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솔홈데코 구조조정 분쟁 내막
한솔홈데코 구조조정 분쟁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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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와해 위해선 없는 적자도 만든다?

한솔그룹 계열사인 (주)한솔홈데코(이하 홈데코)가 노조와 첨예한 대립을 하면서 재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한솔그룹 측이 홈데코 매각을 앞두고 노조를 와해시켜 단가를 높이려 한다는 주장이 노조로부터 제기된 것이다. 이미 홈데코는 지난해 매각을 추진했지만 단가차이 등의 이유로 결렬된 바 있다. 현재 한솔그룹 측은 “매각할 의사가 전혀 없다”고 부정하는 상황. 하지만 노조와 사측의 갈등은 이미 부분파업 등으로 깊어만 가고 있다. 홈데코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분쟁을 <시사신문>이 쫓아봤다.

▲ 한솔홈데코의 노사갈등이 장기화될 전망이다. 보존부문직원 44명 직무이동의 명분과 배경을 둘러싸고 첨예한 대립각이 세워진 탓이다.
기술직 지원 44명 하루아침에 사무직 발령…“사실상 해고” 주장
1분기만에 50억원 누적순이익에서 약 60억원 손실기록 의혹 증폭

한솔그룹 계열사 홈데코를 둘러싼 노사간의 갈등이 점차 첨예해지고 있다. 지난 3월6일 홈데코 노조는 부분파업으로 3일간 생산을 중단했던 것에 이어 추가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한솔그룹이 범 삼성가라는 점에서 그동안 무노조경영을 해왔던 것은 업계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때문에 지난해 한솔그룹 첫 노조가 탄생한 홈데코가 파업에 이르게 된 배경에는 심각한 노사의 갈등이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들이 이렇게 갈등을 빚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술직원 사무직 발령된 이유

갈등의 핵심은 회사 측의 구조조정에서 출발한다. 홈데코 측은 지난 1월31일 대규모 인사이동을 실시했다. 보존부문의 현장인력 44명을 일방적으로 총무부로 직무이동 시킨 것이다. 하지만 이들에게 총무업무는 없었다. 오히려 지난 2월 한 달 동안 한국폴리텍V대학에서 컴퓨터활용, 기술과정 강의를 들으라는 명령이 하달된 것. 게다가 이들의 업무공백은 회사에서 계약한 아웃소싱업체 직원들 채워졌다. 심지어 홈데코로부터 “각 작업장과 사무실, 휴게실 등에 비치된 개인 사물을 모두 빼라”는 지시까지 내려왔다.

이에 따라 해당 직원들은 불안을 느끼고 있다. 총무부로 발령 났지만 해당 부서에는 이만한 인력이 투입될만한 업무는커녕 자리도 없는 상황이다. 사측에서는 “아웃소싱으로 전환해 2년간 고용과 급여를 보장 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는 다른 말로 홈데코에서 사실상 해고당하고 비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셈이라는 게 노조 측의 주장이다.

홈데코 측은 회사의 위기탈출 차원에서 구조조정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홈데코 관계자는 “연일 적자를 보는 홈데코의 상황에서 노조가 구조조정에 대한 협의를 거부하니 이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회사가 살아야 노조도 사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하지만 노조가 가장 반발하는 것도 이 대목이다. 홈데코 노조 관계자는 “마땅한 구조조정 근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노조를 잘라내는 행동이다”라며 “오히려 구조조정이란 빌미로 노조를 와해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직무이동 된 44명에서 노조 핵심간부는 약 11명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그 근거로 최근 몇 년간 홈데코의 실적이 ‘눈 가리고 아웅’이라고 지적했다. 마루바닥재 및 MDF 등을 생산하는 한솔홈데코는 2005년부터 적자에 시달렸다. 2005년 적자규모는 298억9503만원으로 2006년에는 380억1993억원, 지난해에는 25억5728만원에 이른다. 문제는 이 공시의 적자가 모두다 실제 영업손실이 아니라는 점이다.

