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 깊어가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4대 과제
고민 깊어가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4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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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벌이는 일마다 우려 반, 기대 반?”

SK그룹이 최근 국내외에서 고전하는 모습을 보이며 최태원 SK그룹 회장에 재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실패도 자산이다”라는 최 회장의 지론처럼 최근 SK그룹이 직면한 환경은 성공적으로 보기 힘들다. 해외사업이 부진한 것에 이어 일부 계열사는 해외법인을 철수 했다. 국내 상황도 쉽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주요계열사인 SK텔레콤의 통신료인하 요구가 점차 거세지고 있고 유류값 인하에 대한 각계의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강하다. SK그룹에 당면한 난관을 어떻게 푸는가에 따라 최 회장의 ‘실패’가 ‘자산’으로 남길 수도, ‘과오’로 남을 수도 있는 셈이다.

▲ SK그룹이 글로벌 수출원년을 선언하면서 해외진출 및 사업다각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이다. 이 난관을 해쳐나갈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행보에 재계의 시선이 모이고 있다.
SK그룹 해외사업 부진에 현지법인 철수까지 우려 증폭
사업다각화 속에 숨은 우려 “대기업의 무덤에서 과연?”
미래사업 적극 추진, 경쟁상대는 세계 유수의 배터리 업체
조용한 총수 최태원 회장 리더십, 본격적인 시험무대 올라

최근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전경련회의에 참석,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 회장 등을 상대로 2차 전지 사업에 대해 브리핑을 하는가 하면, 최근 제프 빙거먼 미국 상원 에너지자원위원장을 만난 데 이어 4월에는 대통령 방미에 동행해 현지 업체들과 면담도 추진 중이다. 최 회장이 직접 ‘영업을 뛴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사실 SK그룹 안팎에서 들려오는 우려의 목소리를 감안하면 최 회장의 이런 행보도 무리가 아닌 셈이다. 통신요금 및 유류세 인하요구 등 새 정부의 물가안정책으로 SK그룹 주력 기업들의 사업위축이 예상되는 가운데 그룹 차원에서 추진해온 글로벌 전략마저 어려움을 겪는 이유에서다. 총수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2005년 주주총회에서 사퇴 논란에 시달리며 ‘큰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최 회장 리더십의 시험무대가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신통찮은 글로벌 사업진출

SK그룹에 가장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바로 해외사업의 부진이다. SK그룹은 올해를 글로벌 수출기업 원년으로 삼는다는 목표를 세웠다. SK에너지, SK텔레콤(이하 SKT), SK네트웍스 등 주력사들은 이미 국내 시장을 장악한 만큼 ‘성장의 돌파구’를 해외에서 찾겠다는 각오다. 이와 함께 SKC&C, SK케미칼, SKC, SK건설 등 매출 규모 1조~4조원인 중견계열사들까지 해외사업 부문을 확대하는 등 공격적 행보를 가시화하고 있다. 하지만 끊임없이 해외시장 문을 두드리고 있음에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상태다.

특히 SK그룹의 주요계열사인 SKT는 중국, 베트남, 미국 등 수년째 공을 들여온 지역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어 당장 가시적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네 번째 해외 진출 대상국가로 검토해온 파키스탄 시장 진출 계획도 경쟁력을 찾기 어렵다고 접어야 했을 정도. 강력한 경쟁 체제를 구축하고 있어 비집고 들어갈 틈새를 찾기가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 외의 사업부문에서도 해외사업 진출 포기가 잇따르고 있다. SK커뮤니케이션즈는 아예 현지사업을 접고 철수했다. SK그룹 측에 따르면 지난 3월6일 이사회를 열고 ‘싸이월드’ 유럽 법인을 정리하는 등 해외 사업을 전면 재조정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SK커뮤니케이션즈 유럽법인은 2006년 7월 독일 통신업체 도이치텔레콤 계열 T-온라인 벤처 펀드와 합작법인으로 출범했으나 양사 합의로 사업정리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 졌다. 또 유럽 법인 뿐 아니라 중국, 미국, 베트남 등의 해외법인에 대해서도 성장성과 수익성을 검토해 지속 투자나 사업 철수 등 전략 및 투자 우선순위를 변경하기로 했다.

지난해 말에 SK네트웍스도 세계적인 글로벌 패션브랜드로 키우겠다며 호언장담했던 ‘엑조(EKJO)’사업을 프랑스에서 완전히 철수했다. 엑조사업을 위해 프랑스에 설립했던 합작법인 ‘SK-엑조 크리에이션’을 완전히 청산한 것.

이쯤 되니 SK그룹의 글로벌화 전략에 상당한 차질이 빚어진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SK그룹의 해외사업을 두고 “국내에서 벌어서 외국에 갖다 버리는 꼴”이라는 평가마저 내릴 정도다. 최 회장으로서는 글로벌 전략의 새 판을 구상해야 할 필요가 역력하다는 지적이다.

새 먹거리 사업 성공 여부

국내사업도 SK그룹은 활발한 신사업발굴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낙관적으로 전망하기만은 힘들다는 것이 업계의 시선이다.

