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전인 줄 알았는데 후보도 아닌 3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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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선진당 내풍 속앓이 사연

▲ “시작은 좋았지”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가 국민중심당 심대평 대표와 손을 잡고 새로운 보수 정당 건설에 나섰다. 그러나 인재영입 실패 등으로 보수세력을 끌어안는다는 구상에는 금이 가고 있다.



자유선진당 창당 주도 보수단체 어정쩡한 당색 맹비판
창당 초 영입 멤버 “우리 있을 곳은 여기가 아니었다”
당 내 미세한 균열 ‘보석줍기’ 실패, 당 화합에 걸림돌
자유선진당 “당은 항상 같은 모습, 정체성 논란 없었다”


자유선진당이 심상찮다. 당 안팎에서 갈등과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이회창 총재의 대선출마에서부터 당 창당에까지 참여했던 인사들은 당이 외부 인사들을 영입하며 본연의 색을 잃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선과 창당과정에서 영입된 인사들 중 몇몇 인사들은 당을 박차고 나서며 당 내 갈등을 넌지시 내비쳤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정체성 논란을 원인으로 꼽고 있으며 일부는 당 내 주도권 싸움과 나눠먹기가 갈등을 일으킨 주범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선진당의 불안한 움직임은 어떻게 시작된 것이며 갈등이 표면화되기까지 당 내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시사신문>이 갈등의 이면을 쫓았다.


자유선진당 창당을 주도했던 이들이 당을 향해 돌을 던지고 있다. 이회창 총재의 출마부터 창당까지 당 안팎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12개 보수단체는 공동성명서를 내고 선진당을 공개 비판했다.

자유선진당 ‘정체성’ 뭐냐

자유개척청년단·자유북한운동연합·자유전진연합·무한전진·선진자유연합·나라사랑시민연대·조선일보독자모임·중부권정의개척운동본부·청년광장·청년스쿨·한마음운동회·애국자영업자회 등 12개 보수단체는 공동성명서를 통해 “대선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애매모호한 정체성에 의구심을 지니고 있던 중 2007년 10월24일 국민대회의 이 총재 연설에서 대한민국의 희망을 보고 그의 대선출마를 촉구했고 11월7일 출마선언을 열렬히 지지했다. 대선 기간 중에는 정통 보수단체들을 규합해 지지선언을 했고 일부 동지들은 대선운동에 실무로 참가하기도 했다”며 자신들이 자유선진당의 ‘창당 공신’임을 강조했다.

이들은 이어 “그러나 (현재) 선진당의 ‘신보수운동’에는 선언과 주장만 있다. 대한민국 보수우파에 걸맞은 구체적 정책이 없었고 그 정책을 실현할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신보수운동’에 걸맞은 실천과 행동이 없었다”고 날을 세우기 시작했다.

이들은 외부인사 영입과 창당멤버들에 대한 예우를 따지고 들었다. 외부인사 영입 문제는 곧 구여권 인사들에 관한 것이기도 하다.

보수단체들은 김혁규 전 경남도지사를 비롯해 유재건·이상민 등 통합민주당 측 인사들의 영입에 대해 “노무현 친북좌파 정권을 비판하고 그들에 의해 야기된 국가적 정통성의 혼란을 정리하기 위한 정통 보수정당를 표방한 선진당이 이러한 인물들을 영입한다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으며 당 자체의 정체성을 의심케 한다”며 구여권 인물들의 ‘정체성’을 물었다.

이 같은 ‘정체성’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외부인사가 영입될 때마다 “원래 성향은 보수”라고 외치는 이들에게 당 내 일각에서는 선진당이 추구하는 ‘보수’와 구여권의 ‘진보 속 보수’는 서로 상충한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이는 일부 정책에 대한 입장에서 극명한 차이를 보이며 당 내분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보수단체들은 이와 함께 유석춘 연세대·이상돈 중앙대 교수, 전원책 변호사 등 보수논객 3인방과 정통보수 인사들이 비례대표에 배제된 것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이들은 “당의 중심적 인물들을 인선하는 과정에서 정통보수를 대표할 수 있는 인물들을 중용하지 않았을 뿐더러 이번 비례대표 공천에서 선진당의 정강정책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인물들 몇 사람이 상위순번에 배치되어 있다”면서 “지난 대선 때부터 최근까지 이 총재와 당을 도왔고 보수우파를 대표할 수 있는 인사들이 비례대표에서 배제된 것을 이해하기 힘들다. 과연 현재와 같은 당의 인적 구성으로 선진당이 주장하는 ‘신보수운동’을 제대로 펼칠 수 있느냐”고 의구심을 나타냈다.

또한 “선진당은 무엇을 하기 위해 지금 정치를 하고 있는가. 정말 이념과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정당인가, 지역을 담보로 한 정치적 헤게모니 획득을 위한 정당인가”라고 반문했다.

뒷말 ‘솔솔’, 진위여부는 ‘?’

한때 선진당을 대표했던 보수논객들도 당을 향해 쓴소리를 하고 있다. 자유선진당 창당 초기부터 심장부에서 뛰었던 이상돈 중앙대 법대 교수는 칼럼을 통해 선진당에 대한 지적을 멈추지 않고 있다.

그는 칼럼을 통해 자신이 선진당에 참여하게 된 계기와 활동, 왜 실망을 하고 돌아서야 했는지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했다. 이 교수는 새로운 인재영입의 실패, 김혁규·유재건 의원의 합류로 당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게 된 것 등을 그 이유로 들었다.

