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에서 온 다섯번째, 노무현을 사랑하세요?
봉화에서 온 다섯번째, 노무현을 사랑하세요?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그러면 당신이 바로 또 하나의 노무현입니다
노무현을 사랑하세요? 그러면 당신이 바로 또 하나의 노무현입니다. 꽃 터지는 상사의 봄 밤 - 대한민국 마을 마을엔 수많은 봉하마을과 봉화산 그리고 노무현이 있다.


1. 긴 10여 일의 침묵과 그 침묵을 깨뜨린 우리의 봉화 불씨

지난 8일 노무현전대통령의 편지 이후 꽤 긴 시간이 흘렀다.

나는 잔뜩 호기심 어린 눈으로 선생님의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는 아이처럼 마른 침을 삼키며 이 상황을 지켜보았다. 아니 어쩌면 다섯 번째 편지를 더는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몇 밤의 불면과 신경 불안정을 감내해야 했다.

그분의 기대에 과연 우리가 손바닥을 마주치며 소리를 내어줄 수 있을까? 과연 우리는 그분의 외침에 함께 소리 내 함성을 만들 수 있을까? 봉화산 봉홧불은 불 지피기 시작했는데 마주한 뱀산(마을에서 대통령이 나온 후 바로 이름이 용산으로 바뀌었다는…), 무등산, 관악산, 설악산과 한라산… 등등에서는 과연 봉홧불이 타오를 수 있을까……?

시간은 흘렀고 나는 적이 불안감까지 느끼게 되었다. 아니 그것을 넘어서 봉하 집 마당에서 "오후 세시가 넘었어요, 이제 나와주세요…." 하고 목이 터져라 외쳐도 굳게 닫힌 문이 열릴 것 같지 않아 눈감고서 마음을 동동 굴러야만 했다. 손바닥을 마주쳐 소리 내 줄 이가 없다면 네 번째 편지 이후 다섯 번째 편지는 더는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는 지극히 기우에 불과한 불안에 나는 사실 지난 며칠 동안 '라디오21'의 '문리버' 방송조차 내려놓아야 했다.

그렇게 10여 일 - 드디어 18일 박수소리가 터졌다. 바다의집님과 스나이퍼님의 글…… 비로소 우리는 우리가 그분의 외침에 어떻게 화답해야 하는지 스스로 찾아내고 고민하고 또 그것에 대한 문제제기와 토론을 터트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지방마다 고을마다 이 땅의 구석구석 야트막한 산이라도 있는 마을마다 봉봉화 불씨가 되기에 충분할 것이다.


2. 횡재



퇴임 후 봉하에 한번 다녀왔다. 미루던 방문이었다. 가까이서 그분을 뵙고 싶은 마음 간절했지만 그분의 화두와 몸소 실천에 마땅한 화답을 하지 못한 채 차마 그분 얼굴을 마주할 자신이 없었기에 미적미적 다음으로 미루던 터였다.

그런데 나는 노짱에 관해서는 참 운이 좋은 편이다. 항상 정말 예기치 않게 가까이서 그분을 마주할 수 있으며 사진도 찍고 또 감히 마음에 품고 있던 이야기도 건의 드릴 좋은 기회를 얻게 된다. 지난 인터넷언론사 기자들과의 만남에서도, 또 지난봄 봉하마을과 무등산행에서도, 그리고 며칠 전 노사모 각 지역 대표들과 함께한 산행에서도…….

더구나 그날은 부산 민주공원의 일정 때문에 아무래도 오후에 주민들과의 만남은 없을 거라는 주민들 충고에 이미 마음을 비운지라 크게 기대하지 않았었고, 마을 앞에서 많은 시민과 함께 "이장님 세시가 넘었어요… 인제 그만 나와주세요…!"에 목소리를 더한 것으로 만족하려 했는데……

그런데 이게 웬일… 그분은 건강한 모습으로 즐거운 모습으로 여느 때와 다름없이 아직 마르지 않은 황토가 드러난 담에 서서 사람들과 '정'을 나누셨다.

그것만으로 행복에 겨워 미소 속에 막 차를 돌리려는 순간, 떡 아는 얼굴 하나…

"아니 누나 왜 그냥 가시려우? 노사모 회의 끝나고 산행 가셔야지요…"

"헉. 혹시 그분이…?"

"모르지 뭐, 안 나오시면 우리끼리…."

"그래, 혹 못 뵌들 무슨 손해랴, 매일 그분이 발자취를 남기는 그 길을 따라 그분이 사랑하는 고향 봉하와 그리고 봉화산을 느끼면 될 것을……."

역시 마음을 비우고 모퉁이를 돌아 산 쪽으로 올라서는 순간 빨리 오라는 손 사래질…. 달려가 보니 밝은 두 분의 얼굴…. 에구 난 정말 횡재했다고…. 난 역시 복덩이야! 그 시간이 얼마나 행복했고 얼마나 기뻤는지 아마 비디오와 사진을 통해 시종 헤벌쭉 웃기만 하는 푼수 같은 모습을 통해 충분히 느끼셨으리라…


3. 의구심과 자책

돌아오는 길, 기쁨과 그리움에 겨워 발견하지 못한, 아니 어쩌면 차마 내색하고 싶지 않은 감정의 파편 하나를 끄집어 내었다. 그리고 비로소 두 분의 쓸쓸한 눈빛을 기억해내었다.

