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사건 빈번한 수협 감사시스템 [밀착취재]
횡령사건 빈번한 수협 감사시스템 [밀착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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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감사원 2명으로 정밀감사 “무리잖아!”

소비자들이 은행에 예금을 넣는 이유로는 저축, 재테크 등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것이 바로 ‘신뢰성’이라고 입을 모은다. 은행이기에 믿고 맡길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신뢰도 수협 앞에서는 형편없이 무너지고 있다. 최근 수협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직원 횡령사건이 터져 나오는 까닭이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수협이 방만한 경영으로 인해 내부 단속에 실패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내부 감사기능이 제 기능을 못해 직원의 범죄를 불렀다는 것이다. <시사신문>이 수협의 감사시스템을 집중 취재했다.

▲ 연이은 횡령사건으로 수협 감사시스템의 실효성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사진은 수협사옥.
연이어 터지는 횡령 사건에도 불구 대응책은 “그게 뭔데?”
인력부족에 제대로 감사 나가도 ‘형식’에 그치는 수협중앙회

최근 수협을 향한 각계의 시각이 하루가 다르게 우려로 변하고 있다. 최근 연이어 횡령 사건이 터지는 통에 정말 믿을 수 있는 금융기관이냐는 회의감이 팽배한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금융권은 신뢰가 생명”이라는 의견에 입을 모은다. 금융기관으로서 고객의 신뢰를 잃게 된다는 것은 가장 치명적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수협의 경우는 아직까지 미진한 대응으로 신뢰를 회복하기는커녕 점점 더 잃어가는 형국이다.

끊이지 않는 수협의 범죄

지난 3월28일 부산해양경찰서는 고객예탁금을 91억원을 빼돌려 개인 사업자금과 유흥비로 사용한 혐의로 부산시수협 동삼지점 전 여·수신 담당자 김모씨를 구속했다.

이 사건으로 불거진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부산시농협 전 조합장 임모씨와 상임이사 박모씨 등 임직원 5명은는 이를 무마하기 위해 허위로 서류를 작성하고 부정대출까지 도와줬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직원의 치밀한 범행 수법과 허술한 감시체계, 부산시수협의 도덕적 해이 등 삼박자가 맞아떨어진 ‘총체적 부실’이 만들어낸 예견된 사고였던 셈이다. 특히 내부감사를 통해 여직원의 횡령 사실을 적발하고서도 수협 측은 조직적으로 이 같은 사실을 2년동안 은폐한 것으로 드러나 신뢰성에 큰 상처를 주고 있다.

문제는 수협의 이런 횡령이 드문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 2월21일에는 영세어민들에게 되돌려줘야 할 이자 수수료를 가로챈 전북·남지역 수협직원 7명이 검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지난 1월는 고객의 예탁금을 빼돌려 자신의 채무를 변제한 충남 서천 수협의 한직원이 구속되기도 했다. 이런 금융사고는 내부직원의 감시소홀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지난해부터 지난해 1월부터 벌어진 수협의 횡령사고는 약 10건에 이른다. 거의 달마다 터진 셈이다.

▲ 수협 횡령사건에 세간에서는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겼다"라는 비판도 일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수협중앙회의 감시력 부재다.
수협중앙에 내부에는 조합 감사팀이 운영되고 있다. 조합 감사팀은 총 47개의 지역조합을 감사하는 기능을 갖는다. 지역조합 한 곳이 감사를 받는 것은 고작 2년에 한번.

문제는 이 지역조합 감사가 정기적으로 행해지면서도 그 효능이 생색내기에 그쳤다는 점이다. 현재 조합감사팀의 인원은 31명. 시중 은행에 절반에 불과한 수치다.

이들이 조합 감사를 나갈 때는 반장을 포함해 7명이 파견된다. 문제는 조합마다 지점이 평균 4~5개이며 경제사업장 역시 4~5개 가량 된다는 것. 조합마다 편차가 있지만 작은 조합을 나가더라도 이를 둘러보기에는 역부족에 시달린다는 것이 감사실 관계자의 설명이다.

감사팀 관계자는 “감사를 나가게 되면 보통 7일 정도 감사를 하게 되는데, 지점같이 세세한 부분까지 감사를 하기는 쉽지 않다”고 토로한다. 일정대로라면 하루에 지점 하나를 감사하기도 힘든 탓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역조합 자체에 대한 감사도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감사팀 관계자는 “감사실을 증편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현대 수협의 상황으로 봤을 때 쉽지 않은 일”이라고 밝혔다.

그렇다고 지역조합 자체에서 감사업무를 활발히 실행하는 것도 아니다. 지역조합 검사실에서는 평균 3명이 상주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3월28일 사건에서 드러났듯 자체감사를 하고도 은폐하는 일이 생기니 제 역할을 다 하고 있다고도 보기 힘든 상황이다. 당시 부산조합에서는 내부감사원이 두 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상시감시를 통해 금전이 오가는 금융거래를 확인하고 있지만 사실상 횡령 사건에 대해 이런 감시제도는 별 효과를 보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2003년 1월부터 2007년 8월까지 무려 1614회에 걸쳐 91억원을 횡령했지만 내부적으로 적발하지 못한 것이다.

이런 수협의 태도는 시중은행과 큰 차이가 있다. 시중 은행 관계자들은 이런 사건에 대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사실상 개인의 도덕적 해이를 막는 것은 바로 회사의 의무라는 시선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실수를 모두 막지 못한다 할지라도 교육을 통해 극복하거나, 내부 감사시스템으로 감시하는 등 범죄를 저지르지 못할 환경을 구축하는 게 당연하다”라고 설명했다. 수협이 체계를 재정비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수협은 이렇다할 방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수협 관계자는 “상시감시를 강화해 다시는 같은 유형의 사고를 방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지금까지 매 사건 때마다 나오던 해명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평가다.

국민의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수협은 시중 은행과 달리 ‘이익’ 보다는 ‘공익’이 더 큰 비중을 가진다.
하지만 국민의 신뢰를 잃어가면서 수협의 역할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수협의 감사시스템 재정비가 시급한 시점이다.


▶ 수협 횡령사건 일지 (2007년 1월~ 2008년 3월)

2007년 1월19일 부천 고객 예탁금 등 600억원 횡령
5월30일 부산 부산조합장 수백억원 횡령
6월15일 대전 김 매입 문서 위조 1억6400만원 횡령
8월8일 포항 냉동공장 얼음 판매, 보관료 등 횡령
10월18일 부산 거래명세서 위조, 200여억 횡령
11월13일 신안 내부전산망 서류 조작 1억3000만원 횡령
2008년 1월30일 서천 고객 예탁금 5억원 횡령
2월21일 군산 고객 이자수수료 1억원 횡령, 7명 불구속 기소
3월28일 부산 고객 예탁금 91억원 횡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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