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선진당·친박연대·친박계 무소속 ‘보수전성시대’
여의도 지각변동에 탈당 친박계·무소속 움직임 주효할듯
민주당 총선 후폭풍…당 지도부 ‘책임론’ 전당대회까지
총선 막판 혼탁양상에 선관위·검찰·법원 ‘칼날’ 들이댄다
총선 후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변화는 여의도의 지형도가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수의 대활약이 이뤄지는 동시에 진보는 크게 축소한 모양새다.
궁금증1. ‘막강’ 보수전성시대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이명박 대통령이 ‘식물’ 대통령이 되지 않도록 이번 총선에서 한나라당을 밀어달라. 180석도 아니고 200석도 아니고 150석보다 한 두석 많은 과반수만 넘게 해달라. 그래야 국민을 위해 일하라고 뽑아 놓은 이명박 대통령이 마음 놓고 열심히 일할 수 있다”는 강재섭 대표의 ‘호소’처럼 153석을 획득, ‘여대야소’의 시대를 열었다. 지방권력과 중앙권력에 이어 이번에 의회권력까지 장악함으로써 안정적인 집권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또한 친박연대와 자유선진당, 친박 무소속 연대까지 합류, ‘보수 전성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우향우’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한나라당의 의석수는 153석, 여기에 자유선진당 18석과 친박연대 14석, 친박 무소속을 합치면 200석이 훌쩍 넘는 거대여권을 형성하게 된다.
보수세력이 연대하면 전체 의석수의 2/3가 필요한 헌법개정 말고는 웬만한 법개정은 언제든지 가능할 만큼 절대 세력이 된 것. 범보수진영은 앞으로 사학법 재개정은 물론 출자총액재 완화나 상속세 개정 등을 통해 친 재벌정책을 강화해나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보수’라고 해서 저울의 추가 한쪽으로만 기울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선진당 이회창 총재는 “작지만 아주 단단하게 큰 정당들의 독주와 자만을 견제하면서 동시에 정국의 균형을 잡아가는 정당으로서의 역할을 해내겠다”며 보수 내 ‘균형추’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정치권은 “친박계 무소속 의원이나 친박연대가 한나라당에 합류할 경우 ‘내부 견제자’가 될 것”이라며 “이들은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일에 한나라당이 ‘무조건적인 동의’를 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만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보수대연합’이 형성될 경우 이를 막기 위한 민주당, 창조한국당, 민노당, 진보신당 등의 ‘진보연대’도 형성, 이념 전쟁을 벌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궁금증2. 정계개편 어떻게
이번 총선에서는 당적을 가지지 않은 무소속 후보들이 파란을 일으킨 만큼 이들로 인한 여의도 정계개편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2석이 모자라 원내교섭단체가 되지 못한 선진당은 무소속 의원들을 포섭, 캐스팅보트가 되겠다는 전략이다. 이 총재는 이를 위해 “우리와 뜻을 같이 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폭 넓게 문을 열고 국가의 미래를 위해 정성을 다하겠다”며 ‘문호개방’을 선언했다.
또한 김광림(경북 안동), 강길부(울산 울주), 김세연(부산 금정) 당선자를 우선 접촉자로 분류하고 친박연대나 친박 무소속 의원, 선진당 입당을 타진했던 민주당 충청권 당선자까지 영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은 무소속 의원들의 영입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경우 무소속 의원들이 대부분 탈당 친박계라는 점에서 ‘복당 불허 방침’을 굽힐 수 없다는 것.
그러나 강재섭 대표가 친박계의 복당에 대해 한 발 물러섰으며 한나라당이 ‘안정과반’에 미치지 못하는 턱걸이 과반이어서 무소속 의원들을 향한 영입작업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정치권의 분석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무소속뿐 아니라 선진당 의원들도 포섭대상이 될 것”이라며 “친박 무소속 의원들의 경우 당 내 이견이 있어 빠른 시일 내 복당은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 내 ‘담판’이 있거나 명분을 쌓아 영입하는 방법이 활용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민주당은 ‘복당 불허’ 방침을 내세우고 있다. 정세균 의원은 호남 무소속 당선자의 복당에 대해 “호남의 탈당 무소속 당선자 민주당 복당은 정치 도의와 원칙에 맞지 않는다. 국민의 강력한 복당 여론이 일기 전까지는 검토할 일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과거 여당일 때는, 국정을 책임 있게 뒷받침하기 위해 의석수가 대단히 중요했고 이 때문에 원칙을 버린 측면도 있었다”면서 “하지만 지금 민주당의 의석수나 처한 위치로 볼 때, 민주당에게 절실한 것은 의석을 몇 석 늘리는 것보다 원칙과 가치를 지켜 국민의 마음을 얻는 일”이라고 선명한 야당의 ‘정체성’을 먼저 세울 것을 강조했다.
