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실세 ‘기세등등’ 가는실세 ‘숨고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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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궐 밖’ 실세들의 명암 엿보기

보수의 성지 여유, 높은 인지도로 밀어 붙이기
퇴장 위기에 몰린 ‘DJ맨’들 무소속 약진 예상

▲ 한나라당 주호영 의원과 유시민 전 장관이 보수세력의 텃밭인 대구 수성을에서 일전을 벌이고 있다.
새 정부 출범이후 극명하게 갈리는 실세들의 운명, 4.9 총선을 한 달을 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이들 실세의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 출현으로 현 실세의 자리에 앉게된 주호영 의원,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물러나는 실세 유시민 의원, 여기에 과거 ‘DJ맨’으로 실세 중의 실세로 천하를 호령하던 박지원 전 실장과 한화갑 전 대표, 이들이 눈앞에 다가온 총선에서 실세로서의 면모를 다시 한번 보여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총선에서 금뺏지를 놓고 벌이는 실세들의 활약이 볼만하다.

4.9 총선이 얼마남지 않았다. 가장 백미라고 할 수 있는 할 수 있는 지역을 꼽자면 단연코 대구시 수성을 일 것이다.

‘거물’끼리 한 판 승부

대구는 한나라당의 본산으로 꼽히는 지역이고 수성구는 대구에서도 보수색이 가장 짙게 나타나는 곳이다. 그런데 이곳 대구의 수성을에서 ‘거물’끼리 맞붙게 됐다. 한나라당 주호영 의원과 무소속 유시민 의원이 그 주인공, 주 의원은 대구의 능인고교, 유 의원은 심인고교 출신. 유 의원이 한 살 많지만 같은 78학번이다.

주호영 의원은 현재 이곳의 주인이며 이명박 정부의 떠오르는 실세다. 여기에 도전하는 유시민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물러가는 실세, 현재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주호영 의원이 60%의 지지율과 유시민 의원이 18% 지지율로 차이가 매우 크다.

우리나라의 정치행태로 볼 때 보수의 성지라고 불리는 대구에서 단 한 번도 진보세력 후보가 당선된 일이 없다. 지난 17대 총선에서도 예외없이 한나라당이 12개 지역구를 싹쓸이 했던 곳이다.

이처럼 대구는 전국 200여 개의 지역구 가운데 비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되기 가장 어려운 곳이다. 때문에 진보 진영의 이름 있는 인사가 도전장을 내밀기는 이번이 처음으로 정말 보기 드문 장면이다.

그러나 유시민 의원은 100분토론 진행자였다는 점과 처음 국회를 면바지 입고 들어와 파장을 일으키는 등 높은 인지도를 가진 사람. 게다가 크게 좌로 치우쳐진 정치스펙트럼하에 열린우리당과 대통합 민주신당에서 높은 자리에 있었으며 참여정부시절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사람으로 지난 대통령 경선의 후보다. 대통령 다음으로 가는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유 의원은 이른 아침부터 저녁까지 지역구 곳곳을 누비며 유권자들과 부지런히 접촉하면서 그리 나쁘지 만은 않은 분위기에 만족하는 듯 했다.

유 의원은 “대구가 비한나라당 후보에게 배타적일 것으로 생각했지만 실제로 경험해 보면 호감을 나타내는 유권자가 의외로 많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또 “지난 20년간 한나라당의 독주 속에서 대구 경제는 계속 어려워지기만 했다”며 “대구가 낯선 것에도 너그러운 도시, 개방을 수용하는 도시가 돼야 경제도 살아날 수 있다는 점을 호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승산을 묻는 질문에 그는 “자신 있다는 말은 못하겠고, 승리의 가능성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주호영 의원은 유시민 의원의 도전장이 썩 달갑지 않다. 대통령의 측근중의 측근으로서 무난한 당선을 자신했으나 승부여하를 떠나 전국적 인지도의 유시민 의원이 치고 들어와 언론의 관심이 수성을로 쏠리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운 것.

주 의원의 측근은 “유 의원이 노리는 것이 당선 가능성과 별개로 언론의 주목을 받겠다는 것 아니겠냐”며 “수성을의 판세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모두가 손사래를 쳤던 보수의 왕국 대구 수성을에 유 의원이 과연 진보의 깃발을 꽂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전남 목포 ‘DJ맨’ 행보 주목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정치적 주춧돌 격인 ‘동교동계’가 이명박 대통령 당선 이후 명맥이 끊길 위기에 처했다.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는 DJ의 정치적 고향인 전남 목포 출마를 저울질하다 공천 신청 자체를 포기했고, 박지원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통합민주당에 공천 신청을 했지만 ‘비리 연루자 공천 배제’라는 기준 탓에 공천에서 밀려나면서 무소속으로 총선에 나서야할 입장이 됐다.

이로써 ‘실세들’의 한 판 승부는 물 건너갔다. 이들이 이번 총선에 도전장을 내밀고 낙마, 포기하기 전까지만 해도 ‘올드보이의 귀환’이 이루어지는 듯했다. 그들의 귀환 장소는 목포, 영원한 DJ의 남자인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리틀 DJ’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는 목포를 차지하기 위해 귀환 준비를 하고 있었다.

두 사람 모두 “양보할 생각 없다”며 총선 승리를 향한 전의를 가다듬었다. 한화갑 전 대표는 “대결해야 한다면 할 수 없다. 피할 수 없다”고 했다. 박지원 전 실장도 “다른 곳은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했다.

한 발짝도 물러설 수 없는 전쟁 준비를 하고 있었던 이유에 대해 박지원 전 실장은 “고향은 진도지만, 고등학교를 목포(문태고)에서 나왔다”고 했다. 한 전 대표는 “목포가 (15대에는 고향인) 신안과 한 지역구였다”고 답했다. 박 전 실장은 대통합민주신당에 영입 형식으로 입당한 뒤 출마할 예정이었고, 한 전 대표는 당은 정하지 않았다. 자신이 이른바 ‘제3지대 신당’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은 결국 그 꿈을 이루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 박 전 실장은 '박재승 개혁공천'에 밀려 낙마했고, 공천 신청자체를 포기한 상황, 현재 박 전 실장은 뚜렷한 입장 표명 없이 당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이로써 김대중 전 대통령 세력은 이제 몰락지경에 도달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DJ가 청와대를 떠난 지 5년이 흐른 현재 동교동계 가신그룹의 정치 활동은 한때 한국 정치판을 움직였던 동교동계라는 이름의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지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이들이 그냥 앉아서 퇴장 당할 것 같지는 않다. 학살적 공천에 따른 반대급부로, 무소속의 약진도 예상된다. 말 그대로 ‘동교동계의 실세들의 전쟁'이 시작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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