▲ 한솔홈데코와 노조의 갈동은 당분간 쉽게 식지 않을 전망이다.
그는 “사실상 공시한 순익이 적자가 되는 것은 지분법 평가손실에 의한 것”이라며 “영업이익은 2006년을 제외하고 계속 흑자였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올해 실적이 더욱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고, 지난 3월13일 호주 조림지의 매각이 종결되면서 판매대금으로 영업외수익까지 예상되는 상황에서 구조조정은 납득 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특히 홈데코는 지난해는 3분기까지 50억원의 누적 순이익을 기록해왔는데 지분법 평가손실을 적용하면서 4분기에 약 60억원의 손실을 기록해버렸다. 노조 측은 그 이유를 “굳이 지분법 평가손실을 반영해 적자를 구실로 구조조정을 하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실제 발생하지 않은 손실이 회계 상에서 처리됐다는 설명이다.

특히 이런 주장은 홈데코의 모기업 한솔제지의 기업설명회에서 “홈데코 매각에 반대하는 노조를 염두해 지분법 평가손실을 반영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는 뒷말이 퍼지면서 더욱 논란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심지어 노조 와해의 목적이 홈데코 매각에 있다는 주장도 관측된다. 한 노조 관계자는 “노조가 설립되니 매각단가가 낮아져 지난해 매각이 실패한 것으로 안다”며 “때문에 노조를 사실상 와해시키고 단가를 높여 매각을 추진하려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현재 한솔그룹 측은 “한솔제지의 기업설명회에서 매각을 거론한 사실은 전혀 없었으며 지방노동위원회 소명자료를 제출할 계획이다”라고 노조에 맞서고 있다. 오히려 노조가 주장하는 매각설 자체도 철저히 부정하는 상황이다. 한솔그룹 관계자는 “어려운 기업이 회생하기 위해서는 구조조정을 하거나 매각이 되거나 외자를 유치하는 수밖에 없다”면서 “홈데코는 현재 회생을 위해 구조조정을 하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노사분쟁 장기화 될 듯

하지만 총무부로 발령된 보존부문 직원 44명은 복직을 요구하며 교육을 거부한 상황이다. 이에 홈데코 측도 급여지급을 거부하며 팽팽한 신경전이 오가고 있다. 때문에 업계는 당분간 홈데코를 둘러싼 노사의 공방이 계속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는 상황 속에서 부분 파업에 사측이 당일 휴업으로 대처하는 등 철저한 항전의 기미가 보이는 탓이다. 이에 노조 관계자는 “삼성가의 방계답게 노조를 탄압하려는 한솔그룹 측 경영관에 절대 굽히지 않을 것”이라며 “파업은 물론이고 다양한 대처방안을 고심 중이다”라고 장기전을 예고했다.

한솔홈데코 관계자 1문1답

▲ 당사자들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직무발령을 낸 것 아닌가.
현재 경쟁업체들은 보존부문을 아웃소싱으로 쓰고 있다. 홈데코도 수년간 적자를 회복하기 위해 인력을 감축할 필요가 있었다. 해당 직원에게는 2년간 아웃소싱 직장 보장, 희망퇴직자 접수 등 다양한 길을 열어뒀다. 애당초 노조와 협의를 거쳤지만 입장차이가 커 제대로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 매각 단가를 높이기 위한 노조와해라는 주장에 대해.
매각은 현재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실적향상을 위해 2005년 아산공장을 매각하고, 2005년 말에는 임원을 감축했다. 그밖에 역삼동 사옥 매각, 영업부문 축소, 지난해 말에는 골프장회원권을 매각하는 등 회사 측도 흑자 전환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쏟고 있다.

▲ 지분법 평가손실을 적용해 순이익을 적자로 만들었다는데.
-홈데코가 뉴질랜드 조림지를 매물로 내놨기 때문에 매각하기 위해서는 현지법상 이를 모회사 공시에 지분법 평가손실을 반영해야 했다. 이 때문에 적자가 난 셈이다. 하지만 지난해 정도 규모의 영업이익으로는 이자도 내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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