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는 나의 힘…‘총선’ 한방으로 인생역전?
‘분노’는 나의 힘…‘총선’ 한방으로 인생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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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표출 박근혜 복수혈전 막전막후

▲ “나 만만히 보지마” 대선 패배 후 공천에서 측근들이 대거 잘려나가는 수모를 겪으며 당 내 ‘소수파’가 된 박 전 대표가 총선을 통해 부활의 날개짓을 하기 시작했다.
박근혜 전 대표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나라당에 “속았다”며 당에 대한 지원유세 없이 자신의 지역구 선거활동만 하겠다고 선언한 박 전 대표. 지원유세를 요청하는 당의 압박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행보는 몸을 잔뜩 웅크린 것 같은 모양새다. 그러나 총선을 전후로 한 박 전 대표의 움직임은 더 멀리 뛰기 위한 준비일 것이라는 관측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7월 당권과 그 이후의 사안까지 계산을 마치고 이를 위한 한발 한발을 내딛고 있다는 것. 줄곧 ‘인내’로 버텨온 박 전 대표가 당의 압박에도 불구, 조용히 그러나 차갑게 분노를 표출하는 모습은 대선 이후 약해진 자신의 존재감을 당에 각인시킴과 동시에 지역구에서의 압도적인 당선으로 자신의 영향력을 알리기 위한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한나라당 내 힘의 역학구도가 총선을 기점으로 크게 변모할 것이며 이것이 7월 당권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공공연한 상황, 박 전 대표의 행보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날 속인 당에 도움은 없다” 총선 향한 단호한 발걸음
망망대해 독자행보 돌파구는 7월 당권?…대표직 도전
빚 진 MB·한나라당, 경쟁자 ‘비실비실’ 절호의 찬스
친박연대 당선 후 복귀 강조, 박근혜 ‘세몰이’ 투혼


박근혜 전 대표는 자택 칩거를 통해 수많은 정치적 계산을 해왔다. 그리고 18대 총선의 시작에 맞춰 박 전 대표는 칩거를 끝내고 한나라당에 대한 포문을 열며 자신의 정치 행보를 재개했다. 계산은 끝났다는 것이다.

정국주도권 잡고 ‘인기 상종가’

박 전 대표는 집을 나서자마자 한나라당을 향해 “속았다”는 말로 날카로운 비수를 던졌다. 그는 “당이 나와 국민을 속였다”며 “4·9총선 공천은 무원칙한 공천의 결정체다. 누군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며 당 공천에 대한 불만을 표시했다.

박 전 대표는 당에 대한 지원유세에 대해 “계획없다”는 말로 선을 그었다. 그는 총선기간 내 자신의 지역구에서 활동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곧장 지역구로 내려갔다. 자신을 지지했다가 낙천해 탈당한 친박연대나 무소속 연대에 대해서도 “지원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사실상 칩거를 깨고 나선 박 전 대표의 이 발언 속에 그의 모든 행보가 녹아있다. 박 전 대표는 “속았다”는 말로 최대한의 분노를 표하고 냉정히 돌아섰다. 공천을 통해 자신의 팔 다리를 잘라낸 이들에게 더 이상의 ‘인내’는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한 것이다.

또한 이 같은 ‘분노의 표출’은 박 전 대표가 당의 지원유세에 대해 거부할 수 있는 ‘명분’을 만들어줬다.

한나라당이나 탈당 친박계에 대한 지원유세에 선을 그은 박 전 대표, 그의 선택은 자신에게 아픔을 준 당과 당을 나선 자신의 지지자 중 어느 쪽에도 힘을 실어줄 수 없는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인한 것으로 비쳐진다. 그러나 박 전 대표는 양쪽 모두에게 적정한 거리감을 줌으로 인해 총선정국의 주도권을 쥐기 시작했다는 것이 총선 과정을 통해 하나둘 드러나고 있다.

