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코 패스 50명 검거령 [내막]
싸이코 패스 50명 검거령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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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그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활개치고 있다”

싸이코패스 성향 범죄자 전체 인구의 1%, 이 중 연쇄살인범 90%
최근 3년간 15세~50세 미귀가 아동·부녀자 수 2만여 명에 달해

경찰이 강력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내부 지침을 정했다. 실종미제 사건 해결에 주력한다는 게 지침의 핵심 골자다.

최근 잇따르는 강력범죄에 뒤늦은 감은 있지만 팔을 걷어붙이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취재 결과, 최근 3년간 15세~50세의 미귀가 아동·부녀자 수는 아동이 19명, 부녀자가 19,395명에 이른다.

모두가 범죄의 표적이 됐다고 단언할 순 없지만 그래도 적잖은 실종자들이 강력범죄의 대상이 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때문일까. 경찰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싸이코패스 성향을 가진 범죄자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될 것으로 알려진다.

<시사신문>이 희대의 살인마를 쫓는 경찰의 싸이코패스 검거령 내막을 밀착 취재했다.

평소 일반인들과 구분하기 힘든 범죄자들 재범률 3배 이상
행불자 찾기 위해 모든 휴대전화 GPS 장착 확대방안 추진

‘우리 주위에 살인마가 존재한다’ 끔찍한 말이지만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 범죄 심리전문가는 이에 대해 “연쇄살인범은 누구나 될 수 있다”고 충고한다.

그는 “특히 엽기적인 살인행각을 벌이고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싸이코패스 성향의 범죄자들의 경우, 전체 인구의 1%를 차지하며 이들 중 연쇄살인범이 될 가능성을 내재하고 있는 사람이 90%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이 90%에 해당하는 싸이코패스 성향의 범죄자들 중 40%는 연쇄성폭행범이 될 가능성을 충분히 내재하고 있다”고도 했다.

언제나 우리 주변에…

전문가들은 “연쇄살인범들은 일상생활에선 눈에 잘 띄지 않거나 혹은 인기가 많은 사람으로 인식돼 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입을 모았다.

심리 전문가들에 따르면, 싸이코패스는 반사회적 인격장애의 주요한 특성들을 가지고 있어 구분이 어렵다. 1980년 전까지만 해도 반사회적 인격장애는 싸이코패스로 분류돼 있었다.

반사회적 인격장애는 싸이코패스와 마찬가지로 반사회적 성향을 가진 병이다. 하지만, 싸이코패스가 반사회적 인격장애와 분리되는 이유는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 비해 과하게 자기중심적인 성향이 강하다는 것이 두드러진 특징이다.

물론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이러한 특성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싸이코패스와 같이 뚜렷이 나타나지는 않는다.

싸이코패스 성향을 가진 사람들의 가장 큰 문제는 따로 있다.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가진 사람들에 비해 출소 후, 재범률이 3배정도 높다는 것.

전문가들은 “아직까지 그들이 어떻게 해서 그런 성격을 가지게 되었는가를 밝혀내지 못했다”면서 “훌륭한 부모를 가진 정상적인 가정에서도 출현하며 어린 시절부터 치료를 계속해도 대부분 효과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어 “확실한 것은 그들의 유전자 구조에는 타인의 슬픔과 고통을 공감하는 인자가 부족하다는 점과 열악한 가정, 사회 환경이 그들을 부채질 할 수 있다는 점이다”고 덧붙였다.

실제 희대의 살인마로 기억되고 있는 유영철, 정남규의 경우 열악한 가정환경에서 어린시절을 보냈다. 이들 외에도 국내 연쇄살인범들은 어린시절 정서적으로 불우한 환경에서 성장한 경우가 많았다.

1975년 17명을 살해하고 3명에게 중상을 입혔으며 한 명은 미수에 그친 김대두는 영양실조와 애정결핍, 불안, 스트레스 등으로 몸이 허약하고 미약하지만 발달 장애를 겪었다.

심영구, 조경수, 지존파, 온보현, 정두영, 김경훈 등 연쇄살인범 대다수가 궁핍하고 폭력적인 환경에서 성장하거나 어머니로부터 버림을 받았다.

연쇄살인범 가족 중 정신질환이나 알코올중독, 폭력 등을 휘두르는 사람이 있으며 심각한 정서적 학대를 경험하는 경우도 많다. 유영철은 부모가 부재한 결손가정에서 성장했다.

문제는 이들이 평상시엔 정상인들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다. 연쇄범에 의한 실종,살인 사건은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안양어린이 살해사건 용의자 J씨도 아이들을 살해하기에 앞서 몇 년전 실종된 노래방 도우미 사건과 연관성이 있음이 드러났다. 이는 ‘부녀자 실종=피살’이란 인식이 굳어지고 있는 것에 대한 단적인 예다.

