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악하악 / 이외수 저/ 해냄출판사 / 1만2800원
재미없는 인생에 파문 일으키는 감성호흡, 에세이 ‘하악하악’

자연과 생명에 대한 독특한 상상력, 기발한 언어유희로 사라져가는 현대인의 감성을 되찾아주는 작가 이외수가 신간을 내놓았다. 특유의 괴벽으로 바보같은 천재, 광인같은 기인으로 명명되는 그만의 세계가 고스란히 녹아든 또 하나의 작품이다.
‘거친 숨소리’를 뜻하는 인터넷 어휘 ‘하악하악’이 팍팍한 인생을 거침없이 팔팔하게 살아보자는 이외수 작가의 메시지가 담기며 신나고 흥겨운 에세이 ‘하악하악’으로 새롭게 태어난 것이다.
스스로를 인터넷 폐인이자 ‘꽃노털(꽃미남처럼 사랑받을 만한 노인)’이라 말하는 작가는 지난해 3월 개설한 그의 플레이톡 홈페이지(www.playtalk.net/oisoo)에 올린 글 중 네티즌의 뜨거운 댓글로 인정받은 수작만을 엄선, 개작해 ‘하악하악’에 실었다. 온라인에서 네티즌과 교감하고 소통하면서 한 편 한 편 완성도를 더한 작품들이다.
‘하악하악’이라는 책의 제목만큼 이 책에는 ‘털썩’, ‘쩐다’, ‘대략난감’, ‘캐안습’, ‘즐!’ 등 ‘하악하악’과 같은 인터넷 어휘들이 범람한다. 하지만 그러한 단어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 않는다. ‘영혼의 연금술사’로 불리는 작가는 인터넷 공간에서 새롭게 태어난 말들에서 재기발랄한 언어의 참 맛을 이끌어 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털썩’, ‘쩐다’, ‘대략난감’, ‘캐안습’, ‘즐!’ 등 독특한 5개의 제목 아래 260개의 글을 수록했다.

또한 이외수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자연과 생명의 소중함, 꿈꾸는 삶의 가치를 말하기도 한다. ‘가을이 되면서 계곡의 물소리가 갑자기 조용해졌다. 무슨 일이 있느냐고 계곡에게 물었더니, 작은 풀벌레들이 짝을 부르는 소리가 멀리까지 잘 들리도록 숨죽여 흐르고 있는 중이라고 대답했다’ 등의 글은 우리를 사색에 잠기게 한다.
이외수 작가의 맛깔나는 글에 ‘생명의 전령사’ 정태련 화가가 3년에 걸쳐 전국의 산하를 발로 뛰며 그려낸 우리 토종 민물고기 세밀화로 감성호흡을 시도했다. 정태련 화가는 자연의 형상만을 묘사하는 세밀화의 일반적 기법을 초월해서 생명과 영혼의 본질까지를 표현해 내 지친 이들의 영혼에 감성의 바람을 불어넣는다.
뭐 하나 재미있는 것 없는 팍팍한 인생, 이외수 작가와 정태련 화가가 알려주는 은밀한 기분전환법 ‘하악하악’으로 팔팔한 생동감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