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증권 건강상의 이유 사퇴 막전막후

김 사장은 지난해 12월 현대증권 사장 임기 1년반년을 남겨두고 돌연 사퇴해 재계의 시선을 집중시켰던 인물이다. 당시 그의 퇴임 사유는 ‘건강상의 이유’였다. 실제 그는 담낭제거 수술을 받는 등 실제로 건강악화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그의 건강 악화는 고작 한달만에 치유된 것일까. 지난 2월12일 임시주주총회에서 하나대투증권 사장으로 부임한 그는 건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실 지난해 말 그의 현대증권 사퇴는 다양한 추측을 불러왔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김 사장의 불화설을 비롯해 부산상고 출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동문이었음을 감안해 그의 퇴임에 맞춰 잘리기 전에 선수치고 나갔다는 말까지 돌았다. 이명박 대통령에게 미운털이 박히지 않기 위해서는 필연적 수순이었다는 해석까지 곁들어졌다. 또 지난 1월 노정익 현대상선 회장까지 사퇴하며 현정은 회장의 친정체제 구축설이 힘을 얻기도 했다.
때문에 현대그룹 측에서는 이런 구설수를 진화시키기 위해서라도 ‘건강 악화’가 김 사장 사퇴 이유였음을 강하게 어필했던 상황이었다.
문제는 그런 그가 한달반만에 경쟁사인 하나대투증권에서 모습을 드러냈다는 점이다.
그동안 “다른 의도는 없고 오로지 김 사장의 건강악화가 사퇴의 이유일 뿐”이라고 어필하던 현대그룹 측은 순식간에 꿀 먹은 벙어리가 돼야 했던 것.
현대그룹 관계자는 “김 사장은 지난해 현정은 회장 찾아가서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현대증권 사장을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안다”며 “직원들에게도 사내 메일을 돌려 ‘그동안 애써줘서 고맙다. 앞으로도 현대증권 발전을 위해 애써달라’고 당부하기까지 했다”고 토로한다. 그런 그가 갑자기 타 증권사에서 모습을 드러내니 당혹스럽다는 설명이다.
이어 이 관계자는 “김 사장의 생각을 모르겠다. 현 회장을 만나지 않고 사내메일도 안돌리고 나갔으면 차라리 이해하겠는데, 그는 착실하게 건강악화로 인한 사퇴임을 어필했다”고 설명했다.
현정은 회장도 이번 사태에 적잖게 난감해 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증권계 업계에서는 증권사 사장 자리를 옮기는데 적게도 3달, 많이 걸리면 6개월에서 1년이 소요된다고 한다. 수개월 이전부터 꾸준한 물밑 접촉으로 ‘회사를 옮길 것’을 제안, 계획한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르면 김 사장은 적어도 두세달 전에 옮길 회사의 고위직과 만나 계약서에 사인을 한 셈이다. 그룹 회장도 모를 감쪽같은 연기라는 평가를 받는 것도 무리가 아닌 상황. 재계 호사가 사이에서는 “현 회장이 김 사장을 내친 줄 알았는데, 오히려 김 사장이 현 회장을 내친격 아니냐”는 웃지 못 할 농담까지 나오고 있다.
한편 하나대투증권 일각에서는 사내문화가 이질적인 ‘현대맨’ 김 사장의 선임을 내심 귀찮아한다는 후문이다. 김 사장은 현대증권 산악, 철인행군 등 산행을 좋아하기로 재계에서 소문이 난 인물. 특히 ‘불수도북(불암, 수락, 도봉, 북한산 45km를 1박2일간 종주)’은 그의 성향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행사다. 그는 현대증권 시절에는 회사 전 간부사원들을 대상으로 매년 한 차례씩 ‘불수도북’ 종주 행사를 연 바 있다.
하나대투증권에서는 어떨까. 이미 지난 2월22일 김 사장은 전국 영업점 직원들과의 상견례도 산행으로 대체키로 했다. 산을 오르며 도전정신을 강조한다는 것. 하나투증권서도 철인행군이 부활하는 것도 시간문제가 아니냐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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