궁금증3. 지도부 책임론 후폭풍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이를 의식한 듯 총선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 3개월 내 치러질 전당대회에서의 당 대표 경선에 불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그러나 “만약 전당대회 준비를 위한 체제나 책임을 달리 마련할 필요가 있으면 언제든지 기꺼이 내 책임을 벗을 자세가 되어 있다”는 말로 언제든 ‘책임’을 지고 물러날 수 있음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박상천 대표는 “서울에서 7석밖에 건지지 못한 것은 당의 정체성이나 노선을 선명히 부각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정체성’을 강조하는 한편 “이제 통합민주당은 양이 아니라 질로 나아가야 한다. 한나라당이 따라오지 못할 가치 우위, 원칙 우위 위에서 선명한 야당으로 국민의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고 총선을 사실상 진두지휘한 손 대표에게 ‘책임론’을 몰았다.
그러나 당 일각에서는 “지난 대선에 이어 총선에서 참패한 민주당 지도부는 책임을 지고 즉각 총사퇴하라”면서 “공천 기간 내내 ‘몽니 정치’로 일관해 온 박상천 대표는 이번 총선결과에 책임을 지고 모든 당직을 사퇴한 뒤 평당원으로 근신하기를 호소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총선 선봉에 섰던 손 대표가 ‘책임’을 지고 물러섬으로써 ‘책임론’은 곧 있을 전당대회의 새로운 대표 선출로 이어지고 있다. 현재 민주당 내에서는 최대 계파로 부상한 손학규계의 김부겸·송영일 의원과 중진급과 친노계열의 정세균 의원, 옛 민주당계의 추미애·박주선 의원이 당 대표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다.
궁금증4. 여야 화합 가능할까
이명박 정부가 국정을 운영하는데 18대 국회가 어느 정도로 단합된 힘을 보여 줄 수 있을지의 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과반을 차지한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국민들이 한나라당에 안정과반에 모자라는 153석을 준 것은 대통령의 경제철학을 뒷받침하되 멋대로 하지는 마라, 야당과 대화·타협해서 하라는 뜻”이라고 말해 거대여당 독주체제가 아닌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한 야당과의 ‘대화’가 우선 될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당이 과반을 차지하기는 했으나 불안요소가 산적한 만큼 ‘반목’은 좋지 않다는 것. 또한 강하게 나갈 경우 여당을 견제하기 위한 야권의 결집을 이뤄질 수 있음을 경계한 것이다.
총선에서 보인 정당별 주요 정책공약에서 일자리나 물가에 대한 각 당의 견해는 대부분 일치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큰 이견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경제살리기’에는 모두 동의하고 있다는 것.
자세히 들여다보면 방법이 다름을 알 수 있다. 한나라당은 규제 완환 감세 등을 통해 기업이 뛸 여건을 만들겠다는 것이라면 민주당의 시선은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에 맞춰져 있다. 그러나 진보를 추구하는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17대 국회에 비해 반토막나 성장우선 정책을 견제할 동력을 많이 잃은 상태여서 ‘성장 우선’이라는 큰 기치에는 변동이 없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또한 여·야 모두 총선에서 대북정책 등 이견을 낼 수 있는 부분에 대한 언급은 최소화 하고 있다는 것도 파열음을 막고 있다.
다만 ‘한반도 대운하’에 대해서는 친박계와 선진당, 민주당, 창조한국당 등 한나라당을 제외한 대부분의 당이 반대편에 설 것으로 보여 추진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궁금증5. 총선후폭풍 몰아치나
18대 총선 막판은 혼탁선거로 물들었다. 각종 금품선거가 난무하는가 하면 비방이 이어졌던 것. 때문에 이에 따른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대검찰청이 지난 7일 발표한 18대 총선 사범 수사 현황에 따르면 입건자 641명 중 182명(28.4%)이 금품선거사범이었으며 허위사실 공표 등으로 입건된 거짓말사범도 92명(14.4%)에 달했다. 군소 미디어 부정선거사범도 55명이 적발됐다. 국회의원 출마 후보자 중 66명이 입건되기도 했다.
어느 선거보다 격전지가 많았던 만큼 후보간 고발·고소전의 후유증도 예상된다.
검찰은 선거 이후에도 총선 사범은 강력 단속한다는 방침이고, 법원도 선거 재판은 올해 안에 마무리 짓는다는 입장이어서 선거에 당선되고도 의원직을 상실하는 경우가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7대 총선의 경우 당선 유·무효를 결정짓는 재판이 63건 진행돼 결국 국회의원 11명이 의원직을 상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