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치 전성시대 - 유흥업소 주변에 번뜩이는 ‘감시의 눈길’
바야흐로 한국은 ‘-파라치’ 전성시대다. 2001년 교통법규 위반 운전자를 잡는 ‘카파라치’가 등장한 이래 지금까지 50여 종의 신고 포상금제도가 도입된 덕분이다. 쓰파라치(쓰레기 불법 투기), 봉파라치(돈 안 받고 1회용 봉투 제공), 식(食)파라치(식품위생법 위반)에서 선(選)파라치(불법 선거운동), 주(株)파라치(불공정한 증권거래), 과(課)파라치(고액과외)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9월 24일 성매매특별법 도입으로 이번엔 성(性)파라치가 등장할 전망이다. 성매매를 알선 강요하는 등 범죄를 신고하거나 감금, 인신매매된 피해 여성의 구조를 도우면 최고 2000만 원까지 포상금을 지급하는 제도가 도입됐기 때문이다. 이 제도로 남성들은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게 됐다. 유흥업소 주변에 번뜩이는 ‘감시의 눈길’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식품업체들 또한 이 같은 악의적인 `식파라치`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사례가 늘고 있다. 포상금을 노리고 신고를 일삼는 `식파라치`들은 특히 식품위생법 위반행위 신고자에 대한 포상금을 현행 30만원에서 최고 1000만원으로 대폭 상향조정하는 쪽으로 식품위생법을 개정키로 하면서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교통법 위반사례를 신고해 포상금을 받는 `카파라치` 등과 같이 신고포상금으로 한몫을 챙기려는 이른바 `기업형 식파라치`까지 생겨날 정도다.
기업소비자전문가협회(OCAP) 관계자는 "불황 국면에는 원래 소비자 클레임이 줄어드는 게 일반적인 현상"이라면서 "하지만 최근 들어 식품업체의 고객상담실 등을 통해 접수되는 소비자 피해 신고건수는 업체별로 작년보다 많게는 30% 정도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일부 업체의 경우 소비자 고발건수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50%까지 급증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신고제도의 실효성을 높일 목표로 식품위생 관련 신고 포상금을 최고 1000만원으로 대폭 올리려고 하는 것은 오히려 악의적인 `식파라치`만을 양산하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 기업소비자전문가협회와 식품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이런 무분별한 고발사태가 잇따를 경우 각사가 정보를 공유, 업체 간 조율을 실시하는 등 공동 대처하는 방안도 강구키로 했다.
한편 소비자들은 식품업계의 이런 공동 움직임에 대해 "업체들은 1차적으로 소비자에게 불량식품 제조에 대한 공동반성을 해야 한다"면서 따갑게 질책했다.
이와 같이 각종 신고 보상금 제도 도입은 "민주화란 명목으로 포장되어 도를 넘어서는 나사 풀린 우리 사회의 갖가지 병폐를 정화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란 목소리와 "개인의 자유와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다"는 반대의 목소리가 양분되어 을유년 새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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