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의 ‘중국 원웨이’ 승착인가? 패착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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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련 겪는 ‘펀드 신화’ 미래에셋

미래에셋금융그룹(이하 미래에셋)이 심상찮은 분위기에 휩싸였다. 창투사와 투자자문으로 출발해 10년여 만에 금융권 ‘태풍의 눈’으로 불리며 급성장을 이뤘지만 최근 잇따르는 일련의 논란은 그 위상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증권가에선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우려를 높인다. 돈을 맡긴 투자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시사신문>이 속사정을 들여다봤다.

▲ 펀드 강자 미래에셋금융그룹이 중국 등 브릭스 지역 투자에서 저조한 실적을 이어가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고조 시키고 있다. 사진은 박현주 회장.
‘미래에셋발 증시 위기론’…브릭스 수익률 급락
불안한 투자자…박현주 “그래도 중국은 매력적”

미래에셋은 1997년 신기술사업자에 대한 투자와 융자, 자금관리·운용 등이 주된 사업인 미래에셋캐피탈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을 설립해 현재의 모태를 형성했다. 이후 증권과 자산운용, 벤처투자 등으로 잇따라 사업을 확장했고, 10년여 만에 생명사까지 포함한 ‘공룡 금융그룹’으로 규모를 키웠다.

최근엔 해외시장에 자산운용사를 설립하는 등 글로벌 확장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세계 각지의 신흥성장시장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현재 미래에셋생명보험, 미래에셋증권, 미래에셋자산운용,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 싱가포르자산운용, 홍콩자산운용, 미래에셋캐피탈, 미래에셋박현주재단 등을 거느리고 있다.

펀드신화 무너지나

중심엔 박현주(사진) 회장이 있다. ‘투자계의 미다스 손’, ‘펀드의 귀재’ 등 그를 따라 다니는 별칭이 성공기를 방증한다. ‘박현주’란 이름을 내건 펀드가 시장 전반을 쥐락펴락하기도 했다. 증권가에선 이런 박 회장의 미래에셋을 두고 ‘증시권력’이란 신조어까지 만들어 냈을 정도다.

박 회장은 40살에 사업을 시작해 50살을 갓 넘긴 지금, 수십조원의 자산규모를 자랑하는 거대 금융그룹을 일궜다. ‘신화의 주인공’으로 불리는 대목이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이어지는 이런저런 논란은 박 회장의 위상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한동안 노조탄압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는가 하면 내부의 횡령 사건으로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한때 일부 언론을 통해 수십억원대 비자금 조성과 재무제표 조작 의혹이 잇따라 불거지면서 사정당국의 예사롭지 않은 시선을 받는 일도 벌어졌다.

▲ 미래에셋 금융그룹 사옥.
이런 가운데 최근 미래에셋을 두고 벌어지고 있는 논란은 그 강도가 예사롭지 않다. 저조한 실적 때문이다. 투자사에서 투자 수익률이 저조하다면 당연히 근본이 흔들릴 수밖에 없는 문제다.
물론 미래에셋만이 겪고 있는 어려움은 아니다. 업계 전반적으로 대내외적인 악재들이 겹치면서 울상을 짓고 있다. 그렇다면 미래에셋에 더욱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발(發) 증시 위기론’이 나돌 정도로 올해 들어 수익률이 너무 저조하다는 것이다. 그만큼 미래에셋이 증시 전반에 차지하는 위상이 높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실제 펀드 강자로 불리며 “미래에셋이 사면 오른다”는 공식을 쌓았던 미래에셋은 주식형 펀드 가운데 40% 가까이를 운용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미래에셋의 중국펀드, 인사이트펀드 등 주력 야심작들이 지난해 말 대비 크게는 ‘-30%’ 이상 급락한 것에 주목한다. 단적으로 지난해 11월 중국 주가는 6000원대이었지만 최근에는 3000원대에서 움직이며 반토막난 상황이다.

때문일까. 박 회장의 이른바 ‘중국 몰빵투자’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인사이트펀드마저 최악의 실적을 기록하며 논란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고조되는 상태다.
그도 그럴 것이, 일례로 지난해 10월31일 출시한 인사이트펀드는 현재 1조원 이상 까먹으며 투자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중국펀드도 연초 대비 -30% 이상 급락하며 대규모 환매(펀드런) 우려마저 높이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펀드 설정액+운용수익(순자산총액)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5조원 넘게 감소했다.

자연히 업계에선 대규모 환매가 발생하게 되면 시장 전체가 휘청거릴 수밖에 없다며 이목을 모은다. 그러나 미래에셋자산운용 한 관계자는 “미래에셋은 몰빵 펀드가 아니다”면서 “수익률 하락은 미래에셋만의 문제가 아니라 업계 전체적인 문제이고, 단적으로 중국 투자비율도 크게 높지 않다”고 일축했다.

중국 등 브릭스 ‘믿음 계속 된다’

▲ 미래에셋 펀드상품 수익률이 급락하면서 주식시장에는 '증시위기론'까지 나돌고 있다.
그렇다면 박 회장은 이런 논란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최근 공개된 ‘박 회장이 자사 임직원들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 어찌됐든 장기적 관점에서 지속적으로 중국과 브라질, 러시아 등 신흥시장 투자 비중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해석된다.

박 회장은 편지를 통해 “걱정해야 할 것은 주가가 지속적으로 올라 버블(거품)을 만드는 것이지 하락이 아니다”면서 “장기 트렌드가 훼손되지 않는다면 10~20%의 시장변동에 생각보다 담담하게 대처하며 이것이 미래에셋의 철학과 성공방식”이라고 전했다.

특히 중국에 대해서는 “13억 인구가 가져올 엄청난 시장의 확대를 현실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중국 주가는 이미 탄력을 잃어 중국 A시장은 주가수익비율(PER)이 25배 수준 이하로 하락했으며 MSCI차이나는 15배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기업 이익성장률을 고려하면 대단히 매력적인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외에도 “중국 등 브릭스(중국, 브라질, 러시아, 인도)에서 뿌리 내린 한국 기업은 많지 않다”면서 “한국 사회가 이들의 성장을 공유하는 것은 기업의 주식,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으로 자본을 수출해 국부를 창출할 수 있음을 믿기 바란다”고 말했다.
‘미다스의 손’ 박 회장. 그의 결정이 미래에셋을 믿고 투자한 투자자들의 불안한 마음을 어떻게 보상하게 될지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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