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40주년 선봉에 선 이구택 포스코 회장
포스코 40주년 선봉에 선 이구택 포스코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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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에 사로 잡히냐, 전설을 넘어 서냐”

한국 제철의 신화이자 역사인 포스코가 40주년을 맞이했다. 포스코의 역사는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사례다. 설립 당시 16억원에 불과하던 자산규모는 지난해 30조4928억원으로 2만배 가까이 늘었다. 하지만 아직 포스코의 욕심은 끝나지 않아 보인다. 이구택 포스코 회장은 2018년까지 100조대 매출을 올리겠다고 다짐하며 재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는 곧 이 회장이 과거 40년의 전설로부터 벗어나겠다는 선언으로까지 해석되는 상황.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이 받는‘숨겨진 실세’라는 평가를 염두한 것이 아니겠냐는 추측이다.

▲ 이구택 포스코 회장은 포스코 40주년을 맞아 10년 뒤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내놔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구택 회장 ‘글로벌 포스코’ 목표 “50주년엔 매출 100조원 달성”
‘포스코의 숨겨진 실세’ 박태준 명예회장 넘어서 도약할 수 있나
이명박 대통령 소망교회 인맥 박 명예회장, 왕성해진 행보의 뒷말
스톡옵션 둘러싸고 박 명예회장과 이 회장 사이 미묘 기류 감돌아

국내 철강의 역사 포스코가 40년 불혹을 맞았다.
지난 4월1일 오전 포스코 포항본사에서 열린 창립 40주년 기념식에는 이구택 포스코 회장을 포함해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 등 창립공신 19명과 각계의 관계자들이 모였다.

창립기념사를 읽어 내려가는 이구택 회장의 표정에는 생일을 자축하는 기쁨보다는 미래를 향한 비장함이 더 짙게 감돌았다. 그런 그의 분위기도 무리는 아니다. 한국 근대화에 있어서 하나의 전환점이 된 포스코를 짊어지고 40주년 행사장에 선 책임이 막중한 탓이다.

이구택 새로운 신화 만든다

포스코가 앞으로 가야할 길이 쉬운 것만은 아니다. 베트남, 인도에서의 일관제철소 건립 프로젝트가 예상과 달리 추진 속도가 늦어지고 있다. 또 글로벌 합종연횡으로 인한 거대 기업과의 무한경쟁, 중국 등 후발 기업들의 추격, 원자재가격 급등 등 대내외적인 상황도 녹록치 않다.

이 회장은 이날 창립기념사에서 “목표가 분명하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더해지면 어떤 난관도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을 포스코 40년의 역사가 가르쳐 주고있다”며 “혼연일체가 돼 한 방향으로 매진 한다면 영속기업으로서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포스코 공채 1기 출신인 이 회장은 그 자체가 포스코 40년 역사다. 또 유일하게 남아있는 공채 1기이기도 하다. 평소 온화하고 나서기 싫어하는 합리적 스타일이지만, 막상 목표가 정해지면 무서운 뚝심을 발휘하는 전형적인 ‘외유내강형’ 경영자로 알려져 있다. 소위 ‘한다면 한다’는 것이다. 실제 얼마 전까지 포스코 직원들의 명함에도 박혀있었던 포스코의 ‘6시그마 운동’, 세계 철강역사에 유례없는 ‘파이넥스 공법’ 상용화, M&A가 아닌 설비투자를 통한 성장,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을 위한 해외시장 공략 등 최근 포스코가 일군 많은 업적들이 모두 그의 손에서 이뤄졌다.

그런 이 회장이 바라보는 것은 이제 과거 40년이 아닌 10년 이후의 신화 창조다.
이 회장은 경영화두인 ‘글로벌 포스코’에 대해 “우리가 원하는 글로벌 사업은 단순한 경제적 성공이 아니라 우리의 기술과 경험을 필요로 하는 지역에서 꿈과 희망을 나누자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이를 위해 다음 10년인 2018년의 연결기준 매출 목표를 100조원. 글로벌 조강생산량을 5000만톤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담은 ‘포스코 비전 2018’을 발표했다.

세부적으로는 철강 부문에서는 해외 성장시장을 중심으로 생산능력을 확충하고 품질개선에 주력, 2018년 70조원의 매출을 거두며 ‘글로벌 빅3, 톱3’의 위상을 다지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국내에 4000만톤을 포함한 아시아 비즈니스 허브를 구축하고 제2의 성장거점으로 떠오를 인도를 비롯해 중동과 미주ㆍ유럽의 생산거점도 적극 확대, 글로벌 조강 생산량을 5000만톤 이상으로 늘릴 방침이다.

박태준을 넘어서라

이날 이 회장의 ‘글로벌 포스코 비저’은 적잖은 의미를 가진다. 포스코의 성장과 발전 외에도 옛 과거의 영광을 뛰어넘겠다는 의무가 주어진 셈이다.

