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상금 걸고 찾으려 해도 힘든 내각의 면면
현상금 걸고 찾으려 해도 힘든 내각의 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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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이 귀하기로 겨우 이들인가

‘10년 공부 토로아미타불’이라는 말이 있다. 다 된 밥에 코 빠트린다는 말도 있다. 힘들여 일을 이루어 냈는데 막판에 망쳤다는 비유다.

더 한 말들이 있지만 이 정도에서 접기로 하자. 이쯤만 되도 알아들을 사람은 다 알아 들을 수 있으리라고 믿기 때문이다.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할 정도로 절치부심한 한나라당이 집권에 성공했다. 흥분할 만한 일이다.

이 당선자는 BBK동영상, DAS, 상암동 DMC, 위장전입,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의혹의 늪을 건너 드디어 오매불망 그리던 청와대 입성의 꿈을 이룬 것이다.

꿈을 이루기 위해 얼마나 많은 땀과 눈물을 흘렸겠는가. 당선자는 말할 것도 없고 그를 도와 밤낮을 가리지 않고 달린 참모들이 있다. 속이 빤히 드려다 보이는 소리를 하면서 길을 가다가 뒤통수가 가려운 따가운 시선을 느끼면서 오로지 ‘잃어버린 10년’을 찾겠다는 집념으로 물불을 가리지 않은 충신들이 있다.

이들은 정권을 잡을 경우 당선자를 도와 청운의 꿈을 펼치고 이명박 시대를 함께 했다는 이름으로 역사에 기록되기를 원했을 것이다.

이제 바로 문턱에 왔다. 가슴이 부풀고 숨이 가프다. 얼마나 그리워하고 기다리던 기회란 말인가. 천하장사라 해도 혼자 적을 물리칠 수는 없다. 공명도 혼자서는 안 된다. 독불장군은 없다. 아무리 출중한 지도자라 해도 함께 해야 할 참모가 있어야 한다. 역사에서 위대한 이름으로 기록되는 군주들은 모두 탁월한 신하를 두었다.

그들을 누가 선택하는가. 누가 발탁하는가. 출중한 인물을 찾아내는 밝은 눈은 지도자의 필수 조건이다.

인사는 만사라고도 하고 망사라고도 한다. 그 만큼 사람을 잘 쓰고 못 씀으로 해서 대사를 이루기도 하고 망치기도 한다.

지도자들은 훌륭한 참모를 널리 구한다. 유비는 공명을 얻기 위해 삼고초려를 하지 않았던가. 이회창이 박근혜를 세 번이나 찾은 것도 넓은 의미에서 삼고초려다.

말이 길어지니 빨리 할 말만 하라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맞다. 할 말만 하자.

이명박 정부를 이끌어 갈 핵심적인 인물들이 발표됐다. 이명박 당선자는 ‘베스트 오브 베스트’라면서 이들을 최고로 평가했다. 최고 중에 최고라는 찬사다.

이렇게 ‘베스트 오브 베스트’를 뽑은 자신의 안목을 자랑하고 싶었을 것이다. 사실 이들을 뽑아내기 위해 얼마나 눈물겨운 노력을 했을까. 안쓰럽다.

왜냐면 이들 장관내정자들이 이명박 호의 운명을 책임지는 핵심적 선원들이기 때문이다.

검증 시스템이라는 것도 있고 그들이 가진 엄청난 정보가 있을 것이다. 힘들었을 것이다. 검증과 인선에 참여했던 사람의 고백을 들으면 예비심사에서 60%가 떨어져 나갔다고 한다.

그 만큼 고르기가 힘들었다는 의미다. 수천 명의 예비후보 중에서 걸러내고 또 걸러내고 다시 고르고 고른 다음에 발표한 사람들이 이번에 발표된 면면이다.

틀림없이 발탁될 것이라던 어느 대학의 총장은 땅 투기를 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낙마했다. 어떤 사람은 미리 알아서 고사했다고도 한다. 그래서 조금은 양심적인가.

장관 후보자들한테서 들어나는 의혹들은 어두운 우리 공직사회의 단면이다. 부동산의 경우, 절묘한 매입 시기와 입지 선정은 ‘부동산 투기’의 교과서라고 할 수 있다는 전문가의 진단이다.

<한겨레>신문이 두 채 이상 주택을 소유한 후보자들을 주소지가 아닌 여유분의 주택을 대상으로 시세차익을 따져보니 작게는 7500만원에서 최대 16억7천만 원에 이른다.

너무나 머리가 좋다. 그 좋은 머리를 이명박 정부를 위해 잘 쓰라고 국민들은 기원해야 할 것이다. <고소영 S라인>을 아는가. <강부자 내각>을 아는가. 요즘 시중에 회자되는 이명박 내각의 또 다른 별칭이다. 고려대, 소망교회, 영남, 서울시청, 이렇게 해서 <고소영 S라인>이 됐고 <강남 땅 부자>는 ‘강부자’로 줄었다.

