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풍 부메랑에 MB 숨통 끊어지나
북풍 부메랑에 MB 숨통 끊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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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강타하는 북풍에 주판알 튕기는 이명박

‘당-정-청’ 체제 꿈꾸던 MB 입장에선 ‘북풍’ 오히려 득
“대북 문제 장기화 조짐, 북한은 미국에 얻을 것 많아”


이명박 대통령이 북한 압박 카드를 꺼내 무리수를 두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남북 간에 보이지 않는 팽팽한 신경전이 한창이다. 얼핏 보면 연결고리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개성공단 경협사무소 상주원의 철수, 서해상 미사일 발사 등은 북한의 명료한 대남 메시지다. 물론 이 대통령의 통일정책 발언, 김하중 통일부 장관의 북핵 발언, 김태영 합참의장 내정자의 북 핵시설 타격 발언 등도 북한에 보내는 남측 정부의 압박 메시지였다. 한치의 양보도 없는 혈전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양측의 이런 공방이 우발적인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입을 모았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북풍을 조장했다’는 시각도 있다. 북한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총선 판세가 북한 의도와는 달리 한나라당에 유리하게 돌아가는 추세가 이를 반증해주는 대목이라는 것. 만일 이 같은 관측이 사실이라면 그에 대한 후폭풍의 괴력은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단기적으론 한나라당에 유리하게 작용되는 ‘북풍’이지만 이 대통령이 이에 대한 부메랑을 어찌 감당할 것인지에 대한 정계의 비상한 관심이 쏠린다. 정치권 핵심 관계자들은 "그들이 언제까지 표정관리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이번에 북한을 자극한 것은 결국 이명박이 제무덤을 판 격이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한반도 안보 문제 심화되면 국가 경제 비상등 켜질 것”
단기적인 한나라당 총선 승리, 장기적인 대북 관계 ‘악화’


‘당-정-청’ 체제를 꿈꿔왔던 이 대통령 입장에선 총선정국에서의 안보불안을 조장하는 것이 그리 해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득이 됐고 총선정국 곳곳에서 이 같은 조짐이 보였다.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는 최근 이에 대해 “총선을 앞두고 여당이 지지세력의 결집을 위해 의도된 신북풍정국을 조성하는 게 아닌가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얼마 전, 북측의 ‘대운하’ 발언으로 긴장하고 있던 야당 측에선 당황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다가오는 ‘북한 정국’

당초 정치권에선 ‘야당에서 대운하 공약에 대해 공격을 하게 될 경우 표가 갈라질 것이 뻔하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북한이 대운하 공약에 대한 비난을 쏟아냈으니 야당은 괜한 된서리를 맞은 것이다. 여론이 야당측을 북한과 ‘한통속’으로 볼 공산이 컸기 때문이다.

개성공단 상주원의 철수로 집권세력이 역풍을 맞는가 싶었지만, 그도 잠시 뿐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양상은 달라지게 됐다. 정치권 핵심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시작은 미풍에 불과했지만, 미사일 발사 후폭풍이 미사일 정국으로 이어질 경우 집권세력은 과실을 얻게 돼 있다”고 우려했다.

“북한이 보여준 지금까지의 행동은 아무 것도 아니다. 더 큰일이 벌어질 수도 있는 상황” 북한의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인사의 말이다. 최근 북한이 취한 대남 압박 조처들은 시작에 불과하며, 아직 본게임은 멀었다는 것이다.

이들이 최근 북한의 압박에 대해 우려하는 이유는 북한이 보여준 일련의 사태에 대한 대응 때문이다. 한 인사는 “앞으로 북한은 대남 압박 수위를 높여갈 것으로 보인다”며 “그 것만이 그들이 살 길이고 이런 식으로 가다간 총선 정국 이후 북한 정국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즉 북한의 압박은 곧 ‘새정부 길들이기’라는 설명이었다. 그는 “북한이 남측을 계속 압박해오면 이명박 정부는 감당 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하지만 ‘북한에 길들여지지 않겠다’는 이 대통령의 의지 또한 만만찮다. 때문일까.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북풍을 조장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 대통령이 당선 이후 뚜렷한 대북정책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가 총선정국에 들어선 뒤 북한의 변화를 촉구하고 나선 것이나 김하중 통일부 장관과 김태영 합참의장 등 남측 고위당국자들의 발언이 남북관계 경색을 촉발시킨 측면이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는 얘기였다.

또 북한이 김 장관의 ‘핵 해결 없이 개성공단 확대는 어렵다’는 발언을 빌미로 남북경협협의사무소 남측당국자들을 철수시키고 대남공세를 본격화하기 시작한 날이 지난 3월27일로 4.9 총선 선거운동 첫날과 겹친다는 점도 공교롭다는 지적이다.

남북경협협의사무소 상주요원 철수 문제가 불거지기 하루 전인 지난 3월26일, 대형 사건이 서울발로 두 건이나 연달아 터졌다. 이 대통령이 통일부 업무보고 현장에서 행한 모두 발언과 같은 날 김태영 합참의장 내정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행한 발언이다.