총선에서 박 전 대표의 인기는 상종가를 기록하고 있다. 친박계의 탈당에도 불구, 과반수 의석에 문제가 없다며 자신감을 보이던 한나라당이 한반도 대운하 밀실 추진과 금품선거, 성추행 사건 등 끊임없는 악재로 지지율 하락세를 보이자 당 내 곳곳에서 박 전 대표의 도움을 청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수도권 출마자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한나라당을 위해 지원유세에 나서달라”는 성명을 발표하고 지원유세를 요청했다. 당 내 일각에서는 “박 전 대표가 이번 총선에서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며 “박 전 대표가 ‘소신’을 보이기 위해서는 탈당 친박계가 아닌 한나라당 지원유세에 나서야 한다”고 박 전 대표를 강하게 압박했다.

그러나 강재섭 대표는 “한나라당에서 공천을 받은 친박의원의 지원유세라도 나와 달라”고 박 전 대표의 도움을 청하면서도 박 전 대표에 대한 당의 강도 높은 지원유세 요구에 대해 “아직 마음이 아픈 상태인데 덥석 (유세)해달라고 부탁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라며 수위조절을 언급했다.

낙천한 친박계의 탈당에 “몇몇 사람들이 나간다고 한나라당이 망하지 않는다”며 평가절하했던 이방호 사무총장이나 이재오 의원도 박 전 대표가 도와줬으면 하는 속내를 내비치고 있는 절박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반면 친박연대 등 탈당 친박계는 박 전 대표의 지원유세를 만류하고 있다. 친박연대 이규택 공동대표는 “박근혜 전 대표의 지원유세는 없으리라 생각된다”며 “박 전 대표가 당 지도부에 있다든지 간부 자리에 있다면 지원할 의무가 있지만 박 전 대표는 평국회의원이고 평당원이기 때문에 반드시 유세를 할 의무나 책임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처럼 박 전 대표를 둔 한나라당과 탈당 친박계의 갈등은 그의 몸값을 높이는데 직접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전국적인 지지를 기반으로 한 박 전 대표의 파워는 ‘살아있는 영향력’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나라당 내 자체조사에서 나타난 그의 지역구 지지율은 80.7%로 전국 1위를 차지했다. 그동안의 ‘인내’로 쌓은 명분도 ‘박근혜 추진력’의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그림자에 가리고 공천에서 손발이 잘려나가는 박 전 대표를 보며 그의 힘이 모두 소진됐다고 생각했다면 이는 오판”이라며 “박 전 대표의 진정한 힘은 당이 위기상황에 처했을 때, 전국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정치 지도자가 필요하게 됐을 때 드러난다”고 말했다.

그는 “한나라당이 ‘오만하다’는 지적을 당하기 시작하면 이미 결과는 뻔하다”며 “천막당사로 살려놓은 당의 이미지가 다시금 ‘차떼기’, ‘성추행당’으로 망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총선 찍고 7월까지 달린다

▲ “돌아갈래”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와 홍사덕 전 의원이 친박연대 기자회견에서 ‘당선 후 복당’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정치권은 박 전 대표가 총선에서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준 후 7월 당권까지 빠르게 달려 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전 대표의 당권 도전은 이미 예견됐던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초대 총리직 제안에 박 전 대표는 “당에서 할 일이 있다”며 이를 거절했다. 당시 정치권은 박 전 대표가 당에 남아서 할 일에 대해 ‘당권 도전’을 꼽았었다.

대표직으로 성공한 박 전 대표가 대선 후 약해진 지지기반을 추스르고 당을 자신을 중심으로 한 체계로 만들기 위해서는 당 대표직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었던 것. 이는 차기 대권을 준비하는 박 전 대표에게 꼭 필요한 수순이기도 했다.

박 전 대표는 최근 “한나라당을 바로잡겠다. 그것이 국민과 당을 위해 내가 해야 할 일이다”라고 당권 도전 가능성을 시사했다.