점점 커져가는 불안감

경찰 관계자는 “몇 년전 충남 천안시와 충북 청원군에서 실종된 부녀자들은 아직까지 행방불명 상태”라면서 “이들이 그러한(싸이코패스) 성향을 가진 사람들의 표적이 됐을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당시에도 용의자에 대한 어떠한 단서도 포착하지 못했다”면서 “연쇄살인범이 전국적으로 몇 명이 될 지는 모르지만 분명한 것은 이들이 곳곳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뿐만 아니다. 과거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화성 연쇄 살인사건이나 지존파 사건은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줬다. 그 사건들은 우리나라의 연쇄살인사건의 대표적인 예라고 볼 수 있다.

지난 1986년 9월 발생한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첫 희생자는 이순분(가명 71세,태안읍 안녕리)씨. 그는 마을 앞, 목초 밭에서 목이 졸려 살해된 시체로 발견됐다. 발견당시 이씨는 하의가 벗겨져 있었으나 별다른 폭행 흔적은 없었다. 경찰은 이씨가 일주일 전 쯤 살해된 것으로 추정했다.

이후 화성사건은 무려 10차까지 연쇄적으로 발생했다. 하지만 이들을 표적으로 삼은 용의자는 아직도 잡히지 않은 상태. 사건은 미궁에 빠진 채 용의자에 대한 공소시효는 이미 끝나버렸다.

강력범죄가 난무하자 경찰청은 지난 3월26일 기존 아동·부녀자 실종 신고자를 ‘미귀가’ 처리하는 수사관행에서 벗어나 신고즉시 수사에 나서기로 하는 등 ‘실종전담수사팀’ 신설과 관련한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는 최근 안양 초등생 살해·유기, 경기 서남부지역 부녀자 연쇄 실종·피살 사건 등으로 국민 불안감 증가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경찰이 안양어린이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초동수사가 미진했다는 이유로 여론의 뭇매를 맞아왔던 것과도 연관성이 있다.

‘아동부녀자 실종사건 종합 치안 대책’은 싸이코패스 성향을 띤 전과자들을 중점적으로 수사를 진행 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진다. 경찰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안양 어린이 사건을 계기로 경찰에 대한 비난 여론이 생기면서 윗선에서 고민을 많이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최근 변사체 발생 빈도도 잦아지고 범행 수법이 날로 대담해지는 반면 실종된 사람들을 찾아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면서도 “실제로 범인을 잡아보면 싸이코패스일 가능성은 극히 낮지만 묵과할 수는 없는 일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생사여부는 알길 없고

사라진 사람들은 대체 어디에 있는 것일까. 실종·피살 사건이 모두 영구 미제로 빠져들고 있는데다, 실종된 부녀자들에 대한 수사도 진척이 없어 이들의 생사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안양어린이 실종사건을 봐도 그들을 찾아내기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라는 것은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경찰은 “용의자의 자백만으로 죄를 추궁할 수는 없는 실정이라 답답하다”고 했다.

경찰청이 마련한 아동·부녀자 실종사건 종합대책은 ▲실종사건 수사전담팀 신설·운영 ▲신속한 수사 및 공조체제 확립 등 총력 대응체제 구축 ▲취약지역 목 검문, 폐쇄회로(CC)TV 설치로 범죄 사전예방 ▲아동 안전 지킴이 집 운영 등 민·경 협력 치안시스템 구축 ▲앰버 경보발령 체계 효율성 제고 ▲휴대전화 112신고 시 위치파악 등 제도개선 추진 ▲아동안전 확보를 위한 ‘전자태그시스템’ 추진 검토 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불안감은 겉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경찰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도 높아졌다.

심지어 초등학교 부근에선 대다수의 학생들이 부모의 손을 잡고 등하교를 하는 등의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한 여성은 “안양어린이 사건 이후 아이의 등하교 길엔 항상 함께 한다”면서 “맞벌이를 하는 가정이 많아 쉬운 일은 아니지만 아이를 데려다 주지 않는 집을 보면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로 아이를 혼자 놓아두는 것이 무섭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형은 “학교 앞에 순찰차가 대기하고 있어도 못 미덥다”면서 “개구리 소년, 화성연쇄살인사건 등을 보면 아직도 범인이 안 잡혔는데 불안해서 어떻게 살겠냐”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요즘 싸이코패스란 단어만 들어도 소름이 끼친다”면서 “오죽하면 ‘누가 토막난 채로 발견됐다’는 말을 들으면 예전엔 ‘미쳤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요즘엔 왠만한 살인사건엔 관심도 없을 지경”이라고 체념했다.

경찰은 이에 대해 “1993년 이후 발생한 장기 실종아동 82명의 수사에 나서, 소재가 확인된 10명의 아동과 함께 14명은 자진귀가 했으며 58명에 대해서는 계속 수사 중이다”고 말했다.

경찰은 또 “국회에 계류 중인 ‘위치정보법 개정안(3건)’의 법 개정을 지속 추진, 112신고 시 위치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현행법 상으론 실종사건이 발생해도 실종 당사자의 사생활 등의 문제로 경찰 수사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20%에 그치고 있는 GPS 장착을 모든 휴대전화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며 “아동·부녀자 실종사건에 대해서는 부모·가족의 심정으로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의 대안책이 큰 성과를 거둬 실종된 사람들이 신속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길 기대해본다.

st35@sisa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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