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자유선진당 공천 성과 민심 얼마나 뒤흔들까
‘국정안정론’ VS ‘견제론’ 수도권서 전국으로 일파만파
금품선거전 시작, 네거티브 선거전에 발목잡기까지 치열
공천 탈락인사 총선 표밭으로…무소속 총선 구도 바꾸나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 등 각 당이 지역구 공천자 및 비례대표 등록을 마치고 총선 표밭으로 뛰어들었다. 쇄신론과 견제론 등 당 안팎의 신경전을 마무리하고 본선에서 격돌, 민심을 잡기 위한 치열한 몸부림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 자유선진당과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등 역대 최다 정당들의 지역구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는 18대 총선. 수많은 이들의 희비가 교차할 4월9일, 총선 향배를 가를 변수는 무엇이 있으며 이 변수들은 각 당에 어떻게 작용할지 <시사신문>이 짚어본다.
각종 정치적 계산과 노림수가 녹아들며 치열하게 전개된 각 당의 공천과 마지막까지 격렬하게 진행된 후보 선정을 마친 이들, 하지만 선거전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시간은 없고 인물은 넘치고
18대 총선 후보등록이 이뤄진 3월25일과 26일 양일간 전국 245개 선거구에 1119명이 등록했다. 한나라당과 평화통일가정당이 245개 전 지역구에 후보를 냈고 통합민주당(197명), 민주노동당(103명), 자유선진당(94명), 친박연대(53명), 진보신당(34명), 창조한국당(12명)의 순이었다.
기독사랑실천당은 3명, 국민실향안보당·직능연합당은 각각 2명, 구국참사람연합·통일한국당은 각각 1명이 등록했고 127명의 무소속 후보들이 총선에 도전장을 던졌다.
이 같은 총선 출마자 수는 243개 지역구에서 1175명이 등록, 4.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17대 당시보다 다소 낮은 것이다. 그러나 18대 총선은 전초전이 길었던 만큼 후보들은 본선거에서 짧은 순간 거세게 타올라야 해 선거 열기는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이번 선거전에 가장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는 무엇일까. 정치권은 당 지지도를 꼽는다. 기백의 후보들이 총선 표밭을 메웠지만 시간이 없다. 각 당의 공천이 마무리 된 것은 총선을 눈앞에 둔 시점이었고 표적공천까지 논한다면 후보등록이 이뤄지는 순간 당 공천이 마무리 됐다고 보는 편이 옳다는 게 각 당의 설명이다.
때문에 막상 후보들이 지역구에서 제 역량을 펼칠 시간이 부족할 수밖에 없게 됐다. 마지막 후보등록의 순간까지 공천자를 고심하던 곳의 경우 공식선거기간인 13일이 후보자들이 제대로 맞붙을 수 있는 총 선거기간인 셈이다.
정치권은 이에 대해 “이전 선거전에서 각 당은 일부 전략지역 공천만 뒤로 미뤘었다. 그러나 이번 선거의 경우 대선 후폭풍과 당 쇄신론, 상대 당에 대한 견제 등으로 공천이 전체적으로 미뤄졌다”며 “후보자 개개의 면모와 정책을 살피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정당 지지도가 선거 당락에 많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예상해 왔다.
총선 구도 흔드는 공천후폭풍
당 지지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 중 첫 손에 꼽히는 것은 공천개혁이다. 각 당은 총선전이 시작된 이래 공천개혁을 외쳐왔다. 한나라당은 역대 최대 비율의 공천을 이뤘고 통합민주당은 한나라당보다 강도 높은 쇄신으로 당의 쇄신을 꾀했다.
그러나 공천개혁 계산서에서 가장 많은 이득은 얻은 곳으로 표시된 곳은 통합민주당이다. 통합민주당은 박재승 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을 공천심사위원장으로 영입, 저승사자군단의 칼날 공천에 몸을 맡겼다. ‘원칙’을 드높인 박재승 위원장의 공천은 이해집산으로 얼룩진 정치권에 새 바람을 일으켰다. 대선 이후 민주당에 차가운 눈길을 보내던 국민들은 ‘박재승 효과’에 기대감을 표했고 민주당은 기사회생했다.
지역구 공천 말미에 여론조사로 현역에 유리한 결과를 낳았다는 ‘태연실(공천자 태반이 현역 실세)’ 공천 논란과 비례대표 선정의 미진함으로 당 공천개혁이 용두사미에 그쳤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지만 한나라당의 공천 악재에 비하면 미풍에 불과했다.
한나라당은 ‘피의 목요일’이라 불리는 영남 공천을 단행, 수많은 현역 의원에 쇄신을 칼바람을 일으켰다. 이 회오리바람은 연이어 서울 강남 공천에 작열, 당이 새 인물들을 기용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 수많은 공천 악재에 시달려야 했다. 계파갈등이 쇄신의 앞에 선 까닭이다. 공천이 시작되기도 전에 계파 갈등에 불이 붙더니 영남 공천에서는 친이·친박간 갈등이 도를 넘겼다는 지적을 받았다. 결국 낙천한 친박 의원들은 탈당, 친박연대와 무소속 출마로 당의 표를 갈랐다.
