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뚜라미보일러 제품결함 논란 속사정
귀뚜라미보일러 제품결함 논란 속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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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콜 사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주)귀뚜라미보일러(이하 귀뚜라미)가 심상치 않다. 자사 보일러를 사용하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폭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소비자들의 경우 ‘귀뚜라미보일러 피해소비자 모임’을 구성해 집단소송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과연 이들 사이엔 어떤 문제가 있었던 것일까.

핵심은 귀뚜라미가 제작, 판매한 일부 보일러에서 잦은 고장이 발생된다는 주장이다. 한 소비자는 “귀뚜라미 보일러의 구조적 결함으로 소비자들이 피해를 겪고 있다”며 제품 자체에 결함을 주장했다. 법정공방도 불사한다는 이들 논란을 <시사신문> 집중 취재 했다.

소비자 “축열조 안에 케이블 타이가 고장의 원인 되고 있다”
귀뚜라미 “보일러 종류 달라 출광21과 같은 문제 발생 안돼”

▲ 국내 보일러 업계 1위인 귀뚜라미보일러가 또 다시 제품 결함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출광21 리콜사태가 생긴지 1년만이다.
최근 귀뚜라미를 향한 소비자들이 불만이 고조돼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귀뚜라미가 제조 판매한 보일러에서 잦은 고장이 난다는 주장이 제기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소비자의 일부는 귀뚜라미보일러 피해소비자 모임(이하 보피소)을 만들어 집단소송 준비에 나선 상태다. 보피소는 지난 1월31일까지 집단소송을 위한 참여를 모집했다. 보피소 측은 “귀뚜라미의 제품하자로 인한 피해에 보상받기 위한 소비자 운동”이라며 “귀뚜라미 보일러에 문제가 많지만 이에 대한 책임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이 지적하는 보일러는 귀뚜라미에서 각각 1999년, 2004년에 출시된 제품 월드2000과 월드3000이다. 이 제품은 제품결함으로 리콜 됐던 출광21과 함께 판매됐던 귀뚜라미의 주력 기름보일러 중 하나다.

출광21이후 또 다른 결함?

현재 귀뚜라미보일러 측은 당황한 기색이 농후하다. 사실 지난해 6월 소비자고발 프로그램에서 귀뚜라미보일러 출광21 모델의 구조적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보일러 업계 처음으로 보일러 리콜을 실시한 탓이다. 당시 방송의 지적이 있기 이전까지 자체적 문제점을 발견하기는커녕 해당 A/S의 책임을 소비자에게 미뤘다는 점에서 브랜드 이미지의 타격은 적지 않았다. 일부 소비자 사이에서는 불매운동 움직임까지 일었을 정도. 때문에 금번에 제품결함 논란이 일어나면서 귀뚜라미는 적잖은 부담을 안게 됐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보피소 측 관계자는 “문제는 출광21에서 고장의 원인이 된 플라스틱 타이가 고스란히 월드2000, 3000에도 쓰였다는 점”이라며 “고열로 가열되는 축열주 안에 플라스틱 타이가 파이프를 고정한다는 발상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리콜 된 출광21의 경우 축열조(온수탱크)에 케이블타이로 코일동관을 고정시켰다는 점이 고장의 원인이 됐다.

케이블 타이는 나이론 소재로서 말 그대로 전선묶음에만 사용하도록 돼 있다. 나이론 소재는 처음에 고유의 내마모성, 안정성을 가지고 있지만 시간이 흐르면 그 잘 부러지거나 색상이 변하는 등의 현상이 나타난다. 더욱이 축열조는 대부분 물에 잠겨 있으며 70도를 오르내리는 곳이다. 결국 케이블 타이가 삭아서 떨어지고 펌프 등에 빨려 들어가며 출광21의 고장을 일으켰던 것이다.

이 문제는 다른 모델이라고 다르지 않다는 것이 보피소 관계자의 주장이다. 그는 원인을 밝히기 위해 직접 월드2000을 분해해보기까지 했다고 한다.

▲ 문제의 케이블 타이. 플라스틱으로 이뤄져있다.
이 관계자는 “직접 분해해보니 케이블 타이의 미세한 가루가 전자센서의 구멍에 들어가 있었다”며 “이로 인해 수위감지센서가 고장 나 보일러 탱크에 보충수를 계속 공급하게 돼 결국 물이 세어 나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런 차가운 물의 지속적인 공급은 보일러를 설정온도까지 올리기 위해 끊임없이 가동시키게 되어 많은 액수의 가스비와 수도세를 나오게 만드는 2중 피해까지 입힌다는 것이다.

현재 문제가 심하게 발생하는 것은 가장 오래된 월드2000이다. 이 모델은 1999년부터 2004년까지 판매 됐다.
파주 금촌 주공6단지 아파트 단지의 입주자대표회의 관계자는 “단지에서 약 688세대가 월드2000을 사용하는데, 단지 내에 하루에 두세건 씩 고장이 난다”면서 “계속 물이 세어나오는 데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반면 귀뚜라미 측 관계자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부정했다. 이 관계자는 “출광21은 순간식 보일러로 내부 축열조 안에 순환을 위한 펌프가 있었다”면서 “때문에 삭아서 떨어진 케이블 타이가 모터 및 순환장치에 들어가 고장을 일으켰다”고 주장했다. 반면 월드2000, 3000은 저탕식 보일러로 축열조 안에 순환펌프가 없다는 설명이다. 때문에 타이가 삭아서 떨어지더라도 밑으로 가라앉기 때문에 특별히 침전물을 퍼 올리지 않는 이상 그로인한 문제가 생길 수 없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보일러가 그 자체로 완제품이 아닌 수도관, 가스관 등 다양한 시설이 얽히면서 제 기능을 하는 ‘반제품’이다”라며 “고장은 보일러만의 문제가 아닌 환경적 요인의 역할이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이런 귀뚜라미 논란이 출광21의 문제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출광21의 기계적 결함과 유사한 고장이 연달아 발생되면 소비자로서 같은 결함으로 의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라면서 “귀뚜라미 측은 소비자의 불만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면밀한 조사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불씨는 아직 남아있어

한편 <시사신문>의 취재가 끝나갈 무렵 보피소 측은 “귀뚜라미 측이 도피소 관계자를 찾아와 사과를 비롯해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소송을 잠정 보류키로 결정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보피소 관계자는 “귀뚜라미 측에서 찾아와서 서비스 개선 등을 약속했기 때문에 당장 소송을 걸지 않는다는 것이지 그만둔 것은 아니다”라며 “약속이 지켜지지 않거나 피해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한다면 모인 참가인원을 중심으로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가 된 모델의 결함이 명쾌하게 증명되지 않은 만큼 향후 귀뚜라미를 향한 논란의 불씨는 남아있는 셈이다.
이에 귀뚜라미 측은 “보다 개선되고 있으니 지켜봐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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