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동아제약 지분 늘리기’ 내막
한미약품 ‘동아제약 지분 늘리기’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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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삐 조였으니 한번 달려봐?

국내 제약업계 1, 2위인 동아제약과 한미약품의 미묘한 관계가 이목을 모으고 있다. 증권가를 중심으로 ‘한미약품의 동아제약 M&A(인수합병)설’이 회자되고 있어서다. 최근 한미약품이 동아제약 지분을 추가로 확보한 것이 단초가 됐다. 한미약품은 지난 3월6일 장외거래를 통해 동아제약 주식 20만주를 매입했다. ‘단순투자 목적’이라고 지분 취득 이유를 공시했지만 업계와 증권가 등에서는 ‘인수합병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한미약품이 취득한 동아제약 주식 20만주의 노림수는 무엇일까. <시사신문>이 내막을 따라가 봤다.

▲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
지분율 10%대 눈앞에 둔 한미약품 노림수 무엇?
증권가 ‘M&A설’ 모락모락…양사 모두 ‘노(NO)’

한미약품의 동아제약 지분 취득이 이목을 모으는 이유는 동아제약이 이른바 ‘부자의 난’으로 경영권 분쟁을 수년간 겪어오며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에 문제점을 드러냈다는 점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부자의 난은 동아제약 강신호 회장과 차남인 강문석 수석무역 대표가 경영권을 놓고 갈등을 빚은 것으로, 지난해 강문석 대표가 지분을 넘기고 손을 떼면서 일단락 된 상태다.

주식 취득 숨은 이유 있나?

사실 한미약품은 동아제약 부자의 난에서도 확실한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었다. 부자의 난이 정점으로 치닫던 지난해 초만 하더라도 7%대의 지분율로 그 영향력이 막강했던 것이다. 예컨대, 한미약품이 강신호 회장과 강문석 대표 중 어느 쪽에 서느냐에 따라 최후 승자가 판가름날 정도였다.

당시에도 한미약품의 동아제약 인수합병설은 불거져 나왔다. 강신호 회장의 백기사가 되어주는 조건으로 동아제약에 자사주 맞교환(300억원)을 제의했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지분 맞교환이 이루어질 경우 한미약품이 단숨에 동아제약 최대주주로 등극하게 되고, 이는 곧 한미약품이 동아제약을 인수합병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사안이었다.

하지만 강신호 회장이 이를 거절하면서 ‘물밑 접촉’선에서 ‘없던 일’이 되어 버렸다. 당시 한미약품 임성기 회장과 강신호 회장이 서울 강남 모처에서 회동하며 이 같은 논의를 했지만 강신호 회장이 이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한미약품이 최근 또다시 동아제약 지분 늘리기에 나선 것은 당연히 그 배경에 이목이 모아질 수밖에 없다. 한미약품은 지난 3월6일 장외거래를 통해 동아제약 지분 20만주(223억6000만원)를 매입했다. 이로써 한미약품은 기존 지분율(7.14%)에 덧붙여 동아제약 지분율을 9.13%(91만7427주)로 끌어 올렸다. 한미약품은 동아제약 지분 취득 이유를 ‘단순투자’로 밝혔다.

▲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
당사자가 단순투자라고 밝힌 마당에 이런저런 얘기들이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대주주를 위협할 만한 지분율이라는 점 때문이다. 한미약품의 지분율은 우호세력으로 분류되는 한양정밀의 동아제약 지분 4.8%를 합산할 경우 13.93%에 달한다. 10%가 넘는 지분율만으로도 동아제약에 대한 한미약품의 입김은 더욱 강해진 셈이다.

부자의 난에서도 드러난 문제이지만 최대주주인 강신호 회장의 지분율이 특수관계인 지분을 모두 합산해도 20%대에 불과하다. 강신호 회장 개인으로만 보면 13.32%의 지분율로 한미약품은 우호세력을 합산해 이미 최대주주의 지분율을 넘어선 상태다. 업계와 증권가에서 인수합병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다.

한미약품은 그러나 “투자가치가 높기 때문”이라는 원론적 입장이다. 인수합병을 염두해 둔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차익 실현을 위한 단순한 투자의 목적”이라는 얘기다. 한미약품은 이전에도 투자를 통해 막대한 매각차익을 누리며 재테크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해 왔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없는 것도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 한미약품이 이번 동아제약 지분을 인수한 실탄 역시 탁월한 재테크 실력에서 나왔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미약품은 지난 2월27일 보유 중이던 SBS 주식 27만주를 주당 6만1500원에 매도하면서 166억500만원의 실탄을 확보했다. 이는 지난 1999년 SBS 주식공모에 참여할 당시 투자금액 16억원에 비하면 150억원 가까운 차익을 거둔 것이다. 이전에도 한미약품은 영남방송, 동신제약 등에 투자해 400억원이 넘는 매각차익을 거둔 바 있다.

인수합병 가능성 ‘글쎄…’

그러나 다른 시선이 없는 것은 아니다. 투자처가 없는 것도 아닌데 굳이 동종업계, 그것도 업계 2위의 한미약품이 왜 업계 1위의 동아제약 지분을 틈만 나면 늘리느냐는 갸웃한 시선인 것이다. 실탄이 넉넉한 한미약품이 추가로 동아제약 지분을 매집하지 말란 법도 없는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자산규모나 매출이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한미약품이 업계 수성에 대한 욕심을 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지 않겠느냐”면서 “신약개발 능력이나 마케팅, 연구개발 인프라가 잘 짜여진 동아제약이라면 업계 어느 회사나 욕심을 낼만하다”고 말했다.
한편 동아제약 측은 한미약품의 지분 늘리기에 대해 “M&A 가능성은 없다”고 보고 있다. 대응할 수 있는 충분한 장치를 마련해 놓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지난해 경영권 분쟁에서 현 경영진의 손을 들어줘 경영권 분쟁을 일단락 짓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기관투자가들 역시 여전히 동아제약의 우호세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미약품이 추가 취득한 20만주의 주식이 인수합병의 서막인지는 지켜봐야 할 문제이겠지만 ‘현재로써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동아제약 내부의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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