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에서 ‘먹튀(먹고 튀기)’라고 하면 대체로 외국자본을 가리키는 것이 일반적인 경우다. 하지만 이 먹튀 논란이 최근 외국계 기업이 아닌 신준호 롯데우유 회장의 주변에서 감돌아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막대한 시세차익으로 대선주조(주)의 경영권을 한국금융지주 산하 사모펀드인 코너스톤에게 넘긴 것이다. 이때 얻은 신 회장의 차익은 약 3000억원. 하지만 이에 지역 시민단체의 반발도 심상찮다. 시민단체들은 “우리가 성장시킨 기업을 멋대로 팔아넘겼다. 사회에 환원하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시민단체 신준호 회장에 엄포 “롯데우유 시원소주 불매할 것”
최근 부산지역을 중심으로 신준호 롯데우유 회장에 대한 논란이 들끓고 있다. 신 회장이 지난 8일 대선주조의 지분 전량을 한국금융지주 산하 사모펀드인 코너스톤 에쿼티파트너스에 매각하며 막대한 차익을 남긴 것이 이 논란의 시발점이 됐다.
대선주조는 부산지역 소주시장의 90%이상을 점유하는 ‘시원(C1)소주’를 생산하는 업체로 지역주민의 절대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대선주조 측은 이런 사랑이 역으로 곤경에 취하게 되는 이유가 됐다. 지역 시민단체들이 대선주조 지분 매각에 대해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시민단체들은 “신 회장이 대선주조 매각 과정에서 얻은 3000억원의 막대한 시세 차익 중 1000억원을 시민들에게 환원하라”며 “불매운동도 불사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은 상태다.
600억원에서 3600억원으로
대선주조는 1930년대 대선양조로 출발 이후 부산지역 대표 소주생산 업체로 성장했다. 그러나 IMF외환위기 이후 유동성 위기를 겪은 이 회사는 1998년 화의에 들어갔고 지난 2002년 유가증권 시장 상장이 폐지됐다.
이런 대선주조에 신 회장 이름이 거론되기 시작한 것은 2004년부터다. 신 회장을 비롯한 아들, 딸, 며느리, 손자 등 일가 5명은 (주)무학의 대선주조에 대한 기업합병(M&A) 시도에 맞서 당시 자신과 사돈지간이던 대선주조 전 사주의 우호세력지분을 인수하는 방법으로 절대지분을 확보했다.
당시 대선주조 지분 매입 가격은 1주당 5~6만원 정도. 지분 인수에 들어간 자금은 총 600여억원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선주조는 신 회장 일가의 개인회사가 된 후 일가 지분 20만주를 1주당 5만5000원에 112억원의 회사 돈으로 사들여 소각해 줬다.

문제는 시민단체의 반발이다. 대선주조의 매각소식이 알려지자 부산경제살리기시민연대, 참여자치시민연대, 등 89개 시민단체들은 '대선주조 매각차익 사회환원 추구 시민연대'를 결성했다. 시민연대 측은 2004년 신회장 측이 대선주조를 인수한 직후 회사를 양산이나 김해로 옮기겠다며 부산시에 그린벨트 해제와 세액감면을 요구해왔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부산시는 향토기업인 대선주조의 지원을 위해 자연녹지였던 기장군 장안읍 부지를 공업용지로 용도 변경하고, 3개월 만에 산업단지로 지정까지 해주는 등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는 것.
시민단체 관계자는 “그런데 신준호 회장은 부산시의 직·간접적인 지원을 통해 회사 가치를 높인 직후 부동산 시세차익을 노려 서울 소재 사모펀드로 회사지분을 매각해 막대한 차익을 벌어들였다”고 비판했다. 지역의 지원을 토대로 단가를 높인 뒤 ‘먹튀’가 됐다는 설명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기업인에게는 윤리의식 제고가 부산시에는 유사한 상황을 막기 위한 조례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움직임도 진행 중이다.
논란 당분간 계속 될 듯
이런 상황에 가장 난처한 것은 대선주조다. 대선주조 관계자는 “주주들의 거래일 뿐 회사는 이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없는 노릇인데 지역민들의 반발로 당혹스럽다”면서 “부담감이 있지만 소비자들인 만큼 좋은 마무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신 회장이 경영권에서도 완전히 손을 뗀 게 아니라는 점에서 논란은 당분간 계속 될 예정이다. 코너스톤이 세운 법인의 지분 30%를 신 회장이 보유하고 있어 일정부분 경영에 참여가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이에 신 회장 측은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롯데우유 측은 “신 회장 개인의 투자일 뿐 롯데우유와는 직접적 상관이 없다”면서 “어떤 상황인지 회사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