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살해한 뒤 사체 유기하고도 “아이 찾아 달라”, 현장검증서도 ‘태연’
“최근 사건 비춰 아동학대․아동인권 문제 현실 재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아동학대 수준이 점차 심각해지고 있다. 급기야 최근에는 30대 여성이 자신의 의붓아들을 학대하다 못해 무참히 살인하고 사체를 유기하는 등 반인륜적인 행각을 벌였다.
이 여성은 또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아이가 마치 실종된 것처럼 꾸며 신고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충북 청주에서도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다.
20대 계모가 자신의 의붓딸이 ‘시계를 못 본다’는 이유로 아이에게 전치 6주의 상해를 가했다. 특히 상해를 입은 의붓딸은 왜소장애를 겪고 있는 아이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인면수심 계모들을 향한 여론의 뭇매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 사건 만으로 아동학대가 재혼가정 내에서만 자행되는 것으로 비출 수는 없다. 실제로 아동학대의 가해자 절반 이상이 친부모인 것으로 조사된 바 있어 사회적 우려를 더욱 높이고 있다. <시사신문>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아동학대의 실태와 문제점을 짚어봤다.
계모가 꾸민 사기극 울산 어린이 실종 사건. 안양어린이 실종사건 발생 이후 연이어 발생한 실종사건이라 온 국민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아이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범인은 의외의 인물이었다.
“아이를 찾아 달라”고 호소하던 계모였던 것이다. 계모 오씨는 “아이가 전자오락을 하러 나갔는데 돌아오지 않는다”고 경찰에 신고했지만 아이는 이미 주검이 된 상태였다.
가정도 이미 안전지대 아니다
현장감식에서도 오씨는 뉘우치는 기색이 없어 경찰 관계자들을 경악케 했다. 그로부터 1주일도 채 되지 않아 청주에서도 장애아동이 계모에 의해 상해를 입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장애가 있는 이 아이는 11살인데도 겉모습은 5살짜리 같아 보였다”면서 “계모의 폭행에 아이는 현재 생명까지 위험한 상황”이라고 했다.
아동학대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심각한 사회적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어른들의 무관심과 학대에 멍들어가고 있다. 심지어 친부모에 의해 살해당하기도 한다.
실제로 아동학대의 가해자 중 80% 이상이 계부․계모를 포함한 부모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보건복지부와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전국의 43개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된 아동학대 사례는 모두 8천903건으로 2005년(8천건)에 비해 무려 11.3% 증가했다.
이 가운데 실제 아동학대 사례로 판정돼 정부와 아동보호전문기관의 보호를 받는 학대아동은 5천202명으로 2005년(4천633명)보다 12.3% 늘었다.
아동학대 사례를 유형별로 보면 아동의 양육과 보호를 소홀히 해 아동의 정상적인 발달을 저해하는 ‘방임’이 2천35건으로 전체의 39.1%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부모 가운데는 친아버지에 의한 학대가 52.7%로 나타났다.
아동 학대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 이웃사랑회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아동학대 원인은 다양하다. 그 중에서 가장 심각한 것이 바로 부모의 미성숙.
이곳 관계자는 “나이가 어리고 정서 혹은 경제적으로 안정되지 못한 부모들은 아동의 행동이나 욕구를 이해하지 못하고 아동학대를 쉽게 행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에는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인한 아동학대 사례도 늘고 있는데다가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학대받은 경험이 있는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똑같이 학대를 자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부모의 우울증 또한 아동학대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후유증에 죽음에 이를 수도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자라나는 과정에서 학대를 받은 경험이 있는 아이들이 후유증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아동학대 경험이 있는 아이들은 신체․정서학대에 대한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린다”면서 “심할 경우 정상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정도에까지 이르러 사망하기까지 한다”고 말했다.
아동학대 증가 원인에 대해서 이 관계자는 "사회의 무관심이 가장 큰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매일 보이던 이웃집 아이가 보이지 않는데도 관심을 보이지 않아 아이가 미라가 돼 발견되는 사건도 있지 않았는가"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서울 광진구에선 생후 백일도 채 되지 않은 갓난아이가 미라로 발견되는 사건이 있었다. 가해자는 다름 아닌 아기의 친부모.
이들은 배고픔을 참지 못한 아이가 울음을 터뜨리자 '시끄럽다'는 이유로 아이를 죽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또 이사를 할 때에도 아이를 종이박스에 담아 운반한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아이가 없어졌다고 신고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당시 이들의 이웃 주민은 "언젠가 부터 아이가 보이지 않아 아기 엄마에게 물었더니 '입양 보냈다'고 했고 난 그 말을 철썩 같이 믿었다"고 했다.
아동학 전문가는 이에 대해 “최근 일어난 사건들을 우리사회 아동학대 및 아동인권 문제의 현실을 재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해자를 일벌백계로 다스려 경각심을 높이는 것은 물론 보육시설 관리감독과 보다 강화된 아동학대 방지시스템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