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언의 신데렐라 행적 쫓아보니
박철언의 신데렐라 행적 쫓아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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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습은 '묘연'…비리문건만 '덩그러니'

박철언 전 장관과 176억원의 송사에 휘말린 서울 H 대학 A 교수(47·여)의 관계에 대한 정·관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자칫 하면 ‘제2의 신정아 사태’로 비화될 수 있다는 관측에서다. A 교수는 ‘무용계의 신데렐라’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그의 명성은 대단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박 전 장관은 최근 1000억원대 비자금 의혹 제기에 관해 해명하는 자리에서 “이 일(소송)과는 상관없는 이야기”라며 A 교수와의 염문설에 대해 일축했다.

하지만 A 교수를 둘러싼 의혹은 더욱 증폭되는 상황. A 교수는 사태가 악화되자 주변 지인들과도 연락을 끊은 채 자취를 감췄다. <시사신문>은 이번 송사의 핵심 인물인 A 교수의 근황을 추적해봤다.

송사로 사태 악화되자 지인과 연락끊고 자취 감춰
자택 비운상태…지방 모처에서 요양하며 은둔생활

A 교수는 지난해 유방암 수술을 받아 현재는 집중적인 치료를 위해 오는 8월 중순까지 휴직계를 제출한 상태다. 그와 친분이 두터운 지인은 A 교수와 박 전 장관의 관계에 대해 “박 전 장관이 A 교수의 후견인 역할을 해왔다는 것은 이 바닥 사람이라면 다 아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고 귀띔했다.

A 교수와 가까운 측근은 그의 근황에 대해 “가까운 동료 교수들과도 연락 두절 상태라 어디 있는 지는 모르겠다”면서 “‘소송에 휘말렸다’는 소식 들리고부터 잠적했고 어디 사는 줄도 잘 모른다”고 전했다.

학생들은 입 꼭 다물고

지난 3월11일 H 대학을 찾았다. 그 곳 무용실에선 재학생들의 연습이 한창이었다. 한 학생에게 다가가 ‘A 교수를 아느냐’고 묻자 그 학생은 “알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거기까지 였다. 학생들은 A 교수에 대해 말하기를 꺼려하고 있었다.

학생들에게 수차례 인터뷰를 응한 결과, 한 학생이 입을 열었다. 그는 “교수님이 소송 중이라는 것도 뉴스 보고 알았다. 거기 까지다. 솔직히 그 일은 교수의 사생활인데 자꾸 언론에 학교 이름이 들춰지는 것이 속상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은 “지난해부터 가슴이 아프다는 얘기만 들었을 뿐, 군대에 다녀와 내막을 알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무용과 사무실에 들러 조교와 얘기를 나눠봤다. 하지만 조교도 A 교수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줄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렇게 학교를 배회하던 중, A 교수와 관련한 새로운 사실을 접하게 됐다. 학생들이 A 교수의 비리를 폭로한 적이 있다는 내용의 문건을 입수한 것.

무용학과에 재학 중인 학생들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이 문건에는 ‘○○○교수를 고발한다’는 내용의 폭로글이 적혀있었다.

문건에 따르면, A 교수는 1학년부터 4학년까지 각각 15명(한 학년 15명 이상)씩의 반을 편성해 1주일에 한번씩 시간당 10만원의 특강료를 받아 챙겼다.

이를 작성한 학생들은 “특강을 받든 받지 않든 무조건 특강비를 내야 했다”면서 “한달에 400만원 이상의 돈이 어딘가로 지출되고 있고 특강비를 재학생이 관리하지 않고 ○ 교수가 운영하는 무용단에서 관리, 특강비는 순수한 특강비로 사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다른 사립, 공립 대학의 경우 특강비 없이 특강을 하는 경우도 있으며 특강비를 받더라도 10~30만원을 6개월에 한번만 낸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A 교수가 학생들을 상대로 공연 티켓을 강매했다는 주장도 있었다. 이와 관련, 문건에는 “○ 교수는 한 장의 티켓을 학생들에게 선물하고 몇배의 티켓을 학생들에게 강매할 것을 요구한다”고 적혀 있었다.

하지만 학교 측에선 이 같은 내용을 확인해주겠다고 선뜻 나서는 이는 없었다. 학교 관계자들은 저마다 “모른다”, “말하고 싶지 않다”는 답변만을 남겼을 뿐이었다. 특히 정작 이 문제의 중심에 서 있는 A 교수는 입을 굳게 닫고 있다.

흔적 없는 A 교수

학교 측의 협조를 구해 A 교수가 거주하고 있는 분당을 찾아가봤다. 그 곳은 재개발이 한창인 공사현장이었고 주택가라곤 A 교수가 살고 있다는 빌라촌이 전부였다. 아파트 관리인은 빌라 내부로 들어가려는 기자를 붙들고 출입을 통제했다.

이어 “○○○호요? A 교수님 댁 말인가요?”라면서 “이사간 지 한참 됐다”고 말했다. ‘현재 집이 매물로 나와있는가’란 질문엔 “그런 것까진 말하기어렵다”고 답했다.

이어 ‘언제쯤 이사갔느냐’고 묻자 그는 “한참 됐고 지금은 비어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인근의 부동산 업자를 찾았다. 그는 “그 집이 비어있는 지는 말할 수 없다”고 했다.

또 다른 부동산 업자를 찾아 A 교수가 살고 있는 집에 대해 물었다. A 교수가 얼마 전까지 거주했던 빌라는 “77평형으로 매매가가 17억원인 호화빌라”라면서 “그 빌라에는 연예인을 비롯해 방송국 PD, 기자 등 유명인사들이 많이 살아 보안도 철저하고 조용한데다가 2005년에 완공한 집이라 깨끗하다”고 했다.

이 부동산 업자에게 확인한 결과, A 교수가 거주 했던 빌라는 현재 매물로 나와 있지 않다. 아파트 관리원의 말과는 다른 결과였다.

그렇다면 A 교수는 현재 어디 있는 것일까. A 교수의 친언니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박 전 장관에게 받은 돈은 전혀 문제될 게 없다. 우리는 아무 잘못한 게 없는데 왜 언론에서 취재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다.

당시 정황에 따르면, A 교수는 현재 투병으로 인해 지방에서 요양을 하고 있다. 이 측근은 또 “동생을 고소한 이들을 명예훼손으로 맞고소할 준비를 하고 있다”면서 “만약 억울한 일이 있으면 우리가 직접 언론에 호소를 하겠지만 지금은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에 가만히 있을 뿐이다”고 덧붙였다.

st35@sisa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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