친박계도 박 전 대표의 당권 도전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 “각자 처한 처지에서 최선을 다한 후 다시 만나자”는 박 전 대표의 말에 “총선에서 살아남아 5년 후 박근혜 대통령을 만들겠다”고 화답한 것.

친박연대 홍사덕 공동선대위원장은 “총선이 지나면 강 대표는 물러나야 한다”며 “총선이 끝나면 이재오도 정몽준도 아닌 오직 한 사람,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 대표로 복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친박연대 서청원 대표와 친박무소속연대 김무성 전 최고위원을 비롯한 양측 후보 11명이 3일 합동기자회견을 열고 “반드시 한나라당으로 돌아가서, 박 전 대표가 엄격하게 세워놓았던 공정한 공천제도를 무너뜨리고, 당권 대권 분리의 원칙까지 훼손하고 있는 진짜 해당행위자들의 책임을 묻고, 그들이 무너뜨려놓은 박근혜 정신을 반드시 다시 세우고, 훼손된 당내 민주주의를 회복시키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 정치상황은 박 전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당 대표직 재도전 의사를 일축, 조용히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강 대표의 발언이 아닐지라도 당권을 벼르고 있는 이재오 의원과 당 대표직에 도전의사를 밝힌 정몽준 최고위원이 총선에서 직격탄을 맞아 힘겨워하고 있다.

이 의원은 당 ‘밀실공천’의 주역으로 떠오르며 공천후폭풍에 노출됐다. ‘형님공천’ 논란을 두고 이상득 국회부의장과의 불화를 겪음으로써 지지기반을 양분하게 됐으며 그가 앞장서 추진하고 있는 한반도 대운하로 인한 타격도 만만찮다. 청와대의 한반도 대운하 밀실 추진 의혹이 일며 ‘큰 물’에 휩쓸려가게 생긴 것. 당장 지역구 수성이 위태롭다.

정 최고위원의 사정도 밝지만은 않다. 정 최고위원은 외각 응원부대 구성을 마치고 당당히 당권 도전 의지를 표명했다. 그러나 총선 과정에서 MBC 여기자 성추행 사건으로 행보에 제동이 걸렸다.

반면 박 전 대표의 지지세력들은 당이 총선에서 과반의석을 확보하지 못 할 경우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해 손을 잡을 수 있는 1순위 연대 후보로 거론되는 등 ‘금의환향’을 준비하고 있다.

친박연대 이규택 공동대표는 한나라당의 복당 불허 방침에 대해 “이번 총선 이후에는 아마 이재오씨나 이방호씨 같은 분은 지금은 충신일지 모르지만 총선 이후에는 아마 역적이 될 것”이라며 “어차피 지금 과반수가 되는지 안 되는지 잘 모르겠지만 아마 한나라당에서 친박연대에 어떤 지원을 요청할 거다. 그때 정정당당하게 들어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당론이 복당하는 것으로 돼 있다”며 “친박연대, 중부권 중심으로 한 친박연대와 영남권을 중심으로 한 친박을 하나로 합쳐 당 대 당 합당을 통해서 복당하겠다”고 강조했다.

경쟁자의 몰락, 지지자의 생환

거침없는 행보를 보일 만발의 준비를 마친 박 전 대표, 그러나 그의 앞길에 변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한나라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할 경우 박 전 대표에게는 큰 타격이 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전언이다.

강 대표가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면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며 사활을 건 만큼 과반 의석이 확보된다면 총선 성공의 공은 강 대표에게로 향하게 된다. 반면 박 전 대표는 당 지원유세를 피했다는 역풍에 노출될 수 있으며 탈당 친박계의 합류도 어려워질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박 전 대표는 총선에 ‘올인’했다”며 “박 전 대표에게는 총선을 통해 모든 것을 되찾겠다는 의지만큼이나 총선에서 주도권을 잡지 못할 경우 당권은 물론 득세할 세력에 휘둘리다 내쳐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자리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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