또한 ‘형님공천’이라 불리는 이상득 국회부의장의 공천과 이를 둘러싼 이 부의장과 당 내 비판세력간의 갈등도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여론조사기관 한 관계자는 “한나라당 계파공천은 ‘밀실공천’ 논란으로 시작, ‘명계남(공천에 이명박계만 남았다)’, ‘형님공천’ 등으로 이어지며 당 지지율 하락에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했다. 특히 형님공천의 경우 잘못됐다는 의견이 압도적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이 같은 공천 결과가 당의 전체적인 지지도나 총선 판도를 뒤엎지는 못했지만 부분적으로 흔드는 효과를 낸 것은 사실”이라고 일부 지역에서 공천후폭풍을 예상했다.
그는 이어 “수도권을 중심으로 ‘국정 안정론’과 ‘거대 여당 견제론’의 역전현상이 보이고 있다. 당 지지도와 함께 이러한 변화도 총선 판세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설익은 인재검증 뒷탈

강원도 태백·정선·영월·평창에서 한나라당 공천을 받았던 김택기씨가 금품 살포 현장에서 적발, ‘금품선거’ 논란의 포문을 열었다.
한나라당은 발칵 뒤집혔다. 국민의 시선이 싸늘해진 만큼 당은 대표가 직접 나서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게 된다면 예외없이 영구 제명할 것이라고 경고하는 등 단호한 태도를 취했다.
강재섭 대표는 “과거 차떼기당이라는 오명을 청산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당의 온도변화를 모르고 갑자기 영입된 후보가 옛날 관행에 젖어서 엄청난 일을 저질렀다”며 “돈 때문에 문제 생기면 선거 중에라도 제명하겠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윤리위는 당의 공천에 꾸준히 문제를 제기해 왔다. 공천에 포함될 수 없는 인사들이 공천을 확정됐다는 것. 이들이 문제를 일으킬 경우 당 지지율에 직접적인 타격을 줘 전체 총선 구도를 흔들 수 있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사태는 때 이른 공천 책임론으로 번지고 있다. 당 윤리위는 금품살포 혐의로 공천을 반납한 김씨를 제명 처분하는 한편 “김씨가 당규에 따라 공천 부적격자라고 문제를 제기했는데도 공심위가 그를 공천한 배경을 조사하겠다”고 당 내 일부 계파를 정면 겨냥했다.
당 내 계파간 ‘나눠먹기’로 문제가 있는 인물이 공천된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 때문에 당 내 일각에서는 “김씨는 시작일 뿐”이라며 “공심위가 원칙과 기준을 어기고 공천한 이들의 경우 총선 이후가 더 두려운 이들도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등은 ‘금품선거’를 총선 호재로 활용하기 위한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돈다발 사건 진상조사단’을 구성하는 한편 “한나라당의 돈다발 살포 사건은 강원도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적 현상일 가능성이 많다”고 쟁점화를 시도했다.
중앙선관위는 불법선거 운동에 대한 단속을 강화키로 했다. 선관위는 불법선거 운동 단속인력을 기존 6000명에서 1만여 명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김씨의 사건과 유사한 돈 선거를 비롯해 비방·흑색선전 등 네거티브 캠페인, 향우회·동창회·산악회 등 사조직 선거운동 등에 대해 단속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짧은 선거기간동안 ‘정책’보다는 금품·네거티브 등이 난무할 것이라는 예측 때문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지역구에서도 짧은 시간 후보 선별에 많은 어려움을 겪겠지만 인재 검증에 대한 고민은 당이 더 무겁게 지고 있을 것”이라며 “각종 당 내 문제로 후보검증은 힘들게 진행됐다. 약간의 빈틈이 댐을 무너뜨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소속 회오리 돌풍으로
무소속 후보들이 추격세도 가파르다. 당 공천 후유증은 탈당으로 연결, 무소속 출마 붐을 일으켰다.
한나라당에서는 친박 의원들의 무소속 연대가 무서운 속도로 영남권을 집어 삼키고 있다. 이들에게 힘을 불어넣는 존재가 있다. 박근혜 전 대표다. 친박 의원들은 “승리하고 돌아가겠다”며 총선 이후 복당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강재섭 대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당헌·당규’의 장벽을 둘렀다.
민주당 출신 무소속 출마 후보들도 은근슬쩍 복당 의지를 내비쳤다. 그러나 손학규 대표는 당선이 되더라도 “복당은 안된다”고 단호한 의지를 드러냈다.
떠난 자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버티는 당과 홀로 떨어진 무소속 의원들. 살 길을 열기 위한 이들의 움직임이 어떤 식으로 이어질지가 총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복당이 끝내 불가능해진다면 다른 길을 찾아야 하는데 ‘끈 떨어진 갓’이라 불렸던 기존의 무소속 후보들과는 달리 이번 총선의 무소속 출마자들은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의 표밭에서 지지세를 양분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받는 만만찮은 내공의 소유자들이기 때문이다.
실제 이회창 총재도 이러한 점을 의식, 한나라당 탈당 의원들을 향해 “표를 달라고 할 때는 무소속이 국회에 들어가서 한나라당을 견제할 것이라고 말해놓고, 다시 한나라당에 들어간다면 정치적 정체성을 혼란시키고 정치발전에도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다시 한나라당을 다수당으로 만들어주는 결과가 된다. 이건 모순”이라고 지적하며 “무소속으로 나왔으면 확실한 자기 노선을 주장하고 한나라당에 대한 견제를 왜 해야 할지를 분명히 얘기해야 한다. 이렇게 한다면 앞으로 우리 당과 뜻을 같이 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러브콜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한 정치분석가는 “총선 전후로 무소속 후보들과 연대하는 것만으로도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며 “127명, 무소속 출마자들의 행보가 총선 시소게임의 숨은 주역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