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9총선은 어느 때보다 긴박하게 진행되고 있다. 대선과 직결돼 있어 각 당이 대선후폭풍을 맞아야 하는 등 총선체제로 당을 가다듬을 시간이 빠듯했기 때문이다.
총선 ‘성큼’ 눈앞으로
대선의 그림자를 벗어던지고도 각 당의 고민이 이어졌다. 당의 변혁을 알릴 ‘쇄신의 칼바람’을 몰아쳐야 했기 때문이다. 특히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은 서로에게 견주며 쇄신의 강도를 조절해야 했다. 칼날이 너무 강하면 당 내부가 요동치고 너무 약하면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차례 물갈이 홍역을 거치고 한나라당은 전국 245개 지역구의 공천자 명단을 확정졌다. 공천 접수 때부터 4.82:1이라는 역대 최고 경쟁률을 기록한 한나라당 공천 경쟁은 이에 걸맞게 최대 ‘물갈이’로 이어졌다.
현역 국회의원 109명 중 42명을 교체, 38.5%의 물갈이율을 기록했다. 이는 17대 총선에서의 36.4%나 16대 총선에서의 31.0%보다 높은 숫자다. 특히 텃밭인 영남권의 현역 교체는 가히 ‘피바람’이라 할 만 했다. 영남 현역 의원 43.5%의 교체를 이룬 것. 또한 당은 영남권 물갈이의 여세를 몰아 서울 강남에서도 50%의 물갈이를 시도했다.
한나라당·통합민주당·자유선진당·창조한국당 공천 완료
각 당 쇄신 칼바람 딛고 총선체제 전환…“이제 진격이다”
‘한나라당보다 센 강도의 물갈이’를 공천 기치로 내 걸었던 통합민주당도 3월20일까지 신청자가 있던 176개 지역구 가운데 153곳의 지역구의 공천을 마무리 지었다. 전략공천이나 공천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된 곳 외에는 공천이 마루리 돼 사실상 공천 마무리 수순에 들어간 것이다.
자유선진당도 3월20일까지 3차 공천을 발표, 총 95개 지역구에 세울 인물 선정을 매듭지었다.
하지만 25, 26일까지 지역구 공천을 둘러싼 변수는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통합민주당은 공천심사위원회와 당 지도부의 마찰로 공천 마무리 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으며 자유선진당 등은 한나라당, 민주당 공천 탈락자들을 상대로 발 빠르게 영입작업을 펴고 있으며 이 중 일부는 상당부분 진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이 진검승부 처
스포츠 경기 중 각 팀당 전력 차가 너무 심해 한쪽의 압도적인 승부가 예견되는 경기가 있다. 이러한 경기는 보기 전부터 관중들의 힘을 빠지게 한다. 그런가하면 쟁쟁한 실력을 가진 라이벌의 승부로 지켜보는 이들에게도 저릿저릿한 긴장감을 주는 경기가 있다. 그리고 4·9 총선에서도 이 같은 곳이 있다.
대부분의 정당들이 ‘승부처’로 택한 수도권에는 각 당 중진급 인사들이 대거 투입됐다. 뿐만 아니라 당 중진에 못지않은 신진들의 영입도 눈길을 끈다. 오차범위 내 승부를 벌이고 있는 수도권, 그 중심으로 들어가 보자.
SBS와 조선일보는 지난 3월15일 한국갤럽에 의뢰, 서울지역 17곳에서 벌인 여론조사를 통해 한나라당과 민주당 후보들이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고 있는 곳을 찾았다. 그 결과 서울 구로갑, 동작갑, 성동갑, 도봉을, 중랑을, 노원을 등에서 승부를 점칠 수 없을 정도의 치열한 득표전쟁이 펼쳐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종로에서 한나라당 박진 의원(38.7%)은 민주당 손학규 대표(30.4%)를 맞아 선전을 펼치고 있으며 동작을에서는 한나라당 정몽준 최고위원이 49.3%의 지지를 얻어 민주당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의 37.4%에 크게 앞서나갔다.
서대문갑에서는 한나라당 이성헌 전 의원(40.4%)이 민주당 우상호 의원(28.1%)과 1승1패 후 세 번째 대결을 벌이고 있다. 동대문을에서는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48.5%)이 민주당 비례대표 민병두 의원(20.0%)에게 크게 앞서고 있으며 도봉갑에서는 민주당 김근태 의원(38.4%)이 뉴라이트 단체인 자유주의 연대 대표 한나라당 신지호 후보(31.1%)에 7.3%포인트 앞섰다.
지역 ‘정치1번지’ 후끈 달아오르고 곳곳마다 진검승부 한판
‘미운오리새끼’ ‘바보’ 자처한 젊은 전사들…“반전을 기대해”
이 밖에 승부차가 큰 곳으로는 강서갑(민 신기남 의원 27.7% : 한 구상찬 후보 43.7%), 양천갑(한 원희룡 의원 56.6% : 자유선진당 강삼재 전 의원 9.8% : 민 이제학 후보 9.5%), 영등포갑(한 전여옥 의원 42.3% : 민 김영주 후보 24.0% : 민주노동당 이정미 후보 8.8%) 등이 있었다.
오차범위 내 승부를 벌이고 있는 곳은 성동갑(한 진수희 의원 31.7%: 민 최재천 의원 29.7%), 동작갑(민 전병헌 의원 35.6% : 한 권기균 후보 35.2%), 광진을(민 추미애 전 의원 45.1% : 한 박명환 MB연대 대표 25.8%), 노원을(민 우원식 의원 30.1% : 한 권영진 후보 32.5%), 구로갑(민 이인영 의원 35.4% : 한 이범래 후보 35.3%), 마포갑(민 노웅래 의원 37.6% : 한 강승규 후보 31.9%) 등이었다.
도봉을에서는 민주당 유인태 의원이 34.4%, 한나라당 김선동 후보가 31.1%의 지지율을 보였다. 하지만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이들은 유 의원 35.4%, 김 후보 37.2%로 승부의 예측이 힘들었다. 중랑을도 민주당 김덕규 의원 31.5%, 한나라당 진성호 후보 27.7%였지만, 투표 의향층에서는 김 의원 28.9%, 진 후보 33.7%로 순위 예측이 힘들었다.
한국갤럽은 “이들 지역 모두 지난해 12월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득표율이 2위인 정동영 후보를 20%포인트 이상 큰 차이로 앞섰던 곳”이라며 “대선 당시와 비교하면 서울 유권자들의 표심은 많이 달라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수도권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우세지역 분포가 70% 대 30% 또는 60% 대 40% 정도”라며 “아직 후보에 대한 유권자들의 지지 강도가 매우 취약하기 때문에 남은 기간 동안에도 표심은 크게 바뀔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 정치분석가는 총선 민심의 풍향계인 수도권에 대해 “대선 후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도가 하락하고 있고 친박계의 이탈로 당 결속도로 떨어지고 있다. 그러나 수도권 민심은 견제론와 안정론으로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어 어느 쪽에 유리할 것이라 단언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