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대운하'조차 삶아 억었나?
'한반도대운하'조차 삶아 억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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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공약에서 왜 사라졌지. 차라리 폐기가 당당

“한반도 대운하는 공약에서 빠졌다. 안 한다는 것도 아니고 무조건 한다는 것도 아니다” 누가 한 말인가.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이다.

한나라당이 총선공약을 발표했다. 역시 예상대로 ‘한반도 대운하’는 공약에 포함되지 않았다. 또 있다. 영어몰입교육도 뺐다.

절대적으로 중요했던 대선 공약이 총선공약에서는 행방불명상태다. 역시 정치의 생리대로 필요하면 써 먹고 쓴 다음에는 버리는 것일까.

토사구팽(兎死狗烹)은 해당이 안 되겠지. 대운하는 먹는 게 아니니까. 하여튼 수고 많이 한 [한반도대운하]다.

이한구 의장은 한반도 대운하에 대해 이런 저런 얘기가 있기 때문에 이를 존중하고 청와대에서도 여러 지적사안이 있기 때문에 이를 존중하고 보충한 것을 보고 판단해 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논리가 약하다.

왜 총선공약에서 뺏을까. 왜 그 대단한 한반도 대운하가 공약에서 실종됐을까. 한 가지 이유다. 효용가치를 상실했기 때문이다.

국민적 합의는 도저히 이끌어 낼 수 없고 그렇다고 스스로 실종신고도 할 수 없는 절박한 심정으로 총선에서 대운하를 지워버린 것이다. 이런 걸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것이다.

국민이 바보인가. 국민의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줄 아는가. 모두 눈 감고 귀 닫고 사는 줄 아는가.

이것이 바로 오만이다. 대선에서 비록 31%의 득표를 했더라도 많은 표차로 승리했다는 자만이 바로 한나라당으로 하여 눈에 보이는 것이 없도록 만든 것이다.

‘억지가 사촌보다 낫다’는 속담이 있다. 억지춘향이란 말도 있다. 그러나 변 사또의 억지도 춘향을 수청 들게는 못했다.

억지가 통하던 시대가 있었다. 군사독재가 총칼과 몽둥이와 물고문과 색깔론으로 국민을 위협해서 돼지 몰아가듯 한 적도 있었다. 국민들은 울면서 끌려갔다.

지금이 그 시절인가.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가. 그 때처럼 통하리라고 생각하는가. 시대를 착각하는 자는 결국 착각 속에서 몰락한다. 역사가 증명한다.


손석희교수가 진행하는 ‘시선집중’을 애청한다. 며칠 전 한반도 대운하와 관련된 생방송을 들었다.

박석순이라는 교수가 나와서 하는 소리를 듣고 한숨이 나왔다. 한반도운하 찬성론자다. 그가 한 말을 그대로 전한다.

“총선 앞에 교수들이 왜 그런 모임을 만들었는지 이해가 안 된다. 문아무게 씨의 선거전략 중에 하나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든다.”

“한나라당에서도 선거공약으로 얘기하지 않았고 또 대통령도 여러 번 국민의 뜻에 따르겠다. 경제성과 환경성을 고려하겠다고 얘기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총선 앞에 이런 모임을 갖는다는 자체가 부적절하다”

“참여하는 교수들을 보니 문아무개 씨가 지난 대통령 선거에 나왔을 때 참여한 교수들이 주가 됐다. 총선을 겨냥한 정략적 ‘수’가 아니냐.”

이것이 대운하를 찬성하는 교수의 수준이다. 반면에 한반도 대운하를 반대하며 2446명의 교수들이 만든 “한반도 대운하를 반대하는 전국교수모임”은 기자회견에서 분명히 말했다.

“우리 교수들은 그간 연구와 교육에 매진하며 정치적 사안에 대한 개입은 극히 자제해 왔으나 진리를 탐구하고 가르치는 학자로서 한반도 대운하가 야기할 경제적·환경적 피해를 결코 간과할 수 없기에 모임을 결성했다”

교수 모임의 공동 대표인 서울대 김종욱 교수는 분명하게 교수들의 입장을 밝혔다.

