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물 대 거물 진검승부…칼바람 저릿저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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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날 가는 거물 4·9총선 풀 스토리

‘정치1번지’ 서울 종로서 박진 의원 손학규 대표 맞아 한판 승부
‘李의 전사’ 이재오 VS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운하’ 걸고 싸운다
자유선진당 수도권 승부수 강삼재 최고위원, 원희룡 의원에 도전장
자유선진당 충청 못박기…이회창·심대평 지역구 출마로 쌍끌이


▲ 대선승리와 함께 원내 제1당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는 한나라당에 도전이 잇따르고 있다. 통합민주당은 당 중진의원들을 수도권에 전략공천했으며 자유선진당은 충청권을 석권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거물급 정치인들이 총선 표밭으로 향하고 있다. 각 당 대표는 물론 대선후보로 나섰던 ‘간판’들이 지역구에서 불꽃 튀는 승부를 벌이고 있는 것. 통합민주당은 ‘수도권 바람’을 일으키기 위해 당 내 중진들을 대거 수도권으로 급파했다. 선두에 선 인물은 손학규 대표. 그는 ‘정치1번지’라 불리는 서울 종로 출마를 선언했다. 종로의 상징성을 십분 이용해 중앙에서부터 시작되는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또한 정동영 전 장관도 수도권 표밭을 누비게 됐다. 자유선진당은 충청권을 확실히 차지하겠다는 전략이다. 당 총재와 대표가 직접 충청권에 출마, ‘원내 제1당’을 위한 승부수를 띄웠다. ‘한반도 대운하 반대’를 기치로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재오 한나라당 의원을 정면 겨냥한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의 도전도 눈여겨 볼만 하다. 무서운 폭풍을 예고하고 있는 거물급들의 결전, 그 현장을 따라가 보자.


수도권 표심을 반영한다는 ‘정치1번지’ 서울 종로가 달아오르고 있다. 총선 시작부터 정치권 소식통들의 입에 오르내리던 거물급들의 출전이 시작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수도권 총선 열기 ‘후끈’

종로에 통합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종로에 출사표를 던졌다. 손 대표는 “이명박 정부가 탄생한지 석 달도 채 지나지 않은 지금, 국민은 벌써 실망과 좌절을 경험하고 있다. 이 정부가 일반 국민의 정서와는 동떨어진 1% 특권층을 위한 정부임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며 “서민을 대변하는 건강한 야당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야당세력을 이끄는 당의 대표로써 결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이번 총선에서 서울 종로구에 출마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종로구 출마를 통해 당의 패배주의를 극복하고 이명박 1% 특권층 정부의 독선과 횡포를 막아내는 수도권 대오의 최선봉에 서서 싸울 것”이라는 각오를 밝혔다.

손 대표의 도전에 한나라당은 박진 의원을 ‘맞수’로 내세웠다. 박 의원은 종로의 현역 의원으로 이회창 전 총재의 공보특보를 거쳐 2002년 8·8 재·보선에서 당시 민주당 유인태 후보를 물리치고 종로에서 처음 금배지를 단 이래 2004년에도 열린우리당 김홍신 전 의원과 박빙의 승부를 벌이며 재선에 성공했다.

한나라당 임해규 공심위원은 박 의원의 공천결과를 발표하며 “박진 의원은 한나라당 내 최고 외교전문가로 종로에 출마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는 강한 후보”라고 추켜세웠다.

박 의원은 종로에 대해 “이번에도 아마 최고 격전지가 될 것”이라며 “이제 세게 붙을 일만 남았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손 대표에 대해 “손 대표는 변절의 정치인이자 과거 회귀 세력, 국정 파탄 세력을 등에 업고 나왔을 뿐”이라며 “종로를 사수하라는 당의 지상 명령을 받들어 반드시 압승하겠다. 깨끗하고 멋진 한판 승부를 벌이겠다”고 말했다.

정치권은 손 대표와 박 의원을 주목하고 있다. 이들은 추락하는 당을 일으켜 세우며 상승곡선을 타기 시작한 손 대표와 종로에서 2선을 하며 쌓은 지역기반과 녹록하지 않은 능력을 지닌 박 의원의 승부가 격전으로 치러질 것이라는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종로가 가진 지역적 특성도 변수다. 종로는 한 지역의 표심이기 전에 전 국민의 표심의 방향을 가리키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52.8%, 정동영 25.2%, 이회창 11.7%의 득표율을 보여 일견 박 의원이 ‘한나라당’이라는 메리트까지 안고 손 대표를 맞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각종 총선 악재로 하향곡선을 타는 한나라당과 ‘공천혁명’을 기반으로 상승기류를 타고 오르는 통합민주당에 대한 여론이 종로에 어떻게 반영될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윤보선, 노무현, 이명박 등 대통령만 3명을 배출한 종로. 정치권은 이곳에서의 바람을 일으키느냐 마느냐가 전국적으로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종로에서의 승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孫·鄭 수도권 쌍끌이 나섰다

손학규 대표가 서울의 북쪽을 맡았다면 서울의 남쪽에서는 정동영 전 장관이 투지를 불태우고 있다. 정 전 장관은 “국민은 잘못된 정책 방향을 바로잡고 새롭게 실천하는 강력한 야당을 원하고 있다. 당이 권유한 서울 남부벨트 지역에 출마해 이 지역에서 의미 있는 의석을 만들어내는 데 작은 힘이나마 보태겠다”며 서울 동작을 출마를 선언했다.

