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돈도 내 돈처럼’ 90억원 횡령한 간큰 은행 여직원 인생역전 [풀스토리]
‘남의 돈도 내 돈처럼’ 90억원 횡령한 간큰 은행 여직원 인생역전 [풀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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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모르는 노인들이 그의 ‘밥줄’이었다

부산에서 수협 여직원 김모(30)씨가 4년여에 걸쳐 고객의 예치금 90억원을 횡령한 사실이 해경에 적발돼 물의를 빚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전 부산수협장 등 수협 고위간부들은 횡령사실을 알고도 처벌은커녕 부하직원에게 무마를 지시하는 등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해양경찰서는 지난 3월28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김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시사신문>은 평범한 은행여직원의 기막힌 인생역전 풀스토리를 공개한다.

‘90억원 횡령했는데 가족들은 택시비가 없어 면회를 못온다’? 아이러니 하지만 실제 상황이다. 부산에서 벌어지 90억원대 횡령사건 주인공 김모씨의 이야기다. 부산 해양경찰서 형사계 이현철 팀장은 “돈의 행방이 묘연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팀장은 “90억원을 모두 김씨가 쓴 것은 아니고 그동안 유용한 돈이 90억원이다”면서 “몰래 쓴 돈을 갚았다고 하더라도 이는 엄연한 횡령이다”고 덧붙였다. 이 팀장은 “피의자 김씨는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어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면서 “묵비권을 행사하는 정도가 심하다”고 털어놨다. 김씨가 90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돈을 어디에 융통했을까.

부산해양경찰서는 최근 어민의 예치금 9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김씨를 구속했다. 해경은 또 횡령사실을 알고도 이를 무마해준 혐의(업무상 횡령방조 등)로 전 수협조합장 임모(57)씨와 전 수협 상임이사 박모(58)씨, 전 수협 A동지점장 이모(44)씨 등 5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해경에 따르면 김씨는 2003년 1월부터 2006년 6월까지 수협 A동지점에서 예탁금 여·수신 담당자로 일하면서 1614차례에 걸쳐 약 70억원을 유용했다. 경찰조사결과 이 돈으로 김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 쇼핑몰의 사업자금과 유흥비 등으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또 횡령사실이 발각돼 다른 지점으로 옮긴 뒤에도 동일한 수법으로 약 20억원을 추가로 유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김씨는 승용차를 구입하기 위해 처음 고객의 예치금에 손을 댄 것으로 알려진다. 그는 지난 2003년초 2000만원가량의 중형 승용차를 사면서 800만원이 모자라자 고객 계좌에서 돈을 빼내 융통했다. 이후 김씨는 친구에게서 돈을 빌려 고객 계좌를 메웠다.

이후 피부 마사지나 성형 등을 할 때, 골프를 치러 다니면서 돈이 필요하면 수시로 고객 돈으로 우선 쓰고는 메우기를 반복했다.

묘연한(?) 돈의 행방

집안 사정이 어려웠던 김씨는 지난 2003년 6월 인터넷에 의류 쇼핑몰을 개설했다. 1년간 운영했지만 큰돈을 벌지 못한 그는 빚이 늘어나자 다시 고객 돈을 빼내 갚았다. 이런 식으로 그가 쓴 돈이 무려 90억원. 하지만 그가 고객의 돈을 자신의 것처럼 사용하는데도 불구하고 누구도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

전산자료를 조작해 예탁금을 개인 용도로 사용한 뒤 예금주가 인출을 요구하면 다른 통장의 돈을 빼내 인출해 주는 등 이른바 ‘돌려막기’로 눈속임을 해왔기 때문이다.

이 같은 눈속임은 곧 실체를 드러냈다. 김씨는 2006년 4월 자신이 유용한 1억4000여만원을 막지 못해 횡령사실이 적발되자 당시 부산수협조합장이던 임씨와 친분이 있는 아버지를 통해 사건 무마를 청탁했다.

전 조합장 임씨는 수협 상임이사 박씨에게 사건 무마를 지시했으며 박씨는 우선 수협직원들에게 돈을 걷어 횡령한 금액을 갚게 했다. 그러나 돈을 빌려준 수협직원들이 불만을 제기하고 일부 직원이 돈을 돌려받지 못하자 박씨는 A동지점장 이씨에게 김씨의 오빠가 소유한 5000만원 상당의 빌라를 담보로 잡고 1억1000만원을 대출해 줄 것을 지시했다.

그러나 내부 불만이 커질대로 커진 만큼 소문은 쉽사리 잠재워지지 않았다. 이 팀장은 “내부 소문을 입수한 우리 측은 비밀리에 조사를 벌였다”면서 “조사결과 모든 것이 사실이더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아직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다”고 말한다.

이 팀장은 “피의자가 인터넷 쇼핑몰에 투자한 돈은 고작 100만원인데다가 돈을 사용한 출처가 불분명해 확답하기는 어렵다”면서 “아무래도 대포통장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피의자 집안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고 최근 그의 모친이 면회를 와야 하는데도 택시비가 없어 면회를 오지 못했다”면서 “추정하건데, 피의자는 대포통장을 이용해 고리대업을 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했다. 피의자 김씨의 경찰조사 과정에 대해서 이 팀장은 “남의 돈을 제돈처럼 쓰고 저렇게 막무가내 식으로 나오는 사람은 처음 봤다”면서 혀를 내둘렀다.

한편, 부산 수협 측은 “경찰에 구속된 김씨는 이미 해임된 상태고 나머지 직원들에 대해선 징계를 내릴 것”이라면서 “고객들에게 죄송한 마음이 앞선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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