“전국의 교수들이 이번처럼 대규모로 사회문제에 대해 한목소리를 내는 것은 1987년 민주화운동 이후 처음이다”

“토론을 통해 대운하의 본질을 파악하고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 공개 토론을 공식적으로 제안한다.”

한반도 대운하는 한나라당 대선공약의 핵심이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한나라당의 집권을 가능케 한 중심적 역할을 한 공약이라고 해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 4월9일 총선에서는 ‘대운하공약’이 실종했다. 이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한단 말인가. 대선승리를 가져 온 핵심공약이라면 총선에서도 가장 중요한 공약으로 제시되어야 한다는 것이 상식이다.

제일 잘 팔린 상품은 다음에도 역시 팔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한나라당은 그런 상식을 버렸다. 그렇기 때문에 실종된 한나라당의 ‘한반도 대운하’공약을 현상이라도 걸고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국민적 반대여론이 급등하자 한나라당이 내 놓은 것은 ‘한반도대운하’를 총선 공약에서 아예 지우는 것이다. 이것이 최종선택인가.

아니다. 국민의 눈은 그 속셈을 너무나 정확하게 꿰뚫고 있다. 고비만 넘기자. 소나기만 피하자는 것이다.

피할 수 있는가. 아니다. 그것은 국민이 아무것도 모를 때이거나 아니면 강압적인 독재시절에나 가능한 일이다. 이제 역풍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한나라당의 꼼수가 ‘자살골’이 된 것이다. 정치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사람과 우연히 나눈 대화를 소개한다.

“조그만 땅 덩어리 마구 파헤쳐서 어쩌자는 것이냐. 사고나서 기름이 운하를 덮으면 어쩌자는 것이냐. 다리를 다 뜯어서 고철로 팔아먹느냐. 땅값 오르면 강남 부자들만 더 부자 만들어 주자는 것이냐.”

천성파의 박석순교수는 이렇게 말 했다. 처음에는 5천 톤급 선박이라더니 너무 크다고 3천으로 줄이고 교각사이가 좁다니까 천 톤으로 줄이자고 했다.

밀가루 반죽으로 선박을 만드는가. 이게 수십 년간 한반도 대운하를 연구했다는 교수의 수준이다.

이런 말을 들으며 국민들이 설득되리라고 믿는다면 참으로 한심한 대운하 추진세력이다. 그러니 한반도 운하 반대여론이 그토록 많이 나오는 게 아닌가.

한나라당 후보들이 선거벽보에서 한반도 대운하는 물론이고 대통령의 이름도 뺀다고 한다. 친이세력임을 애써 감춘다. 참 의리하고는 담 싼 사람들이다.

이제 총선공약에서조차 빠진 인기 없는 ‘한반도 대운하’공약은 실종된 상태로 폐기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는 국민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국민적 반대여론으로 총선 공약에서도 빠진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공약인 ‘한반도 대운하’는 내년 4월 착공을 목표로 이미 구체적 준비에 착수한 사실이 드러났다.

국토해양부가 만든 내부 보고서에는 8월 중 대운하 추진 관련 법령을 재·개정하고 내년 4월부터 단계적으로 공사에 착수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SBS가 비롯한 언론들이 보도했다.

득표에 불리하다고 총선 공약에서는 빼고 총선 후 밀어붙이려는 이른바 ‘이중 전략’이라는 비난을 면할 수 있을까.

국토해양부는 황급히 해명자료를 냈다.

“실무자가 대운하사업 민간 제안에 대비해 준비 차원에서 검토한 자료일 뿐 확정된 정부 정책이 아니다”

“민간 제안서가 제출되면 전문가와 국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믿으라는 말인가. 그래서 국회에서 과반수 안정 세력을 만들어 달라는 말인가. 답답하다. 대운하가 진정으로 국민의 행복한 미래를 위해 필요한 것이라면 왜 국민이 반대하는가.

국민이 반대하면 설득해야 한다. 그래도 안 되면 접어야 한다. 그것이 민주주의고 민주주의 정부다.

실종된 줄 알았던 한반도 대운하는 멀쩡하게 살아 있었다. 그러니 ‘현상수배’는 철회하는 것이 옳다.

왜 지금 이렇게 가슴이 답답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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