그는 창당발기인대회 전 김혁규 전 경남지사가 창당준비위원장이 될 것이라는 소문을 듣고 “노무현 정권이 들어서자 총리인지 뭔지를 해 보겠다고 변절해서 노무현의 아래로 들어갔다가 노무현 정권이 망해가니까 대선 기간 중 이회창 후보를 지지한 인물이 창당준비위원장이 된다고 하니 허망하기만 했다”며 “발기인대회 날 김혁규 씨가 축사를 하고 이 총재는 그와 만세를 불렀다. 나는 속으로 이 총재가 망령이 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명박의 대북정책에 문제가 있다고 대선에 출마하고, 또 새로운 인재를 모아서 보수 정당을 만들겠다고 한 사람이 어떻게 김혁규와 만세를 부른다는 말인가”라고 불편한 심기를 여과없이 드러냈다.

또한 “발기인대회 후 우리는 류재건 의원 등이 합류하는 등 신당의 정체성 문제가 석연치 않아서 입당을 미루어 왔다. 그리고 사실 신당과는 점차 멀어졌다”고 전했다.

보수단체와 이 교수의 칼럼에 대해 자유선진당은 ‘어의가 없다’는 반응이다. 자유선진당 한 관계자는 보수단체의 성명 발표에 “금시초문”이라며 “이 총재나 당에 지지 의사를 표명했을 뿐 함께 일하는 사람들은 아닌 것으로 안다. 의사표현은 자유지만 선거를 앞두고 그런 발표를 한 것은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당 내 정체성 논란이 인 적이 없다”고 일각에서 제기된 당 내 갈등문제를 일축했다.

그는 이 교수의 칼럼에 대해서도 “당을 잘 아는 사람이라면 그 글에 논리와 근거가 없다는 것을 잘 알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꿀 바른 영입 뒤 ‘팽’?

▲ “단결의 힘”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가 18대 총선 현장에서 같은 당 신은경 후보를 지원유세하고 있다.
불만이 목소리는 보수단체 진영에서만 높은 것이 아니다. 창당과정에서 외부에서 영입된 인사들의 불만도 만만찮다. 대선 당시 이 총재 캠프에 합류, PK(부산·경남)지역 세 확장을 이끌었던 김혁규 전 경남도지사와 통합민주당을 탈당, 선진당과 함께 했던 유재건 의원은 비례대표 발표 전 당을 탈당했다.

김 전 지사의 경우 선진당 합류 후 끊임없는 ‘정체성’ 논란에 휘말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창당대회에 불참, 당과의 갈등을 시사했으며 이후 당에서 등을 돌렸다.

유재건 의원은 “18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선진당을 떠난다”며 “선진당의 여러 정치적 변화로 인해 국제사회에서 국가를 위해 일할 꿈을 접을 수밖에 없는 한국의 정치현실이 안타깝다”고 탈당과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유 의원은 <시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탈당과 불출마를 선언하고 나니 마음이 편하다”며 “선진당으로 갔을 때 비례대표를 생각했다. 그러나 당에서 지역구 출마를 요구했다. 또한 사정상 (당선이 유력한) 비례대표 앞 순번은 줄 수 없다고 했다”며 탈당이 비례대표와 둘러싼 갈등 때문임을 언급했다. 그러나 그는 “정체성을 둔 논란은 없었다”고 일축했다.

자유선진당과 함께 했던 정치권 한 관계자는 “선진당이 ‘함께하자’고 문을 열 때는 따뜻하더니 막상 들어가니 시베리아였다. 영입할 때 했던 이야기와 그 이후의 이야기가 너무나 달랐다”며 “구여권 출신 인사라 해도 좋은 정치를 하기위해 모인 것인데 출신 경력을 운운하며 ‘정체성’을 물었다. ‘주홍글씨’를 새기고 무슨 일을 제대로 할 수 있었겠냐”고 분개했다.

그는 “결국 선진당의 입맛에 맞는 인사는 한나라당 출신이거나 지역구 당선 확률이 높은 이들 뿐이었던 것”이라며 선진당의 기회주의적 면모를 지적했다.

그는 이어 “선진당은 보수라는 이념의 범위를 넓히지 못해 좋은 인재를 받아들일 수 있는 기회를 발로 찬 것”이라며 “총선이 지나고 무소속 인재들이 넘쳐난다고 해도 영입 인사에 대한 선진당의 태도를 확인한 이들이라면 선진당행을 꺼릴 것”이라고 말했다.

“우린 원래부터 하나”

‘정통보수’와 ‘진보 내 보수’의 정체성 갈등 논란에 대해 자유선진당 관계자는 “구여권 출신 인사라고 해서 다 진보는 아니다. 민주당의 성격은 ‘중도진보’정도이며 그 안에서 이념적 스펙트럼은 상당히 넓게 분포하고 있다. 우리에게로 왔던 이들은 정치적 정체성 뿐 아니라 정치 역학구도, 정치상황, (거대 여당을) 견제할 정당인가, 시대정신을 구현할 수 있는가, 국민이 원하는 ‘소신’을 펼칠 수 있는가 등 다양한 요건을 보고 온 것”이라며 정치적 정체성에 무게가 실리는 것을 견제했다.

그는 “정체성과 관련된 내부분열은 없었다”라며 “현재 당에는 당을 시작했을 때부터 뜻을 맞춘 이들만 남아있다. 뜻이 맞지 않는 이들은 다 떠났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치권은 선진당의 인재영입이 총선이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정체성’ 논란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당 내에서 불기 시작한 작은 파문이 향후 인재영입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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