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명] 좋은 직장 잡아라! 경력 만들기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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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가진 스펙은 필요 없다’ 특이한 그들만의 취업 노하우

튀는 경력을 만들기에 나선 젊은 구직자 급증하는 이유
‘편입+토익 고득점+해외연수’ 등 이미 기본 중 기본
원양어선 타기, 해외서 노숙 등 기업에선 긍정 평가
튀는 경험보다 더 중요한 것은 ‘무엇을 배웠는가’

대학 졸업생들의 취업이 바늘구멍 뚫기라는 말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따라서 요즘 취업 트렌드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 단순히 취업 준비로 인한 공부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특이한 경험을 위해 직접 뛰고 그 것을 ‘취업 마케팅 전략’에 활용하기까지 한다.

이러한 전략이 없는 경우엔 넘어야할 산이 너무도 많다. 심각한 취업난 탓에 지난 2월 대학 졸업자 10명 가운데 4명은 아직도 직장을 구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한 취업 사이트가 서울지역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대학생 73.2%가 ‘대기업에 취업 하고 싶지만 안 되면 눈높이를 낮출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떠오르는 아이템은 중소기업 취업. 하지만 중소기업을 선택하려 해도 기업 정보부족으로 괜찮은 기업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좋은 직장의 기준은 대기업을 지향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기업에 들어가기 위해선 남들과는 다른 그 ‘무엇’이 필요하다. 어학연수는 기본이고 남들보다 ‘튀는 경력’을 가졌다면 금상첨화. 튀는 경력이란 무엇일까.

‘취업포기족’ 대학원으로 몰린다

‘편입은 기본이고 유학은 필수다.’, ‘취업고시 패스하려면 기본 3년은 투자해야 한다.’ 요즘 대학가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지난해 한국외대를 졸업한 김모(27?여) 씨는 “지방대학에 다니다가 1년 동안 공부해서 외대로 편입했다”고 말한다.

그는 “편입은 아무것도 아니다. 편입은 했지만 그게 다가 아니었다”고 했다. 편입 후에도 김씨는 학점관리, 토익과 비즈니스 영어 등은 기본으로 준비하고 일반 상식 외에도 한문 자격증을 취득했지만 “취업의 벽은 높기만 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내가 1학년때는 선배, 동기들과 모여 학교생활을 즐기는데 시간을 많이 썼지만 지금 1학년들의 경우 수업이 끝나면 도서관이나 학원 등으로 빠져 나간다”면서 “지금은 대학에 들어오자마자 취업 준비를 하는 애들이 대다수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또 “졸업을 하고 난 뒤부터 지금까지 낸 이력서만도 200여 통이 넘는다”면서 “하지만 아직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곧 영국으로 유학을 떠날 것”이라고 했다.

지난 2월 4년제 대학을 졸업한 강모(28) 씨도 “취업의 문턱을 넘기란 만만치 않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먼저 사회로 나간 동기들이나 선배들이 만날 때마다 ‘일자리 구하기 힘들다. 차라리 대학원을 갈 걸 그랬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면서 “들을 때는 잘 몰랐는데 막상 사회로 나와 보니 그 말이 뼈 속까지 와 닿는다”고 한탄했다.

강씨는 “사실 주변 친구들 중 취업난을 뚫고 나갈 자신이 없는 애들은 대학원 진학을 선택하는 경우도 많다. 대학 3학년 때부터 취업 준비를 해온 나로써도 취업이 안 돼 밤잠이 안 온다. 나도 대학원 진학을 신중히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상당수의 대학생들이 학업보다 취업준비에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쏟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취업포털 커리어가 얼마 전 대학생 109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하루 평균 취업준비에 투자하는 시간이 4시간 정도로 나타났다. 이는 학업에 투자하는 1시간 7분보다 3배 이상 많은 수치다.

현재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응답자들의 취업준비 비용도 월평균 26만원 정도로 학업에 들어가는 비용 13만원보다 2배 많게 나타났다. 이는 대학시절 배우는 중요한 것으로 전공지식과 사회성, 인성 등을 꼽은 것과는 상반된 결과다.

대학생들의 취업준비 방법으로는 독학이 절반 이상으로 가장 많았으며, 학원 수강과 인터넷 강의 수강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취업정보 포털사이트 커리어 김기태 대표는 “대학시절에서 학업이 중요하다는 것은 많은 대학생들이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나 극심한 취업난으로 인해 실제로는 취업을 준비하는데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쏟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구직을 위한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취업이 만만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지난해 대학졸업자는 무려 56만명. 새로 만들어진 일자리는 28만개, 그만큼 경쟁은 치열하다.

‘이건 기본이여~’

최근 미국 미시건 대학을 졸업하고 귀국한 김모(28) 씨. 한국 취업시장 사정을 몰라 인터넷 검색을 통해 취업사이트 문을 두드렸다. 10년 넘게 미국에 거주하면서 네이티브에 가까운 영어실력과 유명 IT 기업인턴 경험이 그에겐 ‘킬러 콘텐츠’.

하지만 일명 ‘수재’라는 그도 거쳐야 하는 첫 관문이 있다. 바로 같은 취업준비생들에게 공개하는 본인의 스펙(Speculation. 구직희망자들 사이에서 학력, 학점, 토익 점수 따위를 합한 것을 지칭하는 단어) 검증을 받아야 한다는 것. 검증주체는 김씨와 같은 ‘취업준비생’.

그는 “해외에서 오랜 유학생활을 해서 그런지 취업기준에 대해 몰랐었다”며 “사이트를 통해 자원봉사 부분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부산대학교를 졸업한 유모(26) 씨 역시 취업사이트 문을 두드렸다. 얼마 전 호주에서 1년간의 어학연수를 마치고 돌아온 그는 대학시절 각종 기업의 홍보대사, 영화제 스텝활동, 대학생 기자활동을 했다. 하지만 그의 발목을 잡는 문제가 있었다.

