민), 한나라당(한), 자유선진당(선), 민주노동당(노) 무소속(무) 순으로 정리.
▲영등포갑= 고진화(44·한·국회의원) 전여옥(48·한·국회의원) 김영대(47·민·국회의원) 김영주(52·민·국회의원) 김주철(66·민·정당인) 이화용(45·민·무직) 한경남(61·한·나라전략연구소 이사장) 이종빈(36·선·정당인) 김문식(43·평화통일가정당·정당인)
▲충남 예산·홍성= 홍문표(61·한·국회의원) 고광성(58·민·정당인) 이치범(53·민·전 환경부장관) 임종린(46·민·남북체육교류협회회장) 신대철(65·선·윈윈마케팅 대표) 신동찬(50·선·한국정책포럼 이사) 이선우(57·선·전 이회창 총재 경제특보) 이회창(73·선·총재) 조부영(72·선·전 국회부의장) 한병수(64·선·전 농협충남지역본부장) 이윤석(41·평화통일가정당·정당인) 민석근(70·무·리앙 회장) 유병학(46·무·시사평론가) 오장섭(61·무·전 국회의원) 이찬세(56·무·전 한나라당 대표정무특보)
▲경기 부천 원미을= 배기선(58·신·국회의원) 최순영(54·노·국회의원) 김건진(53·민·약국 경영) 홍준식(65·민·지역위원장) 이사철(56·한·전 국회의원) 유정하(58·평화통일가정당·정당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