자신을 지지하던 많은 사람 속에서도 간간이 표출되었던 두 분의 쓸쓸한 눈빛과 "사진 찍는 일보다는 먼저 저쪽 펼쳐진 풍경을 봐요…!" 하시던 두 분의 쓸쓸한 목소리가 소나기처럼 후두두 가슴을 쓸어내린다.

많은 군중과 자신을 정말 사랑하는 지지자들 속에서라지만 그분의 진심과 의지는 그리고 지난 5년간 내내 상자 속에 갇혀 있어야 했던 꿈은 지금도 여전히 그 네모 속 갇혀 외롭고 지쳐 있었던 것인가…

산자락에서 그리고 산정상에서 끝없이 이어진 두 분의 설명과 고향자랑, 그리고 두 분의 꿈… 그러나 나는 두 분 따라서 봉화산을 오르는 내내 그리고 봉화산 위에서 나와 우리는 그저 그분과 함께 걷고, 또 그분과 함께 같은 시간 호흡하고, 그분과 함께한 앵글 속에 남는다는 기쁨에 겨워, 그분의 마음은 아랑곳하지 않았고 정작 그분의 이야기와 의지와 그분의 꿈은 내내 외면하고 만 것이다.


4. '못다 쓴 네 번째 편지' 그리고 '삼겹살과 막걸리와 번개'

그리고 다음 날 만난 못다 쓴 네 번째 편지. 쓰다가 만 컴퓨터 프로그램 이야기와 안부… 그리고 노란 개나리 꽃잎처럼 툭 터지는 화두 하나, "여러분을 무어라 부를까요?"… 또 어쩐지 어울리지 않은 낡디 낡은 유행의 맘보 바지 같은 '새마을 운동'… 그리고 주민과 함께 해묵은 쓰레기 치우느라 땀 흘리시는 그분의 뉴스… 그리고 긴 침묵…

전화를 들어야 했다. 가장 가까운 이에게… "우리 노삼모-노사모-라디오21-서프앙-하우미들 다 모여 삼겹살 번개 합시다. 봉하에서 말고 각 지역에서 그 지역 주민들과 함께 쓰레기도 치우고 혼자 사시는 노인들이나 불우한 어린이들과 손에 손잡고 삼겹살 한 점씩 나눠 먹읍시다, 그리고 노래 한 자락과 막걸리 한잔……"


5. 시민 - 시민주권- 그리고 시민주권운동

이제 더 많은 이들이 '시민'을 이야기하고 '시민주권'과 '시민주권운동'을 이야기 할 것이다. 아마 노란 개나리꽃처럼 들풀이 되어 온 세상을 노랗게 물들일 것이다. 그러나 한가지 그 시민은 바로 우리 자신들이지만 주변인들과 함께하지 못하고, 공감 받지 못하고, 설득하지 못한다면 그 '시민'은 한낱 무늬뿐인 죽은 '시민'일 것이다.

살아 있다는 것은 함께 한다는 것이다. 내가 가진 '시민'을 스스로 깨닫고, 내가 가진 '시민'을 스스로 실천하고, 마지막 내가 가진 '시민'을 함께 나누어 전염병처럼 번지게 해서 우리와 가족 그리고 그 주변인 모두가 '시민'이 되고, '시민주권'과 '시민주권운동에 동참'할 때 비로소 진정한 '시민' 및 '시민주권' '시민주권운동'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6. 꽃 터지는 상사의 봄 밤 - 대한민국 마을 마을엔 봉하마을과 봉화산 그리고 노무현이 있다.

노란 개나리와 목련이 툭툭 터지는 봄밤, 그 꽃 터지는 소리에 잠 못 드는 상사의 봄 밤… 우리 진정 '시민'이 되어 '시민주권'을 깨달아 '시민주권 운동'을 실천하자.

그것은 내가 사는 도와 시 그리고 마을 마을과 야산들이 봉하마을이 되고 봉화산이 되고 그곳마다 제2, 제3 노무현을 만들어 내어 대한민국에는 봉화가 있고 마을마다 노무현이 살고 있다는 전설을 실천하는 것아 바로 내 속의 노무현을 실천하는 것이다.


7. 세상에서 제일 긴 편지

노무현이 수많은 다른 노무현에게 묻습니다. "정말 노무현을 사랑하느냐?"라고…

이제 세상에서 가장 길고 긴 편지 릴레이가 시작되었다. 그분의 다섯 번째 봉하에서의 편지는 아마도 수많은 봉하마을에서 수많은 노무현이 봉홧불을 올리며 개나리꽃처럼 노란 불길 되어 마른 거리를 채워갈 것이다. 그리고 그 편지는 대한민국을 새롭게 바꿔는 힘이 될 것이다.


PS : "노무현을 사랑하세요? 당신이 바로 노무현입니다!"

어쩌면 이 봄엔 "노무현을 사랑하세요? 그러면 가만히 나지막하게 내가 노무현이야 라고 외쳐보세요, 그러면 당신 속의 또 하나의 노무현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라는 말이 유행병처럼 대한민국을 휩쓸지도…

오늘 밤 저도 스스로 묻습니다.

"정말 노무현을 사랑하느냐고?" 그렇다면, 용기 있게 대답하십시다.

"바로 내가 또 하나의 노무현이라고… 내가 발 딛는 곳이 봉하이며 내 앞에 보이는 높고 낮은 산이 바로 봉화산이라고… 그리고 그곳에는 1년 365일 봉화가 꺼지지 않고 언제나 노무현이 지키고 있다고…"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