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공천 탈락자 복수혈전 [천태만상]
한나라당 공천 탈락자 복수혈전 [천태만상]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나를 감히 팽 시켜…어디 한번 당해봐”

“몇 년간 지역 표심 이끌었더니 토사구팽 왠 말” 집단 탈당
내부의 적이 더 무섭다더니…“나 혼자는 못 죽어 같이 죽자”

한나라당 공천 갈등이 점차 심화되면서 갈수록 태산이다. 여기저기서 칼가는 소리가 요란하다. 일각에선 “한나라당이 결국 둘로 쪼개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 압승하면서 한나라당 공천 경쟁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지역 위원장직을 유지하면서 기반을 닦아 놓았던 당원들이 공천에서 대거 탈락하는 경우가 발생, 해당 지역 현 국회의원이 공천에서 탈락하기도 했다.

그러자 공천 탈락자들의 반발이 격화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 공천심사위원회(이하 공심위)의 결정을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명분이 없다는 얘기다.

그들을 따르는 지지자들은 “재심위를 하지 않으면 탈당하고 타 정당 후보를 지지, 한나라당 후보 낙선 운동에 적극 가담하겠다”는 극단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정작 한나라당 중앙당 측은 “이미 공천심사가 끝났으니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공천을 둘러싼 내홍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동안 침묵으로 일관해온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한선교, 이재창 의원을 비롯한 측근들의 공천 탈락소식을 접한 뒤, 이를 ‘보복·표적’ 공천으로 규정하고 정면 대응 의사를 밝혀, 일대 파란을 예고했다.

한나라당 충남 지역 빈틈 보이자 이회창,서청원 출마 선언?
“박근혜 나서면 무조건 따르겠다” 전방위 압박에 입열었다


지난 2월29일 한나라당은 사전 예고 없이 공천 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자 다수의 공천 신청을 했던 예비 후보자들은 “공천 심사 기준이 대체 무엇이냐”면서 들고 일어났다.

한나라당의 한 중진인사는 이에 대해 “자기들 마음대로”라고 귀띔했다. 기준 자체가 애매모호하단 얘기였다. 이 인사는 이어 “공천 결과에 반발하고 있는 지역들을 보면 공통점을 쉽게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공천심사위원회 회의 결과가 발표된 이후부터 한나라당 당사 앞은 결과에 반발하는 당원들과 이를 저지하려는 수십명의 경찰병력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지난 3월4일 서울 ‘광진을’에 공천 신청을 넣었던 길기연 당협위원장과 그의 지지세력이 집회를 열었다.

길 위원장과 당원 500여 명은 이날 오전 당사 앞에서 사냥개 인형을 물에 삶는 퍼포먼스를 가졌다. 길 위원장 측은 퍼포먼스에 대해 “15년 동안 당을 위해 고생한 길 위원장을 당이 토사구팽 했다는 점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길 위원장 측 한 관계자는 “몇년간 지역에서 터 닦아놓느라 고생고생 했는데 연고지도, 당 기여도도 없는 사람들이 어떻게 1차 배수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이냐”면서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입당한지 1년도 안된 사람에게 공천을 준 것에 대한 명백한 근거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는 공심위가 내세운 심사 기준에 부합되는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길 위원장 측 핵심 인사는 “심사가 있기 몇 달 전, 중앙당에서 ‘누군가 지역으로 날아온다’는 정보를 입수했고 그땐 설마설마 했는데 이런 일이 있을 줄 누가 알았겠느냐”고 분개했다.

이 인사는 이어 “길 위원장에게 결격사유가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1차 배수에 길 위원장이 끼지 못한 상황에 대해 재심을 요구할 것”이라면서 “이는 외부 압력에 의한 공천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를 열었던 당원들은 자신들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탈당을 감행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앞서 전날엔 공천 재심이 이뤄지고 있는 ‘성북을’ 지역구에 공천을 신청한 최수영 위원장과 그의 지지자들이 한나라당 당사를 찾아 항의 집회를 가졌다.