한나라당은 재산 많은 것은 문제가 안 되고 능력이 중요하다고 했다. 물론이다. 그 말은 맞다. 범죄행위로 재산을 모으지 않았다고 당당하게 말 할 수도 있다. 그러면 투기의혹은 뭔가. 위장전입은 뭔가. 당선자도 위장전입을 시인했으니 장관 후보자들도 당당한 것인가. 현기증이 난다. 이들이 주도하는 국가정책은 누구를 위하는 것일까.

“재산이 많은 것을 탓할 것은 아니고 능력이 문제다.” 누가 이 말을 했는지는 국민이 잘 안다.

잠시 과거로 돌아가자. 2005년 한나라당은 부인의 부동산 문제로 이헌재 부총리를 사퇴시켰고 처제의 부동산투기 의혹으로 강동석 건설교통부장관를 사퇴시켰다. 임명절차상의 문제로 전효숙 헌법재판관 내정자를 낙마시켰고 논문표절시비로 김병준 교육부총리를 쫓아냈다.

그럼에도 오늘의 한나라당 장관 후보자들은 온갖 의혹이 넘어서 능력이 있다는 것만으로 그냥 넘어가도 괜찮은 것인가. 한나라당의 잣대는 요술방망이인가.

한승수 국무총리 내정자부터 의혹으로 도덕적 중상을 입었다. 그 뿐인가. 공개된 장관 내정자들의 자료를 보면 여성을 뺀 13명 중 5명이 군 면제 처분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38.5%가 이른바 ‘신의 아들’이다. 이들이 왜 이렇게 군대를 못 갔을까. 이유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일반 국민들 보다 훨씬 높은 병역면죄 율을 국민들은 설명대로 믿어 줄 것인가. 이들이 ‘신의 아들’이기 때문에 군에 안 간 것은 아니냐고 생각하는 국민들은 없을까. 도덕성은 법의 잣대로 평가되는 것이 아니다.

후보자들의 자녀 32명 중 18명이 미국 시민권자이거나 현재 유학과 상사 근무 등의 이유로 외국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들 중에 외국 시민권을 가진 사람은 모두 8명이다. 이춘호 여성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는 2남 1녀가 모두 미국 시민권자다. 남주홍 통일부 장관 후보자의 장녀와 장남은 각각 미국 시민권과 영주권을 보유하고 있다.

“장관 할 분들이 저렇게 부동산을 모았는데도 문제가 안 된다고 하니 우리 같은 일반국민이야 무슨 문제가 되겠는가. 열심히 부동산 투기를 해 돈을 벌어도 된다.” 장관 내정자들의 재산형성 과정을 보면서 국민들이 하는 소리다. 이게 보통 문제인가. 국민 모두다 도덕불감증 환자로 전락하는 적신호로 느껴져 소름이 끼친다.

대학교수 출신의 박미석 청와대 사회정책수석은 논문표절 시비로 정신이 없다. 두 번째로 문제가 된 논문은 90여 곳의 표절의혹을 사고 있다.

‘통일이 없다’는 확신을 만천하에 공개한 남주홍 내정자가 통일을 염원하는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여기서 생기는 의문이 있다. 과연 예비검증 과정에서 이들의 문제점은 정말 발견되지 않았는가. 한나라당이 말하듯 현재 들어 난 ‘허물’은 문제가 되지 않고 ‘능력’만이 발탁의 기준이 됐는가.

이명박 정부의 ‘인물저장고’에는 한계가 있다. 그들의 과거로 보아 어차피 이런 저런 문제가 불거진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정공법으로 뚫고 나가자. 체념의 익숙한 국민이니까 밀고 나가면 포기하겠지.

일찌감치 국민들에게 “체념훈련”을 시키자는 것이다. 정부가 하는 일에 시비 걸어봤자 소용없으니 가만있으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아니다.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이제 결론을 내리자. 지금까지 나타난 것만으로도 이번 내각의 시작은 잘못 되어 있다. 총리를 비롯해서 장관 후보자들의 의혹이 너무 많다. 그 중에서 몇 몇 장관 후보의 경우는 결격사유가 이미 나타났다.

이런 후보자를 국민이 인정할 리가 없다. 이들을 어느 부하직원들이 마음으로 따를 것인가. 정책이 실패할 경우 국민들은 당연히 그럴 줄 알았다고 냉소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국민과 정부가 서로 믿는 정치는 사라진다. 아직 늦지 않다. 당선자는 문제된 대상자들을 빨리 교체해야 할 것이다. 잘못을 시정하는 것은 절대로 부끄러운 일도 아니며 비난 받을 일도 아니다. 오히려 고집을 부리는 것이 문제다.

당선자 특검이 혐의 없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국민 정서는 다르다. 결론이 어떻든 당선자는 과거에서 해방되었는가.

거기에 청와대 수석과 장관 후보들의 도덕불감증까지 겹쳐 만신창이가 새 정부의 앞날을 국민들은 걱정한다. 그것이 지지율의 하락이다.

늦었다고 행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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