대선후보로 나섰던 거물급의 출현에 일찌감치 서울 동작을에서 공천을 확정한 한나라당 이군현 의원은 “위장전입자와 텃밭 지킴이의 싸움이자, 실패한 정권의 책임자와 여당 실력자의 대결”이라며 “동작구가 더 이상 쉬어가는 여인숙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해 보일 것”이라고 벼르고 있다.

이 의원은 이 지역에 위치한 중앙대 출신으로 중앙대에서 교수까지 지낸바 있다. 또한 오랫동안 동작구에 살고 있어 동작을 ‘제2의 고향’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정 전 장관의 수도권 출마는 여러 의미를 가진다. 손 대표와 함께 각각 서울의 북부벨트, 남부벨트를 맡아 당의 지역구 출마자들을 독려하는 한편 수도권에서 민주당 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 이는 자칫 ‘호남당’으로 전락할 수 있는 통합민주당이 전국으로 기세를 떨치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또한 경기 광명에서 국회의원을 지냈던 손 대표가 종로에, 전주 덕진에서 재선을 한 정 전 장관이 동작을에 나선다는 것은 지역주의 타파와 더불어 당 지도부가 텃밭 지역구나 민주당 우세 지역이 아닌 곳에서 살신성인한다는 의미로 비춰질 수 있다.

또한 당 내 박상천 공동대표와 정세균·김효석·장영달 의원·강금실 최고위원 등 중진 인사들의 수도권 출마를 압박하는 것이기도 하다.

“당원들은 국회의원이 되기 위해서 쇄신의 대상이 되고 있는데 자기는 지금까지 있었던 곳에 가서 편하게 국회의원이 되려고 하는 것은 노블리스 오블리주에 어긋난다”, “어려울 때 몸을 던져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당도 살아나고 자기도 살아나지 않겠느냐. 나라면 그렇게 하겠다”며 당 내 ‘스타급’ 인사들의 등을 떠밀었던 박재승 민주당 공천위원장은 손 대표와 정 전 장관의 출마에 “환영한다”며 “당 대표로서 중요한 시기에 종로에 출마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정 전 장관은 자신의 문제뿐 아니라 민주당의 다른 후보들을 위해서도 열심히 노력할 마음으로 출마하는 것”이라고 기를 북돋아줬다.

‘운하재오’ VS ‘NGO국현’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는 서울 은평을 출마를 선언,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한나라당 이재오 의원과 격돌하게 됐다.

문 대표가 전면에 내세운 것은 ‘한반도 대운하’다. 이 의원은 자전거로 대운하 예정지를 돌아보고 ‘물길 따라가는 자전거 여행’이라는 책을 내는 등 ‘대운하 전도사’라 불릴 정도로 한반도 대운하 건설에 의욕을 나타냈다. 또한 대운하와 관련된 각종 발언들로 ‘한반도 대운하’의 최전선에 서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반면 문 대표는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로 대표되는 친환경론자로 환경과 관련한 각종 시민단체와 함께했다.

문 대표는 “이명박 정부의 사실상 2인자이자 대리인 격인 이재오 의원을 쓰러뜨리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그는 이어 “한반도 대재앙을 몰고 올 대운하를 저지하기 위한 대장정을 시작한다. 은평을이야말로 경부대운하를 추진하겠다는 토공 기반의 가치와, 환경과 사람 중심의 창조적 가치를 대비시킬 수 있는 최적지”라고 강조했다. 때문에 이들의 일전은 지역구를 둔 승부이자 ‘한반도 대운하’의 심판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표는 ‘반 대운하’ 정서와 이명박 정부의 실책을 이 의원을 쏘는 총탄으로 삼는다는 전략이다. 또한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 정동영 전 장관에 이어 3위를 차지, 130만표를 얻었던 저력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이 의원은 묵묵부답이다. 하지만 정치권은 우선 이 의원의 수성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은평을은 이 의원인 1996년 당선된 뒤 2004년 탄핵 열풍에도 불구하고 3선에 당선되면서 지켜온 지역구다. 또한 그가 이명박 정부의 ‘실세’로 불리며 지역민과 청와대를 이어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짙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은평을에는 지난 대선에 출마했던 경제공화당 허경영 총재가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그는 17대 대선관련 공직선거법위반, 명예훼손 등으로 구속 기소돼 현재 영등포구치소에 수감 중이며 아직 확정 판결이 나지 않은 만큼 ‘옥중 출마’도 불사한다는 각오다.