이 두 사람의 발언 내용에 대해 북한 측은 즉각적인 반응은 보이 않았다. 그러나 발언 내용이 알려진 이후, 북측 고위 인사들이 나와 있는 중국의 베이징과 선양 등에서는 평양의 심상찮은 분위기가 속속 전달됐던 것으로 알려진다.

남-북의 ‘득과 실’

이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의 발언으로 인해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북측 수뇌부의 심경은 기대에서 분노로 악화돼 왔다.

지난 3·1절 발언으로 6·15와 10·4 합의에 대한 이 대통령의 부정적인 태도가 감지된 이후 북측은 3월 중순부터 남한에 대한 기대를 접고 내부적으로 유사 사태에 대한 대응 시나리오를 구축해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통령은 이날 모두 발언에서 ‘그동안 남북 지도자들이 통일을 늘 부르짖었는데, 그것이 가슴에서 우러난 것인지, 지도자들의 전략적 의미에서의 구호로 해석해야 할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김대중·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까지 모두 통일 문제를 전략적으로 이용한 지도자 취급한 것과 다름 없었다.

뿐만 아니다. 이 대통령은 또 ‘1991년 남북 기본합의서 정신을 지켜야 한다’고도 했다. 이 또한 ‘6·15 공동선언과 10·4 합의는 바로 전략적으로 이뤄진 것이기 때문에 수용할 수 없다’는 얘기와 마찬가지다. 북한 측이 그 무엇보다 중시하는 김정일 위원장의 ‘존엄’을 정면으로 부인한 셈이다.

정치권 한 인사는 “북한이 즉각적인 도발을 하지 않고 자제를 해왔던 것은 마지막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얘기를 듣고 판단하자는 생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3월26일 통일부 업무보고 자리를 주시하고 있었던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북한 소식통은 이에 대해 “사실 이번 일로 북한이 손해 볼 것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과 남한의 관계가 경직될 수록 미국에 얻을 것이 많아지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이어 “북한에게 가장 중요한 경제적인 수단은 무기판매인데 지금은 못하고 있는 실정 아닌가”라면서 “남한과의 관계를 악화시키면서 시간을 끌어야 무기를 팔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경제 타격 ‘후폭풍’ 온다?

이 대통령은 3일 군 중장 진급 및 보직신고를 받는 자리에서 “새 정부는 남북문제에 있어 진정성을 갖고 대화하자는 것이다. 북한도 이제까지 해오던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북한이 사과 및 취소를 요구하고 있는 김 합참의장의 ‘선제타격’ 발언에 대해서도 “별 다른 의미가 없는 발언을 갖고 (북한이) 그러는(발끈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북측의 사과요구를 분명히 거부하는 동시에 향후 남북관계에서는 북측도 이전과 다른 방식을 취해야한다고 촉구한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같은날 김 합참의장의 발언을 사과할 수 없다는 남측의 입장에 대해 “군 대응조치를 취하겠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북한은 지난 3월29일에도 김 합참의장의 ‘선제타격’ 발언에 대한 사과와 취소를 요구하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모든 북남대화와 접촉을 중단하려는 남측 당국의 입장으로 받아 들이겠다”면서 “군부 인물들을 포함한 남측 당국자들의 군사분계선 통과를 전면 차단하는 단호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에 국방부는 최근 “우리측 인사가 발언한 내용을 귀(북)측이 임의대로 해석해 문제 삼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면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방부는 북한이 ‘군 대응조치’를 언급한 것과 관련 “군사당국간 접촉과 대화의 문은 항상 열려있다”면서도 “전날 남측의 입장을 충분히 밝혔기 때문에 추가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먼저 나서서 상황을 악화시키지는 않겠지만 현 상황의 타개를 위해 먼저 나서지도 않겠다는 것이다. 정치권 핵심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몰라도 너무 모른다. ‘경제대통령’이란 모토를 달고 당선된 이명박 대통령의 짧은 생각을 드러내는 단적인 부분”이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아무리 청와대 내에 북한 소식에 밝은 인사들이 포진하고 있지 않다 하더라도 너무하는 것 아니냐”면서 “훗날을 대비하지 않는 자세는 옳지 않다”고 우려했다.

이들이 우려하는 점은 ‘경제악화’에 대한 부분이다. 정치권 유력 소식통은 “안그래도 국제적으로 유가 폭등, 원자재 가격 폭등 등의 악재가 겹치는 상황에서 국내에 유입돼 있던 해외 자금까지 빠져나간다면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이어 “총선 막바지에 터진 일이니만큼 총선에선 북한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보수층 결집, 총선 유리한 고지 선점 등 여당에겐 희보였을 지도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땐, 경제대통령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그리되면 결국 이 대통령의 정책에 대한 비난여론이 터져 나올 것이고 북한과의 갈등이 지속되면 국민들의 불안감과 정부에 대한 불신도 커질 수밖에 없다”면서 “이명박 정부가 북측을 압박하는 수위가 도를 넘고 있어서 북한과의 갈등은 장기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 가장 문제다”라고 말했다.

st35@sisa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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