▲ 포스코 전신 포항제철의 창업자 박태준 명예회장.
사실 이 회장은 포스코의 최고경영자이면서도 늘 ‘실세는 따로 있다’는 평가에 시달려야 했다. 포스코의 전신인 포항제철 설립공신이자 1981년부터 1992년까지 포스코 회장을 지낸 박 명예회장은 퇴임 이후에도 제법 오랫동안 포스코에 ‘보이지 않는 손’으로 작용해왔다는 평을 들었다. 지난 2003년 ‘타이거풀스 주식 고가매입 의혹 사건’으로 임기 1년을 남기고 중도하차한 유상부 전 회장이 박 명예회장 사람으로 평가받았을 만큼 최근까지 박 명예회장과 포스코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박 명예회장이 각별히 주목을 받는 것은 지난해 11월 팔순잔치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대외 활동을 시작한 탓이다.
이날 기념회장에서도 박 명예회장이 참석했다. 이날 창립기념식에는 박 명예회장을 비롯한 창설요원들이 참석했는데, 이들이 참석한 것은 이번 40주년이 처음이다. 재계 일각에서 포스코에 대해 박 명예회장이 직접적으로 관여를 시작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는 대목이다.

특히 박 명예회장은 지난 1월 모 경제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포스코의 스톡옵션제로 떼돈을 번 임원은 당장 사라져야 한다”며 “아직도 스톡옵션 도입이 정당했다고 주장하는 임원이 있다면 당장 자기 발로 사라져야 할 것이고 또 그런 사람이 눈에 띈다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강경한 발언을 했다. 이어 박 명예회장은 “창업자로서 이런 말을 할 권리와 책무가 있다. 앞으로도 포스코와 국가경제를 위해 필요하다면 결코 침묵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계에서는 이 발언의 배경을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스톡옵션제의 가장 큰 수혜를 입은 이는 다름 아닌 현 이구택 포스코 회장이다. 따라서 박 명예회장이 이 회장을 염두에 두고 한 경고성 발언이 아니냐는 시각도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대해 포스코 측은 “박 명예회장이 어떤 진위에서 그 같은 발언을 했는지는 알 수가 없다”며 “포스코가 공기업도 아닐뿐더러 박 명예회장의 개인 기업은 더욱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여전히 일각에서는 이명박 대통령과의 상관관계를 들어 박 명예회장의 입김은 ‘포스코’에 영향력을 끼칠 것이란 견해를 내놓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내부적으로도 찬반 논쟁이 벌어지는 것으로 관측된다. 친 박 명예회장 세력과 반 박 명예회장 세력이 보이지 않게 알력을 품고 있다는 것이다.

스톡옵션 발언 진위 논란

실제 포스코에서 박 명예회장을 의식하는 경우는 적잖게 찾아 볼 수 있다. 지난 4월3일 지식경제부가 주최한 수출업계 간담회에서 대우조선해양을 인수에 대해 긍정적 입장을 밝히며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도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을 정도. 박 명예회장의 ‘허락’과 ‘승인’이 아직도 포스코 경영에 있어 높은 설득력으로 작용한다는 반증이다.

이런 배경에는 이명박 대통령과의 긴밀한 관계가 있다는 평가다. 포항이 이명박 대통령을 배출한 지역이고 또한 박 명예회장은 17대 총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물밑에서 밀어줬다는 것도 정가에서는 잘 알려진 사실이다. 무엇보다 이 대통령이 장로로 있는 소망교회에 박 명예회장이 다닌다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때문에 박 명예회장의 의중에 따라 철강정책이 어떻게 바뀔 수 있고 또 이는 포스코에 적잖은 영향을 주지 않겠냐는 추측도 있다.
따라서 이 회장이 독립적인 경영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박 명예회장이라는 ‘포스코의 전설’을 뛰어 넘어야 한다는 숙제를 안은 셈이다.
사실 이 회장은 포스코 내부에서도 ‘능력있는 경영자’라는 평가를 들어왔다. 따라서 박 명예회장이 실세인 이 회장을 직접적으로 비난하거나 실력행사하기는 힘들리라는 관측도 있다.

실제 지난 2003년 이구택 회장 체제로 들어선 이후 박 명예회장의 영향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평가다. 이 회장은 외국인 주주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얻으며 내부 장악력을 강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반해 박 명예회장은 포스코 내 입지가 약해졌다는 평가다. 결국 박 명예회장의 스톡옵션 발언이나 활발한 대외활동은 이명박 정권 시대를 맞아 다시금 부상하고 있는 그의 포스코 내 위치를 재확인시키기 위한 차원이라는 해석이다.

현재 이 회장은 박 명예회장의 진위야 어떻든 발표한 ‘포스코 비전 2018’을 실행하는 일만 남았다. 격동하는 세계 속에 빅3 업체로 진입하겠다는 목표를 어떻게 달성하느냐에 따라 지금까지 호의적이었던 포스코 안팎의 평가도 달려있다. ‘영일만의 기적’이 지난 40년의 전설로 남을지, 혹은 영일만의 ‘새로운 신화를’ 만들지 이 회장의 두 어깨에 달려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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