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아우성이다. 고유가, 고환율, 원자제값 상승, 미국발(發) 세계경제 침체 등 시간이 해결해주길 기다리기엔 겹겹이 쌓인 악재가 너무 많다. 기업 대부분이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위기상황’이라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나마 ‘친기업’을 표방한 새 정부의 출범이 조금이나마 위안이라면 위안.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기업에선 얌체 상술로 위기탈출 해법을 찾으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서민경제의 부담감이 높아지면서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원자재가 폭등 이유 일부 업체 ‘폭리’…서민경제 ‘비상’
“팔아도 파는 게 아니다. 팔수록 빚만 늘어나는 꼴이다. 외환위기 때보다도 몸으로 느끼는 어려움은 더 크다.” 최근 기자가 만난 A기업 고위 관계자의 하소연이다. 어떻게든 위기탈출 해법을 찾아보려 하지만 엎 친데 덮친 대외적인 악재에 뾰족한 대안마련이 어렵다는 참담한 심경도 토로했다. 당장 경영, 인력, 임금 등 대대적인 내부 구조조정 이외에는 대안마련이 어렵지 않겠냐는 푸념도 털어놨다.
직격탄 맞은 기업들 ‘해법이 없다’
이미 수입 원자재값이 급등하면서 물가 관리는 비상사태에 직면해 있다. 여기에 국제유가는 연일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있고, 환율까지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우리 경제의 숨통을 죄고 있다. 당연히 기업들의 비용 위험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미 우리 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산 원유가격은 100달러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고, 서부 텍사스 중질유 가격은 배럴당 110달러를 이미 돌파해 버렸다. 단기간에 진정될 고유가 행진이라면 그나마 다행이겠지만 이런 고유가 행진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환율도 고유가 못지않게 후폭풍이 크다. 지난 3월11일에 원·달러 환율이 23개월 만에 최고치인 970원대로 올라서기 무섭게 2틀 만인 13일엔 982원대로 치솟았다. 엔화 역시 100엔당 980원대를 넘어섰다. 당연히 수입 원가부담이 높아지는 만큼 이로 인한 물가 상승은 기업뿐만 아니라 서민경제에도 치명타다. 이미 1월 수입물가는 9년 3개월 만에 최고치(21.2% 상승)를 기록했고,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4%대 진입이 점쳐지고 있다.
우려는 현실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단적으로 고유가에 직격탄을 맞고 있는 석유화학 업계는 t당 900달러를 넘어선 나프타 가격으로 1분기 수익이 반 토막 날 처지에 놓였다. 전자업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표면적으로는 수출 비중이 큰 만큼 원화가치 하락의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겠지만 사실 핵심 부품 상당수를 수입에 의존하는 만큼 팔아도 남지 않는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
유가 비율이 높은 항공업계 역시 비상경영에 돌입한 상태다.
대한항공은 이미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노사간 임금동결 합의까지 진행됐다. 고유가와 환율 상승으로 심각한 위기상황에 직면해 있다는 것을 회사나 직원들 모두 공감하는 부분이다. 실제 유가가 1달러 오르면 추가비용이 33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항공기, 주요부품 등을 달러로 사들여 원화로 갚아 나가야 하는 것도 엄청난 부담일 수밖에 없다. 지난해 흑자를 기록했던 대한항공은 벌써부터 적자를 우려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있는 셈. 아시아나항공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원자재 상승 따른 얌체 상술 ‘눈살’
원자재 가격도 사상 최고 수준을 보이면서 국제시장에서 원자재를 사서 상품을 만드는 기업들은 문을 걸어 닫아야 할 판이다. 대기업 하청에 의존하는 주물업체나 레미콘업체 등은 원자재 가격 폭등을 견디지 못해 납품가 인상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대기업 입장에서도 경영환경이 납품가격을 원자재 가격 상승과 연동해 일률적으로 올려 줄 수도 없는 형편이다. 당연히 향후 소비재 가격에 파급이 미칠 건 불 보듯 뻔한 문제다.
한편 원자재 가격 상승을 이유로 폭리를 취하는 기업들의 얌체 상술이 최근 도마 위에 올랐다. 원목이나 인테리어 업종 등에서 원자재가 상승을 이유로 은근슬쩍 소비자 판매가격을 높여 놓고 이익 챙기기에만 급급하다는 지적이다. 브랜드 프리미엄을 감안한다하더라도 비브랜드 업체들의 제품과 비교해 많게는 50%까지 폭리를 취하고 있어 결국 서민경계만 부담이 높아지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