공천 반발지역 ‘공통점’

최 위원장은 이날 “한나라당은 지금 뚜껑만 보수당이지 민중당 세력과 신좌파 세력이 점령한 ‘이재오당’”이라면서 “진수희 의원의 최근 발언은 공공연히 자신들의 의중을 드러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공천심사가 파행 운영되는 것은 일부 공심위원들이 비례대표 등 권력을 지향하는 사심을 갖고 있는 탓”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특히 “정당한 공천절차가 이뤄졌다면 몰라도 나는 이번 총선에 반드시 나의 길을 가겠다”며 무소속 출마 불사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최 위원장은 또 “여론조사 결과 모든 기준에서 2배 이상 앞서고 있는 나를 제치고 (이재오 의원이) 듣도 보도 못한 사람을 자기 필요에 의해 꼽았다”면서 “지금 민심은 한 달 전과 크게 달라졌는데 ‘낙하산 당선’을 낙관하면 큰 오산”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국민들은 ‘국민성공시대’가 아니라 ‘성공한 부동산 재벌들을 위한 잔치시대’라고 비난하고 있다”며 “왜 그런 민심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가”라고 꼬집었다.

성북을 지역의 공천자에 대해 최 위원장 측은 “본래는 하남에 예비후보 사무실을 열었던 사람”이라면서 “갑자기 구정을 전후해 성북에 사무실을 내더니 공식석상에선 ‘이재오의 내정을 받았으니 나를 도와라’고 말하고 다녔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근혜 전 대표가 나설 때”라면서 “박 전 대표가 나선다면 따르겠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병’에 출마 의사를 밝혔던 이원창 전 의원도 공천 결과에 반기를 들었다. 이 전 의원 측 관계자는 “대변인이라는 당직을 가지고 낙하산 공천으로 지역에 출마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나경원 대변인에 대해 불만을 표시했다.

이어 “그동안 우리 지역은 국회의원 선거 3번, 대선 2번 모두 한나라당의 승리를 이끌었던 적이 없었다”면서 “하지만 이번 대선에선 9개동 전체에서 한나라당의 승리를 이끌어 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도 용산구에 거주하는 사람이 인기만을 믿고 출마를 하도록 도와주는 한나라당은 구태정치를 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4년 동안 공생하며 대통령 만들기에 힘써왔던 사람을 이렇게 버릴 수는 없다”고 토로했다.

이 전 의원 측은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내는 것을 묵과할 수만은 없다”면서 “전 당원의 서명을 받아 무소속으로라도 출마 하겠다”는 굳은 의지를 표명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비단 서울‧수도권 지역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충남 아산에서 9년 동안 터를 닦아 온 이진구 의원 측은 “이는 박근혜 죽이기의 일환이며 보복공천으로 밖에 볼 수 없다”며 독설을 퍼부었다.

이 의원 측은 “이진구 의원은 경선 당시엔 박근혜 전 대표를 지지했으나 경선 이후엔 이명박 후보의 충남도당 선대위원장직을 맡아 표심을 이끌어왔다”면서 “결과를 순순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번 공천심사에서 공천을 받은 사람은 당 기여도도 전혀 없으며 아산 지리도 전혀 모른다”면서 “인천지검장으로 있을 당시에도 총기탈취사건이 났는데도 폭탄주 마시다 옷 벗었을 정도로 폭탄주로 유명한 인사가 아니던가”라고 비꼬았다.

이 의원 측은 공천 결과를 다른 관점으로 풀이하기도 했다. ‘이재오 의원이 당 장악을 위해 자신의 측근들에게 공천을 줬다’는 것이었다.

‘이재오, MB가 내정했다’


이 관계자는 이에 대해 “충남 지역은 박근혜를 지지하는 사람들과 계파 사람들이 많지만 우리는 그 표심을 유지, MB 측의 승리를 이끌었다”면서 “그런데도 충남지역에 당선 확률이 적은 사람을 포진시킨 것은 충남을 버리겠다는 의중으로 보인다”고 단언했다.

그는 “도당 위원의 임기는 7월까지니 당이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향후 당집회에 대한 승인을 내주지 않겠다”면서 “한나라당은 지금 바닥 민심이 어떤지를 몰라서 이런 결정을 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충남지역에 기반을 잘 닦아놓은 사람이 공천을 못 받으니 이회창과 서청원이 바로 이쪽으로 출마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지 않았느냐”며 “그리되면 이번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충남지역을 먹기는 절대적으로 불가능해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현재 이 지역에서 공천을 받은 사람은 공식석상에서 ‘MB가 나를 보냈다’고 대놓고 떠들어댔다”며 “우리는 한나라당에 맞서 집단 탈당, 무소속 출마, 한나라당 후보 낙선운동에 앞장설 것이며 어차피 혼자 죽을 거 같이 죽겠다. 심심하지도 않고 잘됐다”고 지탄했다.