수도권이 총선 바로미터?

이번 총선에서는 대부분의 격전지가 수도권에 몰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몇몇 지역을 제외하면 대부분 수도권에서 실세들의 도전이 이어지고 있다.

강삼재 자유선진당 최고위원은 당의 수도권 교두보 확보를 위해 발로 뛰고 있다. 그는 20년간 텃밭이었던 경남 마산을 버리고 재선의 원희룡 한나라당 의원이 지키고 있는 서울 양천갑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강 최고위원은 “지난 20년 동안 살았던, 제 인생 제2의 고향인 양천구에 새롭게 도전하겠다”며 양천갑 출마 의지를 밝혔다. 그는 수도권 출마에 대해 “당이 어렵고 힘들기 때문에 솔선해서, 당 입장에서 척박한 땅이라 할 수 있는 서울 지역에 몸 던지겠다”며 “선전하고 잘 싸워서 선진당이 수도권에서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되고자 전초기지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통합민주당에서는 민주화운동을 해 온 김근태 의원이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도봉갑에서 ‘뉴라이트 운동’을 주도해 온 신지오 자유주의연대 대표를 맞아 일전을 벌인다. 또한 경기 고양 일산갑에서는 민주당 한명숙 전 총리가 한나라당 백성운 전 인수위 행정실장과 격돌한다. 참여정부 총리와 이 대통령의 측근의 결전은 신·구 정권의 대리전으로 불리기도 한다.

서울 서대문갑에서는 한나라당 이상헌 전 의원과 민주당 우상호 의원이 16·17대 총선에서 가리지 못한 우열을 가린다.

민주당 신기남 의원은 친박계 인사의 도전을 받았다. 신 의원은 서울 강서갑을 두고 박근혜 전 대표의 공보특보 출신인 한나라당 구상찬 당협위원장과 맞대결하게 됐다. 경기 수원영통에서는 참여정부 경제부총리와 교육부총리를 지낸 민주당 김진표 의원이 앵커 출신 박찬숙 한나라당 의원과 대결하며 경기 부천 원미을에서는 배기선 민주당 의원과 이사철 한나라당 전 의원이 4번째 격돌을 앞두고 있다.

‘충청 삼국지’ 막 올라

자유선진당 거물급 중진들의 출전으로 충청권이 주목받고 있다. 선진당은 충청에서 기반을 마련한다는 전략으로 당 총재·대표 등 핵심인물들을 잇따라 충청권 지역구로 보내고 있다. 1차 공천에서 선진당의 충청권에 배정된 현역의원이 5명에 이를 정도다.

이회창 총재는 선영이 있는 충남 예산·홍성에 출마한다. 예산·홍성은 지난 대선 이 총재가 과반 이상의 지지를 얻었던 곳.

이 총재는 자신의 출마에 대해 “지역과 전국에서 모두 최대한 성과를 거두자는 두 마리 토끼 잡기 전략”이라며 “어느 정당이나 기반이 되는 지역이 있다. 선진당은 국민중심당과 합당했는데, 국중당의 원래 기반이 충청도이기 때문에 선진당의 주요한 기반이 충청도에 있다고 보는 것이다. 충청권은 선진당의 기반인 만큼 우선 충청권에서 석권해야 한다는 목표의식을 갖고 총선 전략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를 맞아 지역구 수성에 나선 이는 한나라당 홍문표 의원이다. 그는 이 총재와는 ‘정치적 사제’ 관계로 2002년 대선 당시 이 총재의 최측근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대선과정에서 사이가 벌어지기 시작해 이제 결전을 벌여야 하는 운명의 라이벌이 됐다.

심대평 대표는 현 지역구인 대전 서을 대신 충남 공주·연기 지역에 출마를 택했다. 이곳은 ‘충남의 정치1번지’라 불리는 충남 정치의 중심부다.

심 대표는 “현 지역구 출마가 지역구민에 대한 예의이고 원칙이지만 당이 선거전략상 공주·연기 출마가 불가피하다고 한다”며 “공주·연기가 충남의 상징적인 지역이라는 점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즉, 충남의 심장부를 겨누는 동시에 대전에서의 영향력을 살리는 이중주를 보이겠다는 것이다.

그는 “선진당은 어디서도 확고한 의석을 확보할 역량을 갖추지 못했다. 이번에 충청권에 확고한 기반을 못 만들면 전국정당의 발판을 마련할 수 없다”며 충청권 석권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 외에 권선택 의원은 대전 중구에서, 김낙성 의원은 충남 당진, 류근찬 의원은 충남 보령·서천, 박상돈 의원은 충남 천안을에 도전한다. 변웅전 전 의원은 충남 서산·태안에 출사표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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