바로 ‘학점’이었다. 그는 “스펙공개 게시판에 문의해보니 어차피 졸업한 이상 학점은 메울 수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며 “그 대신 영어점수와 자기소개서에 온 힘을 쏟을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남들이 안 하는 ‘짓’을 해라

그러나 취업을 위해서 이런 과정은 기본 중에 기본.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해 원양어선 선원체험을 하거나 히말라야 등정에 일본에서의 700㎞ 노숙생활까지 인사담당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 박모(26) 씨는 20개월간 2000t급 참치 잡이 원양어선 선원 생활을 마치고 지난 1월 고향으로 돌아왔다. 지방대 해양생산시스템공학과를 졸업했던 박씨는 전공을 살려 수산업 분야 대기업과 중견기업 곳곳에 원서를 넣었지만 모두 고배를 마셨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원양어선 선원 체험’이었던 것이다. 취업을 위한 ‘남다른’ 경력 쌓기였다. 그는 남태평양 인근 해역을 누비며 오전 5시부터 오후 7시까지 황다랑어와 가다랑어를 잡아 올렸다. 찢어진 그물을 수리하느라 일주일에 한두번은 밤을 꼬박 샜다.

원양어선에서 하선한 그는 요즘 다시 수산분야 기업에 입사원서를 쓰고 있다고 했다. 박씨는 “남들이 쉽게 하지 못할 경험을 했고 원양어업 현실도 생생하게 체험했다”면서 “일단 면접까지 올라간다면 뽑힐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자신했다.

자신의 특이한 경력사항을 내세워 취업에 성공한 사례도 있다. 서울 명문대를 졸업한 박모(28) 씨는 면접 때마다 2006년 해발 6189m인 히말라야의 ‘아일랜드 피크’ 등정 경력을 집중적으로 홍보했다. 단순한 등산 애호가였던 그는 졸업을 1년 앞두고 이 봉우리를 등반했다.

입사 지원서를 낼 때마다 네팔산악연맹이 발급한 ‘정상 등반 증명서’ 사본을 이력서에 첨부했다. 한 외국계 기업과의 면접 때 대표이사가 그 증명서를 보고 정상에 서본 소감을 묻자, 그는 “에베레스트 정상까지 모시겠다”는 무리한(?) 약속까지 했다. 결국 그는 합격했다.

‘맞춤형 취업족’ 출연

아예 특정 기업에 취업할 목표를 세우고 ‘맞춤형 경력’도 만든다. 자신이 입사를 원하는 회사의 인턴 혹은 계약직으로 일하는 젊은 인력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졸업한 이모(27) 씨. LG전자에 입사할 생각으로 졸업을 앞둔 마지막 방학을 이용해 경북 구미의 LG전자 컴퓨터 모니터 생산공장에서 두 달간 ‘계약직 생산직원’으로 일했다. 그는 하루 9시간씩 모니터 나사를 조이는 일을 하고 한 달에 70만원을 받았다.

이씨는 “과외 아르바이트로 한 달에 200만원 가량을 벌었던 적도 있었지만 돈보다 장래 전자 업체 취업을 생각해 경력을 만드는 게 더 중요했다”고 그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도 늘 실효를 거두는 것은 아니다. 결국 그가 취업한 곳은 LG전자가 아니라, 금융업종의 한 협회였다.

학생들의 이런 분투에 대해, 기업 인사담당자들은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가끔은 냉정한 반응도 없지 않다.

국내 한 대기업 인사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색다르고 다양한 경험을 많이 했다는 건 그만큼 다양한 도전을 한 증거이므로 면접에서 분명 가산점이 주어지지만 그런 경험 자체보다 그것을 통해 무엇을 배웠는지 명확하게 말할 수 있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직원 채용되는 ‘노하우’

계약, 인턴직을 발판삼아 취업에 성공하려면 꼭 알아둬야 할 점들이 있다. 취업전문가들은 최근의 취업난을 고려한다면 계약직이라도 일단 취업해서 경험을 쌓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정규직만을 고집하다가는 실업기간이 장기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백기간이 길어질수록 취업은 더 힘들어진다. 따라서 길이 없으면 돌아가는 것처럼 계약직을 정규직 취업의 징검다리로 삼는 지혜도 필요하다. 경력관리에 도움이 되는 것을 하나씩 축적하면서 정규직 전환의 기회를 노리거나 다른 회사로 옮기는 발판을 만드는 것이다.

계약직을 선택할 때는 급여보다 업무의 가치를 우선적으로 따져야 한다. 계약직의 업무가 자신의 희망 직무나 최종 목표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경력관리 측면에서 현명한 선택이라고 할 수 없다. 계약직이라고 고용형태가 모두 같은 것은 아니다.

가령 프로젝트(PJT) 계약직은 해당 PJT기간동안 고용이 보장되고, 성과평가에 따라 후속 PJT로 계약이 연장되는 경우도 있다. PJT 계약직은 해당 분야의 전문성과 경력을 인정받는 것은 물론이고 처우도 전직장의 연봉수준을 기준으로 능력평가에 따라 결정된다.

반면 대형 건설사를 중심으로 개별 현장에서 채용 및 관리가 이루어지는 현장 계약직(흔히 현채직)은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취업전문가들은 “일용 근로자로 분류되면 기술경력을 인정받기 힘들기 때문이다. 현채직은 각 케이스마다 상황이 다르므로 입사지원하기 전에 기술경력의 신고 및 관리가 가능한지 꼭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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