지난 2월27일 SK텔레콤은 ‘11번가’라는 이름의 쇼핑몰을 열며 오픈마켓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자회사를 통해 모닝365, 네이트 몰 등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는 만큼 오픈마켓 시장에서 단번에 선두에 설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내부의 평가가 작용한 셈이다. 지금까지 단순한 자본력으로 시장점유에 나서려는 기존의 기업들과는 다르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SKT에서는 막대한 투자금액이 쏟아 내리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대기업 중에서 오픈마켓 시장 진출에 성공한 전례는 거의 찾을 수가 없는 것이다. 또 성공했다 하더라도 수익성은 당초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오픈마켓 시장에서 대기업을 찾기가 쉽지 않은 것도 이런 이유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단순히 자본력만 믿고 높은 수익을 기대한다면 큰 코 다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픈마켓 시장 그만큼 진입 장벽이 높다는 것이다. 업계에서 이미 선두를 지키고 있는 G마켓과 인터파크 등이 확고하게 자리를 잡아 입지가 탄탄하다. 따라서 오픈마켓 시장에 진출했던 대기업이 저마다 실패의 쓴맛을 보거나 수익률 측면에서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대기업들 사이에서 ‘죽음의 늪’이라고 불릴 정도다.

하지만 SKT가 안착한다면 긍정적 효과도 결코 작지 않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오픈마켓 시장은 연평균 16%의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2012년 기준 35조원대로 접어들 것으로 점쳐진다. 엄청난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잠재력이 높다는 것이다. 특히 거래를 통한 수수료 외에도 광고수익, 직접 상품 출시 등 다양한 연계상품 및 타 사업군과 제휴로 높은 시너지효과를 발휘할 수 있어 최 회장으로서는 놓칠 수 없는 황금시장인 셈이다.

미래 에너지사업 진출 박차

▲ SK그룹 사옥.
SK에너지도 2006년 9월 업계 최초로 차량탑재 실험을 성공시킨 여세를 몰아 자동차 배터리 사업에 주력한다는 방침을 확정, 각형 원통형 등의 2차전지 사업을 접는 배수진을 쳤다.

최 회장이 최근 가장 주력하는 것도 바로 이 차세대 에너지다.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이 앞다퉈 하이브리드카 출시 경쟁에 나서고 있어 자동차용 배터리 시장은 내년 5000억원, 2015년에는 20조원대 규모로 급속히 팽창할 것이란 게 업계 전망이다.

현재 SK에너지는 미국 ANL(Argonne National Lab)과 SNL(Sandia National Lab),KAIST 등 국내외 연구단체와 공동으로 배터리 안전성을 최종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해외시장이다. 현재 하이브리드카는 도요타 등 일본업체가 주도하고 있고, 배터리시장도 파나소닉AV 등 일본업체가 상용화제품을 내놓으면서 시장을 거의 독식하고 있다. 후발업체인 SK에너지의 자동차 배터리가 얼마나 기존 제품과 차별성을 줄 수 있을지가 관건인 것이다.

최 회장이 현재 가장 공을 들이는 것도 바로 신 재생에너지, 환경사업이다. 최 회장이 직접 국내외 고위 인사들을 대상으로 직접 발로 뛰며 영업에 나서면서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난 3월13일 전경련 회장단 만찬에서 최 회장은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에게 하이브리드카용 2차전지 공동 개발을 제의하는가 하면 지난 21일에는 미국의 에너지정책을 관장하는 제프 빙거먼 미 상원 에너지‧자원위원회 위원장 등을 대전 대덕에 위치한 SK에너지 기술원으로 초청해 양국 간 민간 기술 교류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최태원 회장, 리더십 시험무대

사실 최 회장은 남들 앞에 그다지 나서기 좋아하지 않는 성격은 재계에서 잘 알려져있다. 공식석상에 자주 모습일 비추는 최근과는 달리 수년 전까지만 해도 그는 ‘은둔의 회장님’으로 통했을 정도다. 그런 그가 돌변한 것은 2003년 구속 사태 이후다. 당시 SK글로벌(현 SK네트웍스)과 SK해운 등의 분식회계가 드러나면서 SK그룹을 이끌어온 양대 축인 손길승 그룹회장과 최태원 SK(주) 회장이 구속되는 등 풍파를 겪었다.

SK그룹 한 관계자는 “다시는 생각하고 싶지 않은 악몽의 1년”이라고 혀를 내두를 정도. 이 사태는 2005년 당시 지주회사 격인 SK(주) 주주총회에서 투기펀드 소버린이 최 회장의 이사 재선임을 반대하는 등 후폭풍을 몰고 왔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선임 과정의 잡음과 지배력 문제로 인해 최 회장이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내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지주회사 전환이 막바지에 들어가고 지난 3월14일 주총에서 매끄럽게 재신임을 받으면서 최 회장 체제는 더욱 공고해졌다”고 평가했다. 소버린이 철수한 상황에서 이제 어느 누구도 최 회장에게 토를 달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최 회장의 본격적 경영능력이 드러나는 것이 이제부터”라는 재계의 평가도 이런 상황에 근거하고 있다.

SK그룹은 대대적인 체질변화의 단계에 와 있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공격적인 해외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어느 때보다 다양한 신사업에 발을 뻗고 있다. 이른바 최태원 체제의 본격적인 출발이 되는 셈이다. 이 결과에 따라 SK그룹의 성쇠는 물론 최 회장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최 회장의 ‘실패도 자산’이라는 지론이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 재계의 시선이 모이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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