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 두부시장을 놓고 선두주자인 풀무원과 후발업체인 CJ제일제당 간의 경쟁이 치열하게 번지고 있다. 이미 끼워 팔기 등으로 ‘출혈 경쟁’ 우려까지 샀던 두부시장인 만큼 두 업체의 자웅은 업계의 화젯거리다.
이들의 경쟁이 뜨거운 신경전을 동반하고 있는 탓이다. 두유 관련 기술유출로 경쟁업체 직원을 고발 하는가 하면, 원료, 원산지 논쟁까지 벌어지고 있다. 심지어 양사에서 집계한 시장자료도 서로 부정하며 “우리 회사가 더 앞서고 있다”고 주장하는 진풍경도 벌어진다. 유기농 두부 경쟁이 시작 된지 반년이 지난 풀무원과 CJ제일제당 현주소를 짚어봤다.
두부시장 둘러싸고 갈등 빚는 식품업계 앙숙의 이전투구
재계의 수많은 식품업체 중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업체로 풀무원과 CJ제일제당(이하 CJ)을 빼놓을 수 없다. 두부업계의 요지부동 1위기업인 풀무원과 무서운 후발주자 CJ의 쫓고 쫓기는 추격이 벌어지는 것이다.
특히 이들 두부시장의 경쟁 중에서도 정수로 지목되는 것은 바로 유기농 두부시장이다. 고품격 프리미엄 두부를 표방한 만큼 이들의 경쟁은 향후 두부시장의 성패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리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 때문일까. 이들의 이들 경쟁의 한편에서는 상대를 깎아 내리는 치열한 신경전도 관측되고 있다.
유기농 두부에 승자는 누구?
유기농 두부시장 경쟁이 막을 올린 것은 지난해 8월 CJ가 유기농 두부 ‘행복한 콩’을 출시하면서다. 당시 유기농 두부시장은 풀무원이 CJ보다 앞선 1월에 유기농 두부 ‘오가닉스’를 출시하면서 독점적인 점유율을 자랑했다. 때문에 CJ의 유기농 두부 진출에 풀무원은 다분히 공격적인 반응을 보였다.

실제 CJ의 유기농 두부 브랜드 ‘행복한 콩’은 호주 유기농 농장에서 전량 생산돼 들어오는데, 콩 자체가 아닌 콩을 가루(대두분)로 가공해 들여오기 때문에 온전한 콩으로 제조하는 두부와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 이에 CJ 관계자는 “첨단 공법을 통해 최적의 맛과 품질을 만들어내고 있다”면서 “오히려 한창 논란에 시달리는 중국산 원료가 아닌 호주산”라고 응수했다.
풀무원의 유기농 두부 브랜드 ‘오가닉스’의 콩은 전량 중국 농장에서 들어오고 있는데, 먹거리 논란이 꾸준히 일어온 ‘중국산’을 믿을 수 있겠냐는 말인 셈이다. 실제 풀무원이 당면한 가장 큰 과제는 ‘중국산 이미지’를 씻어내는 일이다. 주부체험단을 선발해 만주의 농장을 방문, 견학하는 행사를 매년 진행하는 것도 이런 사정에 기인하고있다.
때문에 풀무원 직원들 사이에서도 ‘중국산’이라는 언급을 삼간다. 굳이 말한다면 ‘만주에서 제배한 콩’이다. 풀무원 관계자는 “현지농장과 계약해 국내팀에서 관리, 감독을 하고 있어 믿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입장 차이는 고스란히 시장 통계에서도 묻어난다.
CJ 측은 유기농 두부시장에서 ‘행복한 콩’ 점유율이 30%, 풀무원의 점유율 29%로 근소차 앞질렀다고 밝혔다. CJ 관계자에 따르면 “유기농 두부 시장 진출 당시에는 풀무원이 독점적인 점유율을 보였지만 이제는 오히려 앞지른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풀무원 측은 이런 주장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풀무원 관계자는 “풀무원 내부 자료에 의하면 유기농 두부 시장점유율이 역전됐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경쟁사가 유기농 두부에 진출한 만큼 다소 시장점유율 하락은 있지만 성공적으로 방어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시장 점유율 등 세부자료는 공개를 거부했다.
업계는 양측의 이런 엇갈린 주장이 통계 집계의 시점과 방법을 두고 ‘유리한 쪽’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고 설명한다. 한 치도 지지 않으려는 자존심 싸움이 고스란히 반영됐다는 것이다.
식품업계 ‘견원지간’
사실 두 업체의 앙숙 사이는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CJ는 두부시장에 진출하던 2005년에도 CJ는 풀무원이 독점하고 있던 두부시장에 뛰어들면서 자사의 두부가 기존 제품과 달리 첨가제를 사용하지 않는다며 대대적인 홍보를 했다. 이에 풀무원은 “소비자를 현혹하고 있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심지어 지난 1월에는 양사는 두유제조 기술을 두고 한판 설전을 겪었다. CJ는 식품연구원으로 있던 A씨가 풀무원으로 옮겨가면서 ‘비단우유’ 제조기술을 빼냈다고 고발한 것이다. CJ 측은 “이건 기술을 빼내기 위한 계획적 산업스파이”라면서 맹공을 퍼부었고 풀무원은 “공개된 기술인데 트집을 잡고 있다”고 대립각을 세웠다.
이들의 공방을 지켜보는 업계의 눈길은 썩 곱지 않다. 제품을 통한 경쟁보다는 비방을 앞세운 경쟁이 아니냐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제조업체면 마땅히 제품으로 승부하는 것이 정상”이라면서 “상호 비방만 일삼으며 서로를 깎아 내려봤자 소비자의 불안만 커질 뿐이다”라고 지적했다. 음식 이물질 논란으로 소비자들의 신경이 민감해진 만큼 깎아내리기가 아닌 깨끗한 경쟁이 필요하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