서울시 중구의 박성범 의원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박 의원은 최근 서울의 종로, 중구, 강남, 서초, 송파 지역이 전략지역으로 선정돼 공천이 유보된 것과 관련, “재선의 현역 의원보다 더 경쟁력 있는 인사가 누가 있느냐”며 “손학규 대표는 물론 야당의 어떤 인물이 나오더라도 자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5대 총선에서 52.9%의 서울 최고 득표율로, 17대 총선에서는 탄핵바람을 잠재우고 45.9%의 높은 득표율로 당선된 바 있는 박 의원은 “이제 공천여부에 관계없이 출마를 강행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출마 강행의지를 우회적으로 시사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선 ‘한나라당 분열 조짐’에 대한 이야기가 조심스럽게 회자되고 있다. 박 전 대표가 침묵을 깬 상황에서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한 인사는 “괜찮은 지역도 있고 반발이 심한 지역도 있지만 아무래도 반발지역 대부분은 박측 계보 인사들이 포진해 있던 지역이기 때문에 박(근혜)이 어떻게 움직일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이어 “좀처럼 움직이지 않던 박이 칩거까지 들어갔지만 상황이 어떻게 갈무리 지어질지는 모른다”면서도 “당이 둘로 쪼개지는 일이야 없지 않겠느냐”고 했다.


둘로 쪼개질 조짐?


또 다른 핵심인사는 “이번 공천에선 MB측 인사들이 단연 돋보이고 있다”면서 “물갈이론 살생부 이야기가 있었던 만큼 당연한 결과가 아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 인사는 또 “하지만 이로 인해 내분 조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고 말했다.

실제 공천 문제를 놓고 계파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분위기다. 공천에 탈락한 인사들은 저마다 “이재오의 입김 때문에 공천을 받지 못했다”면서 “이는 보복정치로 박측 인사들을 몰아내려는 수작”이라고 입을 모았다. 박 전 대표도 마찬가지. 박 전 대표는 최근 “표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그동안 제일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벌어지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가 좋고 의정활동에서 하자가 없었음에도 단지 나를 도왔다는 이유로 탈락시켰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다.

한나라당 핵심 관계자는 박 전 대표의 이 같은 항변에 대해 “이대로 가다간 계파에 균열이 생겨 조직이 와해될 위기의식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최근 공천 문제가 또다시 떠오르면서 박측 내부의 갈등이 깊어졌다”면서 “그런데도 박이 어떠한 액션도 취해주지 않는다면 누가 그 수장을 따라주겠느냐”고 반문했다.

MB계 한 인사는 이에 대해 “일단 박이 입을 열긴 했으나 칩거 외에 다른 돌발행동을 하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즉 과거에도 탈당 경험이 있는 박 전 대표로선 또다시 당을 떠나는 무리수를 두진 않을 것이란 얘기였다.

이 인사는 “이 일은 어떤 식으로든 봉합이 되긴 될 것”이라면서 “어차피 선거 때면 매번 일어나는 일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집단 반발 중인 당원들이 산발적으로 탈당하는 일은 있겠으나 그들은 신당을 창당 하든 다른 당으로 흡수 되든 결정이 날 것이고 영남권에서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어 “탈당할 사람들 입에서 박의 얘기가 나오는 것은 박과의 연결고리를 찾고 싶어 하는 것 뿐, 이번 공천 과정에서 심사기준에 어긋나는 부분이 없었기 때문에 박이 움직일 명분이 사실상 없다”고 전했다.

한나라당 측 관계자도 이에 대해 “당이 쪼개질 일은 없다”고 못박았다. 그는 “박 전 대표의 현재 입지로는 칩거 외에 공천 반발세력에게 어떠한 것도 해줄 수 없을 것”이라면서 “박 전 대표가 끼어들 지형 자체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박 전 대표에 대해 “명분 없인 움직이지 않는 분임에도 불구하고 조직의 와해를 우려해 입을 열었다는 것에 의미를 둬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전했다.

kye30901@naver.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