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사의 판매왕이라면 임원 부럽지 않은 수당에 회사의 최대실적이란 간판을 짊어지는 명예로운 자리다. 모든 보험설계사의 꿈이라고 일컬어질 정도. 하지만 미래에셋생명의 지난해 선정된 판매왕이 가계약을 통해 실적을 늘려온 가짜라는 것이 드러나 업계의 빈축을 사고 있다.
생보사의 얼굴이자 자존심인 판매왕이 이정도인데, 일반 생명보험설계사야 어떻겠느냐는 추측까지 나오고 있다. 미래에셋 측은 “보다 심사를 강화해 재발을 막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사실 사전에 알아내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한다. <시사신문>이 미래에셋생명이 가짜 판매왕으로 체면구긴 사연을 추적해 봤다.
가계약 규모 35억원 220건…하루아침 자랑이 치부로 전락
최근 미래에셋생명이 판매왕으로 인해 체면을 구긴 웃지 못할 일화가 알려졌다. 사연은 이렇다. 매년 생명보험 업계 회계결산일 기준으로 5월경에 열리는 보험설계사 최다판매자에게 ‘판매왕’이라는 타이틀을 붙여준다. 하지만 미래에셋생명의 판매왕이 가계약으로 실적을 늘려왔던 것이 알려지면서 업계의 입방아에 오르게 된 것이다.
이런 구설수는 지난 2월초 미래에셋생명의 지난해 판매왕이 사실상 ‘가짜’로 드러나면서 시작됐다. 판매왕은 사실상 해당 기업의 자존심이다. 각 분야별 최대 판매량을 지닌 사원을 홍보하면서 ‘성공 스토리’를 알리는 한편으로 ‘우리는 영업왕은 이정도의 실적을 올렸다’는 암묵의 경쟁이 된다는 것이다. 특히 타 기업에 비해 월등한 실적을 올린 영업왕은 각종 언론에 보도자료로 배포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 판매왕이 가짜로 드러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미래에셋생명이 체면을 구기는 것도 피할 수 없는 셈이다.
회사의 간판 ‘판매왕’ 타이틀
국내 각 생보사들은 매년 연도대상이라는 시상식을 연다. 생보사의 축제와도 같은 이날에는 그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판매실적을 보인 설계사를 선정해 ‘판매왕’이라는 타이틀을 주고 있다. 영업현장을 뛰어다니는 보험설계사들의 날인 셈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어느 회사 누가 얼마를 팔았다는 것은 타사에서도 참고하게 된다”면서 “사실 자존심 싸움으로도 볼 수 있는 대목으로 업계 최고 판매왕은 그야말로 선망의 대상이다”라고 밝혔다.
지난해 5월 FC(Financial Concultant)부문 대상을 받았던 A씨 또한 선망이 되는 보험왕이었다. 미래에셋생명에 FC로 취직한지 불과 5개월만에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해, 매월 실적을 평가의 챔피언 타이틀을 놓지 않았다. 1년간 챔피언을 차지한 지난해 5월에는 판매왕이 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미래에셋생명으로서는 업계의 자랑이 됐던 셈이다. 실제 A씨에 관한 소문은 업계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입사이후 짧은 기간에 막대한 성과를 거둔 그의 실적은 업계에서도 막연한 부러움의 대상이 됐음은 두말할 것 없다.
하지만 미래에셋생명의 자랑은 한순간에 치부가 됐다. A씨는 친인척, 친구 등을 통해 보험료를 대신 납부해 주고 있었던 것이다. 미래에셋생명이 밝힌 가계약 규모는 무려 35억원, 220건에 이른다.
미래에셋생명에 따르면 A씨의 계약자 장기 체납을 이상하게 여긴 미래에셋생명 내부 조사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이 발각됐다고 한다. A씨가 익월에 지급받은 선지급수당으로 해당계좌의 보험료를 납입해왔지만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계좌를 더 이상 감당하기가 힘들었다는 설명이다.

미래에셋생명 관계자는 “사실 계약자가 제출해야 할 서류를 모두 완비했고 조건까지 갖췄다는 점에서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면서 “보험설계사와 짜고 계약할 경우 회사로서는 이를 사전에 알아채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심사를 강화해 향후 재발을 막겠다는 방침이지만 재발을 100%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현재 미래에셋생명 측은 관련 수당 35억원을 모두 회수한 상황이다. 수당이 계약자가 납부해야 할 보험료와 큰 차이가 없는 탓에 해당 계약자들을 찾아다니며 해약, 그 대금을 회수했다는 설명이다.
최대 행사에 맞는 검증은?
하지만 이를 둘러싼 업계의 구설수는 당분간 계속 될 전망이다. 판매왕 선정에서도 가짜 실적을 잡아내지 못했는데, 일반 보험설계사는 어떻겠냐는 추측이 잇따르는 까닭이다. 특히 생보사들이 3월 회계결산일을 기준으로 5월 비슷한 시기에 연도대상 행사를 치루는 만큼 미래에셋보험의 ‘가짜 판매왕’에 대한 의구심이 또다시 제기되지 말란 법도 없다는 지적이다.
정작 미래에셋생명의 보험설계사들도 허망하기는 마찬가지다. 미래에셋생명의 한 관계자는 “사실 판매왕은 목표이자 그의 행동 하나가 보고 배우는 교재다”라며 “그런데 판매왕의 실적이 정작 가계약이었다는 것은 한마디로 황당한 이야기”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