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특검팀(조준웅 특별검사)의 막바지 수사가 삼성그룹 오너 일가에 집중되고 있다. ‘삼성 황태자’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의 소환에 이어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까지 소환조사를 받았다. 이건희 회장과 홍라희 삼성리움 관장에 대한 소환도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게 특검팀 안팎의 전언이다.
이런 가운데 이번에는 ‘새 정부 고위 관료들이 삼성으로부터 금품 로비를 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거명된 인사들의 면면만으로도 상당한 후폭풍이 예상되는 사안. 수사기한이 30일 연장된 상황에서 과연 특검팀이 어떤 결과를 내놓을 지 벌써부터 귀추가 주목된다.
청와대, 삼성, 당사자 “사실 무근” 로비 의혹 정면 반박
두 달 가까이 진행되고 있는 삼성특검이 수사기한을 30일 연장했다. 삼성 비리 의혹에 대한 수사는 흐름상 삼성 오너 일가의 혐의 입증을 향해 가고 있는 듯 보인다. 몸통을 향해 고삐를 바짝 죄고 있는 셈이다.
잇달아 이건희 회장의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와 처남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이 소환 조사를 받았다. 특검팀 안팎에서는 불법승계 의혹과 함께 X파일 사건의 재수사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모양새다.
삼성 떡값 명단 거론된 인사 누구
이런 가운데 이번에는 고위층에 대한 삼성의 금품 로비 의혹이 부상했다. 김용철 변호사(전 삼성그룹 법무팀장)가 의혹 폭로를 시작했던 지난해 말 40여 명을 거론했지만 이번에는 3명의 명단만 공개됐다.

사제단은 이종찬 수석비서관을 삼성으로부터 정기적으로 금품을 받은 관리대상으로, 김성호 국정원장 내정자는 김용철 변호사로부터 직접 금품을 전달받았다고 주장했다. 황영기 전 우리은행장의 경우 삼성 비자금 차명계좌 개설과 관리를 주도했다고 거듭 주장했다.
사제단 전종훈 신부는 “거명된 분들은 공직에서 물러나길 바란다”면서 “삼성과 심각한 유착관계에 있고 정기적 뇌물 공여 대상인 사람들이 새 정부 요직 등에 올랐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일부 명단을 공개하게 됐다”고 배경을 밝혔다.
사제단은 또 “이건희 일가의 행태야 말로 대한민국의 성장동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라면서 “부당하게 축적한 권력과 부를 세습하기 위해 상상하기 힘든 국가 주요 관리들을 돈으로 매수하여 관리했다. 이건희 일가의 범죄를 낱낱이 밝히지 못한다면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는 기형적인 모습이 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거명된 당사자들 역시 사제단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김성호 국정원장 내정자는 “김용철 변호사는 물론 삼성 측 관계자로부터 어떤 청탁이나 금품도 받은 사실이 전혀 없다”고 일축했고, 이종찬 민정수석도 “전혀 사실무근이며, 특검 수사에서 명명백백히 진위가 밝혀진 것이다”라고 밝혔다.
특검, 수사 착수할까…막바지 초점 부상
한편 특검팀은 이번 사제단의 주장에 대해 ‘노코멘트’라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사제단 측에서 주장과 연관된 자료를 제출할 경우, 이를 검토한 뒤 수사 착수 여부에 대한 입장을 내놓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특검팀 주변에서는 총선을 앞둔 정치권에서 이 문제를 놓고 공방이 뜨거워지는 데다 그동안 의혹만 무성했던 정부 고위층의 떡값인사 실명이 처음 공개됐다는 점에서 ‘여론에 밀려서라도 수사 착수가 이루어지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나왔다.
특검팀은 논란이 뜨겁자 당초 입장을 바꿔 수사 의지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